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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박재홍은 <울고 넘는 박달재〉를 '부엉이 우는 산골, 나를 두고 떠난 임아∼'로 불렀다. 시인 노천명은 시 <이름 없는 여인이 되어〉에서 '부엉이 우는 밤도 내사 외롭지 않겠소'라고 표현했다. 노래와 시를 통해 부엉이는 산골에 살며, 밤에 우는 새임을 짐작할 수 있다. "나는 광야의 올빼미 같고 황폐한 곳의 부엉이같이 되었사오며"(시편102:6) <성경〉에서 부엉이는 외로움의 상징으로 기록하고 있다. 

'부엉이 며느리를 들였나!' '부엉이 집 만났다' 등의 속담은 모두 물질적 풍족함을 비유한 표현이다. '부엉이며느리'는 '부엉이같이 행동하는 며느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부엉이가 새끼를 키우기 위해 사냥감을 자주 잡아 오는 행동과 같이 갓 시집온 며느리가 부지런히 재산을 불려가는 것을 빗댄 말이다. '부엉이집 만났다'는 말은 새끼를 키우는 부엉이 집을 발견하면 그 둥우리 안에는 토끼, 꿩 등 있기 마련이다. 이를 횡재로 비유하여 우연히 얻은 재물을 그렇게 부른다. 이러한 연유로 부엉이는 풍족한 재물과 부자를 상징하게 됐다. 금은방 식당 등에 부엉이 상을 장식한 이유도 그렇다. 

민속에는 부엉이 울음소리에 대한 황당한 오해가 전승되고 있다. '한밤중의 부엉이 울음소리는 죽음을 예고한다'고해 흉조(凶鳥) 혹은 악조(惡鳥)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부엉이가 밤에 우는 것은 야행성 조류이기 때문이다. 부엉이 울음은 서로 간 소통의 소리다. 그들의 고유한 의사소통 전달 수단을 사람의 감정으로 접근하는 것은 공존을 파괴하는 적폐다.  

부엉이 존재의 정확한 확인은 울음이다. 부엉이는 주로 추운 겨울밤에 을씨년스럽게 울며, 사람의 생활 영역과 서식 환경이 겹친다. 부엉이는 '총명(聰明)'한 새로 상징한다. 큰 눈과 뿔같이 우뚝 세운 우각(羽角)은 마치 한자 '관(觀)'자와 닮았다. 큰 눈은 어두운 곳을 밝게 볼 수 있다. 

'부엉이순찰대'는 부엉이의 눈이 강조된 이름이다. 귀를 기울여 상대방 이야기를 자세히 듣는다는 경청(傾聽)의 한자 말도 부엉이의 행동에서 따온 말이다. 부엉이의 발달한 청각은 먹잇감의 움직이는 작은 소리도 놓치지 않는다.  큰 날개깃과 풍부한 깃털의 기능으로 발견한 먹잇감은 소리 없이 날아 단번에 잡는다. 물론 살기 위해 진화된 신체지만 이를 보고 사람들은 부엉이를 총명한 새로 부른다. 

부엉이는 올빼미와 함께 한자로 휴류라 적는다. 《운회(韻會)》에서 '유는 새 이름인데, 울면 흉(凶)하다'했다. "밤에 부엉이가 건춘문과 흥례문에서 우니, 해괴제를 행하였다"(세종실록 65권, 세종 16년 7월 24일 기해 6번째 기사), "중 14인을 데려다가 정전에서 금강경을 일게 하였으니, 부엉이 때문에 기양한 것이다"(정종실록 5권, 정종 2년 8월 21일 계축 5번째 기사). 소개한 두 가지 사례는 부엉이에 대한『조선왕조실록』의 기록이다. 부엉이에 대한 궁중의 편견과 오해는 기이한 현상을 푸는 의식인 해괴제(解怪祭)와 재앙을 쫓는 의식인 기양(祈禳)을 행하게 했다. 

부엉이에 대한 잘못된 인식은《운회(韻會)》로부터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부엉이가 고개를 돌려 사방을 경계하는 이유는 눈알이 고정돼 있기 때문이다. 부엉이의 부리가 칼날처럼 예리한 것과 발톱이 길며 날카로운 것은 먹이를 소리 지르지못 하게 단번에 제압하기 위해서 진화된 신체의 도구다. 부엉이는 불빛을 싫어한다. 눈이 부시기 때문이다. 부엉이가 깊은 산속과 불 꺼진 닭장에서 관찰되지만 불 밝힌 양계장에는 결코 나타나지 않는 이유다. 부엉이는 일정한 시간 간격을 두고 세력권을 순찰하는 정주형 텃새다. 

수년 전 구영리 중촌 솔밭 골에서 수리부엉이를 발견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한걸음에 달려갔다. 늙은 소나무 가지에 앉아 잠자고 있는 모습을 한참 동안 지켜봤다. 부엉이는 야행성 조류이기 때문에 낮에는 주로 잠을 잔다. 부엉이가 겨울밤에 을씨년스럽게 우는 소리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이유는 부엉이에 대한 이해의 부족에서 온다. 부엉이의 서식 주기와 먹잇감을 알면 오해가 사라지는 부분이다. 겨울철은 부엉이의 번식기다. 울음소리는 그들의 타고난 소통의 언어다. 인가에서 들리는 울음소리는 들쥐, 집쥐, 꿩, 닭, 토끼 등이 그들의 먹잇감이기 때문이다. 

부엉이의 큰 울음 속에는 힘과 건강함 그리고 노숙함을 담고 있다. 밤에 활동하는 멧토끼와 밤에 숨어 잠자는 꿩은 부엉이의 울음에 오금이 저린다. 간혹 부엉이는 먹이가 풍부한 닭장을 찾기도 한다. 물론 쉽게 들어간 닭장 그물에 갇히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구수리 산자락에서 만난 수리부엉이도 닭장에서 만났다. 부엉이는 소화시키지 못할 뼈, 깃털, 발톱 등은 펠렛이라는 괴를 만들어 토해낸다. 

경북대 자연사박물관 조교시절 부엉이를 보호한 경험에서 확인했다. 부엉이는 낮의 해가 그를 졸거나 잠자게 하지만, 밤의 달은 그를 말 탄 장군처럼 행동하게 만든다. 이를 두고 사람들은 부엉이를 밤의 제왕이라 부른다. 매년 겨울이면 문수산 자락 솔 고개(松峴)에서 수리부엉이 울음소리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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