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쳇바퀴 돌 듯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내 주위를 돌아볼 기회가 없다는 현실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학교, 학원을 마치고 귀가하는 아이들은 집에서 스마트폰을 보며 유튜브 영상을 보거나 게임을 하는 게 일상이다. 맞벌이 부부가 많으니 아이들은 집에 가도 대화할 사람이 없는데다 친구 사귀기가 어려워 외톨이가 되기도 한다. 

특히 아파트라는 공간은 또한 층간소음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아이들은 항상 부모로부터 조용히 하라는 잔소리를 들으며 스트레스를 받는다. 물론 공동주택에서 상대방에 대해 배려하는 습관도 필요하겠지만 성장기에 접어드는 아이들이 친구들과 밖에서 마음 뛰어 놀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아빠로서 아이들과 이웃과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 

같은 고민으로 공감대가 형성된 아빠들은 걱정 반, 기대 반으로, '공감놀이터'라는 이름의 마을공동체 만들기를 시작하였다."요즘 아이들은 친화력이 점점 줄어들고 포용력이 부족해 남을 배려하는 모습이 부족하다. 부모와 함께 또래의 친구들과 같이 뛰어 놀거나 체육활동을 통해서 공동체 생활 의식을 높여주는 것도 어른들의 몫이다"라는 의견을 통해 함께 할 사람을 찾아 모았다.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뜻을 같이 한 구성원(현 공동대표)들은 각자의 성격에 맞게 역할분담을 정하고 마을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여러 사람이 모여 활동하다 보니 비용문제가 따르게 되었다. 처음에는 십시일반 모아서 자금을 만들었다.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공동체라 당시 후원금 모금도 쉽지 않았다. 그러던 찰나, 울산남구청에서 마을공동체 만들기 지원 사업 정보를 얻어 공모신청을 하고 예산을 받게 되었다. 충분한 예산지원으로 좀 더 다양하고 질 높은 프로그램을 만드니 주민들의 호응도 컸다. 자체 제작한 영상 및 현수막으로 꾸준하게 홍보를 하고 정기적으로 행사를 진행함으로써 자연적으로 참여도가 높아지게 되었다. 무엇보다 '아빠와 함께하는'목적을 가지고 하는 체험활동은 다른 공동체 보다 눈길을 끄는 주요 이유가 되었다. 

아빠와 함께 하는 체육활동의 시작은 아이들의 심폐기능을 키우고 체력향상을 향상시키기 위한 '부모와 함께하는 음악줄넘기'였다. 서투른 아빠의 줄넘기하는 모습을 보며 아이들은 마냥 즐거워하고 때로는 아빠와 누가 오래 줄넘기를 하는지 경쟁도 하며 힘껏 줄넘기를 해 보았다. 아이들은 부모와 함께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감이 더 생기는 것 같았다. 거기다 친구들과 단체 줄넘기를 하며 호흡도 같이 맞추어 보니 즐거움은 배가 되었다. 더불어 아빠와 함께하는 물총놀이도 해보았고 내가 만든 액자에 소중한 가족사진을 넣고 전시하는 활동도 펼치면서 가족애를 느끼는 계기가 되었고 가족의 소중함도 느꼈다. 아파트 내 금연 협조 방송에도 줄지 않던 담배연기가 아이들의 그림으로 점점 줄어들게 되었다는 얘기도 들어 매우 기뻤다. 

공감놀이터는 울산남구청 마을 공동체 만들기 사업의 내용을 가지고 LH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주최한 공동주택 공동체활성화 공모전에 참여하여 영상부문 우수상을 수여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지금까지 고생해 온 공동대표(6인)들이 노력한 결과물이라 생각하며 자만하지 않고 초심을 잃지 말자고 다짐을 했다.

울산 남구의 마을공동체 지원사업은 공감놀이터라는 마을공동체가 좀 더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마을공동체로서 활성화 될 수 있는 계기 마련이 되었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마을공동체에 대한 주민의 자발적인 참여이다. 지속적인 공동체 활동에 대한 관심을 이끌기 위해서는 마을공동체에 참여한 사람을 주인공으로 하는 홍보 캠페인 등 지속적인 언론홍보도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의 마을공동체 활동에 대한 향후계획은 무궁무진하다. 아이들의 연령에 맞춰 체육종목을 다채롭게 할 수 있도록 개선할 예정이며 강사를 초빙하여 전문지식까지 겸할 교육의 장을 만들어 볼 생각이다. 성교육이라든지 종이접기, 위인전 등 책읽기 강좌를 만들고 부모와 함께하는 여러 가지 활동을 계속 연구하여 지속적인 공동체 활동이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더 나아가서 오감체험 및 계절체험을 하여 대한민국의 사계절을 직접 느껴보고 자연의 생태를 체험하고 울산의 역사와 세계의 역사를 배우는 교육프로그램으로 할 계획도 갖고 있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이웃과 함께 라서, 가족과 함께 라서 많은 일들을 더 재미있게 할 수 있다고 본다. 우리가 사는 공간은 갑갑한 성냥갑 같은 그냥 아파트가 아닌 서로가 공감하고 즐기는 놀이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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