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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국회 종료일이 다가오면서 자유한국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 강행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오는 9일을 내년도 예산안 및 패스트트랙 법안 표결의 마지노선으로 잡고 있는 민주당은 한국당을 향해 필리버스터 신청을 당장 철회하라며 최후통첩을 날렸다. 

하지만 한국당은 필리버스터 방침을 고수하며 패스트트랙 법안 저지 동력 키우기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국회에서 열세에 있는 당파가 집권당의 독주를 막기위해 합법적으로 의사진행을 방해하는 수단이 필리버스터다. 우리와 함께 미국과 영국, 프랑스, 캐나다 등에서 이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필리버스터는 16세기의 해적을 공격하는 선박에 붙인 이름이나 '약탈자'를 의미하는 스페인어에서 유래한 말이다. 그 뿌리를 보면 서인도의 스페인 식민지와 함선을 공격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이 용어가 정치용어가 된 것은 지난 1854년이다. 당시 미국 상원에서 캔자스, 네브래스카 주를 신설하는 내용의 법안을 막기 위해 반대파 의원들이 의사진행을 방해하면서부터 정치적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필리버스트는 앞서 밝힌 것처럼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이기에 그 방법이 다양하다. 우선은 상대에게 발언권이나 표결권을 주지 않는 장시간 연설이 일반적이지만 의회가 규정하고 있는 각종 절차를 철저하게 이행하면서 시간을 끌어가는 행위나 각종 동의안과 수정안의 연속적인 제의, 의결 정족수에 미치지 못하게 집단퇴장을 하는 방법 등 여러 가지 수단이 사용된다. 우리나라에서 필리버스터를 가장 처음 한 것은 1964년 당시 의원이었던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었다. 당시 야당 초선 의원이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동료 의원인 김준연 자유민주당 의원의 구속동의안이 본회의에 상정되자, 이를 저지하기 위해 5시간 19분 동안 발언해 결국 안건 처리를 무산시켰다. 

필리버스터는 1973년 국회의원의 발언시간을 최대 45분으로 제한하는 국회법이 시행되면서 사실상 폐기됐다가 2012년 국회법(국회선진화법)이 개정되면서 부활했다. 2012년 개정된 '국회법 제106조2'에 따르면 본회의에 부의된 안건에 대해 무제한 토론을 하려는 경우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서를 의장에게 제출하고, 의장은 해당 안건에 대해 무제한 토론을 실시할 수 있다. 일단 해당 안건에 대한 무제한 토론이 시작되면 의원 1인당 1회에 한 해 토론을 할 수 있고, 토론자로 나설 의원이 더 이상 없을 경우 무제한 토론이 끝난다.

또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무제한 토론의 종결을 원하고 무기명 투표로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이 종결에 찬성할 경우에도 무제한 토론이 마무리된다. 그러나 무제한 토론의 효과는 해당 회기에 국한되므로, 무제한 토론을 하던 중 회기가 종료되면 해당 법안은 자동으로 다음 회기 첫 본회의 표결에 부쳐진다. 가장 최근의 필리버스트는 지난 2016년이다. 당시 마지막으로 필리버스트를 진행한 이종걸 원내대표가 총 12시간 31분의 무제한 토론으로 우리나라 헌정사상 최장 필리버스터 기록을 세웠다.  이사 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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