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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는 빠른 경제성장과 함께 다양한 산업사회의 발달로 각 분야에서 전문화, 다양화 되어가고 있는 추세이다.

건축 또한 토지이용의 제한 등으로 인해 도시개발에 한계가 발생했고, 점차 건축물이 고층화, 복합화, 심층화, 대형화되어 감에 따라 대규모의 복잡하고 다양한 공간형상을 가진 건축물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경향은 2018년도 말 국토교통부 건축통계자료에 따르면 시도별 토지면적 대비 건축물 연면적 비율이 서울 92%, 부산 30.4%, 대전 20.2%, 지방 3.2%로 수도권 및 대형도시를 중심으로 가파르게 진행 중이다.

건축물의 다양한 변화에 따라 화재 또한 발생빈도나 규모가 더욱 증가하고 있으며, 화재 시 인명 안전대책은 점점 더 어려워 많은 인명 피해를 내고 있다.

사례로 보자면, 2017년 12월에 발생한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는 29명의 목숨을, 2018년 1월에 발생한 밀양 세종병원 화재는 47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대형 사상자를 낸 이 두 화재의 공통점은 피난 및 방화시설이 훼손되어 비상구 등 피난로 확보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화재에 있어서 비상구 등 피난로 확보는 그 어느 것보다도 중요하다. 화재가 발생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 긴장하여 집단적 패닉(공황, 공포, 당황) 상태에 빠지기 쉬우며 비상구의 위치도 파악하지 않은 채 무작정 화재의 반대편으로만 빠져 나가려고 하고, 심지어는 밖으로 뛰어내리기까지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비상구는 화재나 각종 재난 사고 발생 시 급히 외부로 대피할 수 있도록 특별히 마련한 출입구를 뜻하며, 항시 밖으로 열리는 구조로 성인1명이 빠져 나갈 수 있는 최소한의 크기(가로75cm이상 세로 150cm이상)로 규정하고 있다.

화재로 칠흑과 같은 어둠속에 내가 그 속에 갇혀 있다고 생각해 보자. 한줄기의 생명 빛과 같은 비상구가 얼마나 중요 할까? 생사를 넘나드는 생명의 문 비상구를 폐쇄 및 훼손 등으로 그 기능을 할 수 없게 된다면 귀중한 생명이 그것으로 인하여 사라지고 말 것이다. 스스로의 생명을 보호하고 안전한 곳으로 대피할 수 있도록 해주는 건 오직 비상구뿐이며 이는 곧 생명의 문이다. 비상구의 역할과 용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관리상의 이유로 잠금 또는 폐쇄하거나 주변 적치물로 인해 대피가 어렵다면 '생명의 문'은 '죽음의 문'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서는 피난 및 방화시설의 유지관리 의무를 강조하고 있으며, 소방관서에서도 소방시설 등에 대한 불법행위 신고포상제를 상시 운영 중이다. 신고포상제는 비상구 폐쇄·훼손 등 위반행위에 대해서 시민의 자발적인 신고를 유도하고, 동시에 적정한 포상을 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고질적인 안전 무시 관행을 근절하고, 비상구를 확보해야 한다는 경각심과 안전의식을 확산해,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를 최소화하는 게 목적이다.

하지만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의 규제와 점검만으로는 우리의 안전을 완전히 보장할 수는 없다. 우리 모두가 비상구에 대한 중요성을 스스로 깨달을 수 있는 인식변화가 필요하다. 건축물 관계인은 비상구가 본연의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폐쇄·잠금 및 물건 적치행위를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하며, 수시로 점검 보완해 나가야 한다. 시민들 또한 자신의 안전은 자신이 책임진다는 생각으로 어느 건물을 들어가더라도 최우선적으로 비상구 등 피난로 확인을 하는 안전 생활화 습관을 갖도록 해야 한다.

점차 날씨가 추워지고 있다.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르는 화재 속에서 나와 가족 그리고 우리 모두의 소중한 생명을 살리는 것은 비상구임을 잊지 말고,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으로 생명의 문을 지켜내어 안전하고 건강한 생활을 영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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