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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노사상생을 표방하는 집행부 출범을 앞둔 현대자동차 노조가 구태를 벗지 못하고 또다시 구설에 올랐다. 다름 아닌 근무시간 중 와이파이 사용에 대한 논란 때문이다. 

현대차는 최근 국내 생산공장 와이파이 접속을 휴게시간과 식사시간에 한해 개방키로 하고 지난 9일 자로 근무시간 와이파이 사용을 차단했다. 이 조치에 대해 회사측은 근무시간 중 와이파이를 활용한 스마트폰 사용으로 인해 안전사고 위험이 있고, 품질불량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현대차 노조 하부영 집행부는 오는 14일 예정된 특근을 전면 거부하기로 결정했다. 노조는 사측이 근무시간 와이파이 접속 차단을 풀지 않으면 18일 다시 확대운영위를 열어 이후 투쟁지침을 내리겠다는 엄포를 놓은 상황이다. 

이 소식이 여러 언론매체를 통해 알려지자 관련 인터넷 기사 댓글 창에는 네티즌들의 비난이 폭주하고 있다. 생산직 근로자들이 근무시간에 자동차 조립에 집중하지 않고 와이파이를 사용해 딴짓을 하는 것에 대한 비난이 대부분이다. 한 네티즌은 울산공장 견학 경험을 전하며 자신도 직접 이런 장면을 직접 목격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단협 위반이라는 논리로 맞서고 있으나 여론은 이미 싸늘하게 돌아섰다. 확인 결과 단협 위반도 아닐뿐더러 설령 단협 할애비라 하더라도 이번 와이파이 사태는 사회 통념상 용인될 수 없는 귀족노조의 또 다른 일탈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수많은 제품들 중에서도 자동차는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조립품질이 매우 중요하다. 아무리 자동차 설계를 잘하고 부품의 품질이 좋아도 볼트, 케이블 체결 불량 등 조립에 문제가 있으면 운행 중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도덕적 해이 속에서 노조가 과연 4차산업혁명 시대 생산공정 자동화를 반대할 명분이 있는지, 고용안정을 요구하면서 고용불안을 자초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소비자 입장에서는 되묻고 싶을 지경이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현대차는 2011년 노사협의를 통해 생산현장 와이파이 설치를 처음 허용했다. 회사가 이를 허용해준 데에는 근무시간에 와이파이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노사간 암묵적 신의가 바탕이 되었을 것이다. 주어진 자유를 적절히 통제하지 못하고 남용하게 되면 결국 통제 당하게 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회사가 와이파이 통제에 나선 것은 이런 기본적인 신의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합리적 추측이 가능하다. 

실제로 올해 4월 현대차가 더 이상 추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용기를 냈다는 현대차 아산공장 근로자 A씨는 동료들의 따돌림, 고소 고발 등 불이익을 무릅쓰고 아산 공장의 '부끄러운 실태'를 한 언론 매체를 통해 고발했다. 당시 A씨가 언론에 제보한 사진에는 생산직 근로자들이 근무시간에 휴대폰으로 게임을 하거나 드라마를 시청하는 모습 외에도 동영상을 보며 차량을 조립하는 모습도 담겨 있었다. 아산공장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그동안 끊임 없이 제기되어 온 생산직 근로자의 부적절한 근무태도를 이번 와이파이 사태로 노조 스스로가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준 셈이다. 근무시간이 아닌 시간에만 와이파이를 사용하라는 것이 과연 노조 탄압이고 특근거부까지 결정할 사안인가 묻고 싶다.

하부영 지부장은 올해 임단협을 8년만에 무분규 타결로 이끌며 찬사를 받는 등 귀족노조 이미지와 노조의 사회적 고립을 탈피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러나 이번 와이파이 사태를 내부 자성의 기회로 삼지 못하고 오히려 특근 거부로 맞서면서 그동안 힘겹게 쌓아 온 쇄신 이미지를 한 번에 무너뜨리며 되레 귀족노조 프레임을 더욱 두텁게 만들고 말았다.

임기 말 집행부의 무모한 결정이 내년에 들어설 실리 성향 집행부의 상생의 첫 출발에 찬물을 끼얹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현대차 노조 차기 집행부에 바란다. 노조가 진정 사회적 고립에서 벗어나길 원한다면 이런 작은 내부의 적폐부터 스스로 하나씩 청산하며 새롭게 변화된 모습을 세상에 보여줘야 한다. 아울러 고용을 지켜내기 위해선 그 어떤 완성차 공장 근로자와 비교해 뒤쳐지지 않는 경쟁력을 갖추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직시하고, 보다 합리적이고 노사가 상생 발전할 수 있는 집행을 해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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