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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잠들시간이다. 떨어지는 꽃잎은 예쁘지 않은데 떨어지는 나뭇잎은 저리도 예쁘니 나무들의 반전매력을 내뿜는 시간이다. 매일 지나던  거리가 너무나 아름다워 눈을 뗄수가 없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시간이다. 조금추운 가을 이라 생각하고 있는 나에게 지금 겨울이라고 말하는 짝꿍의 말에 혼자 너무 놀라서 생각해보니 11월이 다 지나가고 있다.  짧은 가을이 아쉬웠나보다.

노란 은행잎만 떨어져있는거리는 노랑나라, 빨간 단풍만 떨어져 있는거리는 빨강나라 라고 외치며 운전을하며 지나가는 단순한 내모습에 스스로 웃겨 키득거리면서 또 한편으론  이런 단순한 행복을 느낄 수 있음에  감사해진다. 어른이 되니 아이처럼 순수하게 행동하고 생각하는것은 불가능해졌다. 별로 웃긴일도 아닌데 배를 잡고 깔깔 거리는 아이의 모습에, 그리 대단한일도 아닌데 저리도 서글프게 우는 아이의 모습에 난 요즘 저렇게 웃고 저렇게 운 적이 있었나.. 그럴때 마다 아이들이 반짝 반짝 빛난다. 어른이 되어간다는게  잠시 서글퍼졌다.

사실 연주회준비로 너무 바빠 계절이 바뀌는지도 몰랐다. 이제 여러가지 일들이 마무리 되고 연주회가 다가오니 계절도 눈에 보이나보다. 이번연주는 '동화'이야기로 기획하였는데 꼬마관객들을 맞이하려니 신경쓸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어른이 되고  동화를 떠올려 본적이 몇번이나 될까? 난 '플란다스의 개'를 읽으면서 펑펑 울었던 기억이 아직도 난다. 꽤 두꺼운 책이었는데,  울고 싶은데 때 마침 그책을 읽어서 그랬는지 아님 내용에 너무 빠져있어서 그랬는지 지금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그게 가장 감동깊었던 나의 마지막 동화책이었던건 기억한다.  

어찌됐건 어른이 되어서 동화를 접하긴 쉽지않다.  동화책 읽어달라고 졸라대는 꼬맹이들이나 있어야 접할 수 있지 그렇치 않고서는 뻔히 알고있는 동화책을 다시 혼자 읽는다는건 보통의 어른에게는 흔치 않을것이다. 오히려 어른이 된 나는 책을 읽는것보다 책표지를 보면서 어릴적 추억에 마음이 따뜻해지거나 그리워진다거나하니말이다. 동화 란 단어를 떠올렸을때  신비한 일들, 행복한일들을 상상할 수 있을것같아서 그누구도 동화를 어렵게 생각하진 않을것 같아 이번엔 동화 를 테마로 음악회를 기획하게 되었다. 제4회 서아름의 이야기가 있는 음악회는 동화구연가 와 두대의 피아노가 함께 들려주는 <신데렐라>이야기 이다. 러시아 작곡가 세르게이 프로코피에프 의 <신데렐라>모음곡을 두대의 피아노로 편곡된곡을 다시 재구성해서 연주하는데 이런식의 연주가 없다보니 기획하는데 어렵기도 했지만 무척이나 재밌었다. 

사실 여기까지 글을쓰고 연주가 끝나고 다시 글을 이어간다. 내가 재밌었던것 만큼 관객의 반응이 기대이상이었다. 특히 우리꼬마관객들이 너무도 훌륭하게 연주회를 감상하다니  놀라웠고  아이들과 함께 별기대없이 왔던 어른들이  훨씬 더 좋아했던 연주회였던 것 같기도하다. 관객들의 반응에 작년 이맘때쯤 기획하기 시작했는데 일년간 헛된일을 하지 않은것 같아 너무도 기분이 좋았다.

프로코피에프의 이 곡이 사실 듣기에 쉽지 않은곡이고 준비하는 과정에 곡이 너무 어렵다는 말이 많아서 기획하면서 그부분을 걱정했던터라 무대에서 연주와 동화구연 그리고 다른요소들이 만나서 함께 듣게되면 괜찮을 거라고 했지만 사실 걱정이 이래저래 많았는데 그렇지 않아서 너무도 다행이었다.  이번연주에 오고싶지만 감사하게도 일찍 티켓이 매진되는 바람에 오지못한 관객들이 많아서 내년겨울 또다시 <신데렐라>라는 공연을 무대에  올리고 싶다는 생각에 공연이 끝났지만 내년준비로 벌써부터 마음이 바쁘다. 공연을 준비하면 늘 클래식무대의 한계를 항상 느낀다.

'어렵지않은 클래식'이 이야기가 있는 음악회의 모토라  그부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또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클래식 연주회는 대중적일 수가 없으니 관객들을 오게하는게 가장 어렵고 입장료문제도 그렇다. 감사하게도 울산문화재단과 울산광역시의 후원으로 이루어진 연주라 수익금을 안내도 상관없었지만 늘 약속의 의미로 입장료를 받고 그 돈은  울산지역의 아동에게 기부해 왔다.  클래식 공연은 무료공연이 많다보니 물론 유명한 스타연주가들은 비싼 티켓값을 받지만 그렇치않은 지역의 예술가들의 공연은 티켓값이 적혀있어도 일반적으로 초대이다 보니 티켓값이 늘 문제다. 돈을 벌기보단 돈을 훨씬 더 많이 쓰게 되니 후원없이 이런무대를 만들 수 있을것인가, 입장료를 얼만큼 올릴 수 있을것인가 생각하니 또 한숨이 절로나온다. 하지만 그래도  공연이 끝나고 다음공연을 준비하는 이시기만큼 행복한 시간이 또 있을까?

겨우겨우 이 글을 마무리 하고 나니12월이 끝나가고 나무는 벌써 다 잠들고 올해도 다 끝나간다. 하지만 여전히 너무도 따뜻한 겨울이다. 날씨처럼  따뜻한 마음 나누는 2019년의 마지막 달이 되길 바라며 ... 토닥토닥 모두들 힘들었지요? 모두 고생했어요. 올해가 끝나는 마지막날 모두에게 동화속이야기 처럼 행복의 마법가루가 뿌려지는 상상을 해보아요. 정말 이루어질 지도 모르잖아요. 올해도 재밌게 글을 읽어주신 여러분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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