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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이 된 조기종식론, 잇단 구설까지 
달구벌방을 다녀온 후로 전전반측이다. 조기종식을 외친 이후 상황이 돌변했다. 아매리국에서 활동사진 경합대회에 나갔던 필림봉공 일행과 나눈 파안대소가 독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젠 우파연합으로 뭉친 지존우파 나발들이 와대상찬에 올린 특급요리 좌파구리까지 조롱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판이다. 하필 익표졸공이 기밀암수로 밀봉해 둔 달구벌방 봉쇄령을 흘렸다. 벌집을 건드린 꼴이다. 외골인영이 모르쇠술로 무마하고 해찬골두가 전면부인술로 진정에 나섰지만 보수나발들의 지역화술은 갈수록 태산이다. 

- 결국 괴질기방(怪疾奇方, 중원에서 전해지는 전설의 괴질 처방술)을 찾아내야 하는 것인가...

재인통부는 북악으로 난 창을 닫고 상념에 잠겼다. 능후보좌는 두손을 모은채 안절부절이다. "벽사단(霹邪丹) 처방으로는 도저히 통제불능입니다" 벽사단. 복신(茯神)과 원지(遠志), 귀전우(鬼箭羽)에 웅황(雄黃) 등 스무가지의 약재를 버무려 용안(龍眼)열매로 말아놓은 환이다. 임진괴질이나 병자괴질 때 벽사단으로 완치한 경험술사들의 기록이 방대했지만 이번에는 불통이다. "괴질기방은 아직 행방을 모른다고 했소?" 재인통부의 여유가 사라진 안광이 능후보좌의 정수리를 찔렀다. "자칫 괴질기방으로 대처하면 중원의 책임론이 부상할 수 있기에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청나라 말기부터 해동죽림의 전설같은 처방으로 전해오는 기문이기에 구할 방법도 현재로선 하세월이기도 합니다. 명을 내리시면 전서구를 띄워 중원도량에 급전으로 구해볼 방안은 있지만…" 능후보좌가 말 끝을 흐릴 즈음 정철측사의 연통이 도착했다. 

"여의합사로 출두하시는게 순서입니다. 좌우마방을 불러 위기극복술을 구사해야 합니다. 강호백성의 생사가 달린 문제니 명분은 충분합니다. 대의를 내세워 무림대회 일전불사는 접고 민생술과 괴질처방술로 일치단결해야 할 때라는 포고문을 내야 합니다. 상옥추제(上屋抽梯 손자병법 28계,지붕으로 유인한 뒤 사다리를 치운다)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우선은 옥상에 올려놓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정철측사는 냉철하다. 위기 때마다 묘안을 내놓는 절묘신공은 야인으로 지낸 세월 동안 절치부심한 내공이다. 근위영민을 불렀다. 섭섭진평의 동향부터 드런대공과 족발왜국의 아배신공까지 동향을 경청한뒤 근위영민을 여의합사로 보냈다. 근위영민의 보고는 이기독설로 가득했다. 무엇보다 섭섭진평의 태도는 당혹스럽다. 골로납균 발원지를 봉쇄한뒤 발병환자 일일보고를 철회했다는 전언이다. 바로 그 뒤처리가 중원의 통제다운 신공이다. 섭섭진평은 나발들이 극성독촉하면 철저히 축소발표하라는 은밀지령까지 하달했다는 전언이다. 발병환자가 급격히 줄었다는 동서양방 통신나발들의 오보가 쇄도하자 슬쩍 어용학자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우한대학당 묘기질공이 일성을 흘렸다. "골로납균의 추이를 살펴보니 원천지는 중원이 아닐 수 있다는 가설에 설득력이 있다는 연구치가 속촉하고 있다" 통신나발이 급전으로 우한부인설을 띄웠다.

며칠전 신출귀몰한 백야 전서구로 교신할 때까지도 열혈동맹으로 동병상련하자 했건만 이제와서 저만 살자는 수작이다. 아배신공은 좌충우돌이다. 요고항 호화범선이 골로납균의 진원지가 된 뒤 봉쇄령 하나로 버텨왔건만 이미 속수무책이다. 하지명월에 오륜대전만 성공하면 영구집권에 통치법전 출판까지 마무리 할 기회건만 난데없는 괴질암수에 정신이 혼미하다. 방법은 하나, 족발왜국의 전통암수를 구사할 때다. 은폐술과 왜곡술을 총동원하라는 지시가 떨어지자 일사불란이다. 괴질창궐은 은폐됐고 발병환자는 자발검진 환자들만 공개하도록 왜곡했다. 효과는 있어 보였다. 연일 공표되는 각국환자수에 족발왜국의 순위는 아래로 처지는 중이라는 낭보가 전해진다. 드런대공만 도와주면 오륜대전의 무산은 피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붙었지만 이번에는 또 어떤 조공물품을 내밀지 걱정이 앞섰다.  

근위영민이 여의합사 회동준비를 마쳤다는 전언을 듣자 재인통부는 와대를 나섰다. 광화평원을 지나 육전거리까지 강호민초들의 발길이 끊겼다. 마부병졸들의 대로방첩이 필요없을 정도다. "음…수상개화(樹上開花 손자병법 29계, 나무에 꽃을 피게 한다) 기묘술을 구사할 때가 온 것인가" 재인통부는 가슴이 답답해옴을 느꼈다.  

여의합사에는 좌우대공들이 이미 진을 치고 있었다. 해찬골두와 교안대행이 자리해 있었고 상정지교는 은근한 미소로 손을 내밀었다. "당장 중원의 댄넘무리들을 월경금지토록 조치하시지요" 교안대행의 일성은 섭섭진평의 춘기방한을 겨냥했다. "골로납균의 창궐초기라면 동의할 일이지만 지금은 이미 때가 아닌 것, 선방으로 제압하려는 기문잡술이라면 거두시길 바랍니다" 낮고 묵직하게, 하지만 예를 다해 답해라는 정철의 진언이 목젖을 건드렸다. 하지만 교안대행의 언사는 시간이 지날수록 언독지술로 파고들었다. "능후보좌와 경화외교는 이번에는 반드시 경질해야 합니다. 통부의 판단을 흐리게 만든 자나 강호민초들의 행차괴변을 자초한 자는 그냥 두어서는 안될 일입니다" 수족을 자르라는 요구는 예상한 바다. 주위상(走爲上 손자병법의 36계, 한발 빼고 물러섬)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정철측사는 연환계(連環計 손자병법 35계, 다른 계책들로 혼전을 유발한다)를 주문했다. 통부가 입을 열었다. "교안대행의 응급술은 잘 들었소. 책임 문제는 상황 종료 후 복기한뒤 처리하리다. 문제는 신천지파가 아니오, 강호 방방마다 암약한 신천지파가 속출하니 그 대책이 우선이오. 신천지파의 창궐은 좌우강호 모두의 위협이니 공동대처가 답이지 않소. 궤멸대책을 위해 여의합사가 특단의 대책을 찾아주길 청하오" 즉각 반발이 나왔다. 우파나발들은 여의합사의 통부일성을 괴질사태의 신천지파 전가술이라 왈부하고 나섰다.

문제는 섭섭진평과 드런대공, 그리고 아배신공이었다. 여기에 배털남국의 배은망덕은 가관이다. 한류본산으로 자처하며 은혜대국이라 칭하던 대한민국을 빗장걸고 온몸으로 막고 나섰다. 골로납균이 명분이지만 어이없는 자충수다. 여기에 드런대공은 발표와 달리 대한민국과 거리두기를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아매리국은 대한민국와 이달리국을 콕집어 경계 4단을 시행하기로 했고 아배신공 역시 기다린듯 입국금지를 선언했다. 문제는 애초 골로납균 발원지인 중원에서 뒤통수를 후리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투량환주(偸梁換柱 손자병법의 25계, 대들보를 훔치고 기둥을 빼낸다) 잡술을 조심해야 한다는 무현대부의 언질이 아른거렸다.
 

김진영 이사겸 편집국장
김진영 이사겸 편집국장

어디서부터 뒤틀렸는가. 골로납균이 창궐 조짐을 보일 무렵 혜민서 현장의공들이 중원 전역의 월경 금지를 주장했을 때가 적기였다. 이 시기를 놓치자 강호에 혼란이 덮쳤다. 중원은 도리어 역유입을 막기 위해 천공수송선의 진입을 봉쇄하고 다른 경로로 월경하는 이들을 격리하고 나섰다. 대한민국 여행자로 먹고살던 지역마방의 기세가 오히려 극성이다. 산둥마방 등 상당수가 대한민국 여행객을 강제 격리하고 월경금지를 금줄로 쳤다.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것이 능후보좌다. 며칠전 와대회합에서 구설에 오르지 말것을 경고했건만 곳곳에서 설화가 터지는 양상이다. 능후보좌의 구설은 타격이 만만찮다. 울산갑윤의 맹공에 흥분지수를 올린 것이 화근이다. 입마개를 벗어던진 울산갑윤의 계산된 공세에 애송이 장수는 속수무책이었다. "중원봉쇄가 답인데 왜 사대잡술로 수모를 당하냐"는 갑윤공의 표독스런 공세에 능후보좌는 선을 넘었다. "아니오. 가장 큰 원인은 중원에서 들어온 우리 강호백성이오" 능후보좌는 괴질 확산이 중원에서 들어온 우리 강호백성이라고 외쳤다. 아뿔사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다 원순좌랑과 이중재명은 연일 대권행보에 신바람이다. 다시 북창을 열어젖힌 재인통부가 삼청세균을 호출했다. "달구벌방에 뼈를 묻을 각오로 수습책을 찾으시오" 묵묵히 듣고 있던 삼청세균은 고개를 떨구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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