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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5부제 시행 첫날인 지난 9일 울산 남구 삼산동의 한 약국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길게 줄지어 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유은경기자 2006sajin@
마스크 5부제 시행 첫날인 지난 9일 울산 남구 삼산동의 한 약국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길게 줄지어 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유은경기자 2006sajin@

#모든 시작은 언제나 미미했다
겨울이 끝나갈 무렵, 우리는 중국발 이상 징후를 감지했다. 공항에 발열 감지기가 들어섰고 체온을 제기 시작했다. 중국 우한이라는 곳에서 하룻밤에 수백명씩 죽어나가는 일이 일어났다는 보도가 잇따랐고 우한폐렴이라는 용어도 들려왔다. 그리고 한 달, 공항의 발열감지기는 갖다 댈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인적이 끊겼다. 세계 130여 개 국가가 대한민국 사람의 입국을 제한하고 50여 개 국가는 아예 입국을 거부하고 나섰다. 한 달 전, 몇 백 명씩 죽어 나가던 중국은 대놓고 방역에 성공했다며 자화자찬(自畵自讚)에 열을 올리고 정치지도자를 우상화 시키는데 열중하고 있다. 우한 폐렴이라는 용어는 검색어에서 삭제시키고 철저하게 보안과 감시를 강화하는 중국의 차단정책은 효과를 보는 듯하다. 철저하게 통제하는 사회에서 더 이상 여러 가지 정보는 흘러나오지 않는다. 정보가 차단되니 그 많던 우한의 병상과 환자들은 더 이상 세계인의 관심사가 아니다. 정보의 홍수인 시대에도 통제가 효과적이라는 역설을 보여주는 나라가 중국이다. 

#코로나가 절호의 기회인 사람들 
코로나 19라는 이름을 부여받은 우한폐렴은 발생 석달이 채 안돼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다. 창궐조짐을 보였던 겨울의 끝자락, 우리는 또다시 질병과 정치가 결합하면 괴질로 발전한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체득했다. 아베 이야기다. 요코하마에 정박한 호화 유람선에서 시작된 일본의 코로나 감염은 초기 대응 실패로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 정확하게 말하자면 아베 내각은 여전히 심각해 보이지 않다. 적어도 겉으로는 여전히 변죽만 울리며 태연한척 하기로 한 것이 아베 내각의 코로나 대응법이다. 하지만 여론은 다르다. 일본의 언론과 의료계는 아베 내각의 코로나 대처방법을 안이하고 비과학적이며 무능하다고 연일 삿대질이다. 그러자 대뜸 화살을 문재인 정부에 날렸다. 한국인 전면 입국금지라는 초유의 초강수를 두며 여론 무마에 나섰다.

위기 때마다 한국을 밟고 가려는 아베의 근성이 또 한번 발휘되는 장면이었다. 그러면서 슬쩍 일본은 여전히 삼각한 상황이 아니라며 불안한 한국인들을 막으면 코로나 확산을 극복할 수 있다는 식으로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솔직한 속내도 드러냈다. 언론과의 회견에서 아베는 도쿄 올림픽을 무사히 치르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아베는 도쿄 올림픽을 예정대로 개최하는 것이 가능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협력해 코로나19 확산을 막고 올림픽을 무사히 예정대로 개최하겠다"고 단호하게 발했다. 아베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림픽 1년 연기를 거론한 것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 회담에서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양국이 노력하기로 의견 일치를 이뤘다. 올림픽 연기나 취소는 대화의 주제가 되지 않았다"고 말을 돌리기도 했다. 하지만 아베는 감염자에 대한 진단이나 조사를 턱없이 작게 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일본의 의학계에서는 당장 한국만큼 진단에 나설 경우 일본의 코로나 환자 수는 지금의 수십배로 뛸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딱한 일이지만 올림픽을 위해서는 자국민의 건강 문제도 은폐와 왜곡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놀라운 정치철학을 보여준 셈이다. 

질병을 정치에 이용하는 이들은 아베에 그치지 않는다. 우리 사회에서도 이번 사태를 자신의 정치적 입지 넓히기에 이용하는 이들이 줄을 서고 있다. 바로 그 첫 주자가 이재명 경기도지사다. 이재명 지사는 정치적 촉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사람이다. 바로 그 촉이 이번에는 빛을 발했다. 이 지사는 코로나 사태 초기부터 전면에 나섰다. 무엇보다 신천지를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전면적인 공격적 행보를 보인 것이 지지층을 끌어모았다. 이재명은 사태 초기에 신천지 과천본부를 긴급 강제조사해 신도 명단을 확보했다.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이 코로나19 검사를 위한 검체 채취를 거부하자 그는 방송카메라를 앞장세우고  직접 경기 가평의 신천지 연수원으로 출동하는 황당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바로 그 광폭행보는 정치적 함량과도 직결됐다. 이재명은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를 제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이 지사가 정치적 존재감을 드러내는 데 신천지를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이어지는 상황이다. 미 뉴욕타임스는 이 지사가 신도 명단을 확보하겠다며 신천지 본부에 간 것을 '쇼'라고 지적했고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포퓰리즘도 적당히 하라. 정치 말고 방역을 하라"고 썼다. 

평가야 어떻든 안달이 난 쪽은 박원순 서울시장이다. 얼마전까지만해도 광화문 광장의 태극기 천막 철거와 행정대집행으로 진보의 아이콘이 된 자신이 이재명 지사에 밀리자 이번에는 신천지를 타깃으로 확실하게 잡았다. 이만희 총회장을 살인죄로 고발하고 체포작전에 들어갈 듯한 액션도 취했다. 특히 그는 전국 광역단체장으로는 처음으로 신천지의 법인 허가를 취소하는 절차에 나서는 등 직접적인 행동에 들어간 양상이다. 박원순과 이재명 등 일부 단체장들의 과잉대처가 옳다는 지적도 있지만 무엇보다 여론에 편승하거나 정치적 목적을 가진 행동이라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은 짚어야 할 대목이다. 감염 확진자가 무더기로 쏟아진 신천지에 대한 대중의 혐오감을 정치에 이용해서는 안된다는 게 비판의 핵심이다. 이 문제에 편승해 일부 지도자들이 개인 정치를 하는 것이나 그런 행동으로 비춰진다면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명단을 숨긴거나 공개를 거부한 신천지에 대해 책임은 별도로 물어야 하지만 바이러스에 걸린 사람 자체를 두고 마치 좀비처럼 몰고 가거나 특정 그룹을 좀비 집단으로 몰아가는 언행은 말 그대로 마녀사냥이라는 지적이다. 어쩌면 이들의 행태는 두고두고 사지백체의 함량으로 비웃음 거리가 될 수도 있는 일이다.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
이번 코로나 19 사태로 우리는 정말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대한민국에 살게 됐다. 그 적나라한 현장이 바로 마스크 대란이다. 방역 당국인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1월 20일 첫 국내 확진자가 나온 이후 "건강한 일반인은 일상생활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되고, 의료기관에 가거나 호흡기 증상이 있을 때 KF80 등급 이상 보건용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안내했다. 하지만 불과 이틀뒤 식약처는 "감염 예방을 위해서 'KF94' 'KF99' 등급 마스크를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KF94나 KF99는 오염 물질을 94%나 99% 걸러주는 보건용 마스크다. 식약처가 이같이 차단율이 높은 마스크 사용을 권고하면서 보건용 마스크 수요가 급증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박원순 서울시장 등은 지난달 5일 성동구보건소 현장 방문 당시 보건용 마스크를 쓰고 나타났다. 이후 국내 마스크 품귀 현상이 심각해지자 정부와 정치인은 '굳이 보건용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고, 마스크 재활용도 가능하다'고 돌변했다.
 

김진영 이사겸 편집국장
김진영 이사겸 편집국장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것은 여당 대표였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마스크 1장으로 3일 써도 된다"고 말했다. 뒤이어 이의경 식약처장은 "(방한용) 면 마스크를 써도 된다"고 했다. 질병관리본부는 면 마스크 사용은 권하지도 않고 보건용 마스크는 재사용하지 말라고 하는데 정부의 책임 있는 인사들이 혼란을 부추긴 셈이 됐다. 정부가 처음에는 일반인은 쓸 필요도 없는 보건용 마스크를 쓰라고 이야기 하며 현장에서 모두 마스크를 쓰고 나타났다가 어느날부터 쓰지 말라, 안해도 된다는 식으로 해버리니 혼란이 더 커졌다. 결국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은 국민 불안감으로 이어졌고 코로나 공포에 빠진 국민들은 일단 마스크부터 챙기겠다고 새벽부터 줄을 서는 기현상이 벌어진 셈이다. 마스크가 곧 풀린다는 '희망고문'이 번복되면서 새벽부터 줄을 서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고 이제는 5부제로 두 장씩 판매하는 일까지 일상화 됐다. 정말 문재인 정부는 대한민국 국민들을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에 살게 만들어 주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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