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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로납균 안정관리 구원요청 쇄도
춘삼월 중반을 넘기자 골로납균의 창궐지세가 완만국면으로 변했다. 달포남짓 위기의 연속이었다. 재인통부는 지난 몇주간 숨가쁜 흐름이 꿈만 같았다. 어제는 천하 20방과 영상신기방으로 절묘대담까지 나눴다. 드런대공의 낯빛이 유난히 어두웠지만 엄지를 추켜세우며 재인통부를 거들었다. 

아배신공은 말수가 확 줄었다. 하지명월 오륜대전이 끝내 무산되자 잡술로 버틴 장기집권술이 바닥을 드러낸 모양이다. 중동열국과 남미원국들은 재인통부에게 연신접술로 단독 영통을 희망했다. 골로납균 안정관리 비법술을 나눠 갖자는 통사정이다. 경화외교가 질서잡술로 의기양양이다. 어찌 오늘이 있을 수 있었나. 위기의 연속이었다. 

불과 몇주 전, 능후보좌의 잇단 구설에 사대잡술이 흔들리자 골로납균은 기세가 등등했다. 벽사단으로 버티던 현장의공들이 기다리던 괴질기방은 결국 중원봉쇄로 불가능했다. 임진괴질이나 병자괴질 때는 잘 먹히던 약재가 골로납균에 통하지 않는 이유를 밝히지 못했다. 어쩔 수 없다. 와대외박의 업적이라는 매로처방을 허락할 수밖에 없는 일. 정철측사의 절묘신공이 필요할 때다. 

바로 그때, 근위영민이 재인통부 앞에 섰다. "진단단자의 대중화는 와대외박 시절의 공이지만 재인통부의 취임일성이 재인건강 백세접술 아닙니까. 격리공법과 진단공법을 병행하며 강호통행금지령으로 조기수습책을 공표함이 우선입니다." 재인통부의 입가에 미소가 돌자 근위민영은 때가 왔음을 직감했다. 얼마만인가. 정철측사와 해찬골두에 밀린 시간동안 재인통부는 눈빛도 스치지 않았다. 무림대회전이 끝나면 시골로 돌아가야 한다는 위기감이 팽배했는데, 골로납균이 기회를 준 셈이다. 근위민영은 내친 김에 한마디 더 보탰다. "매로처방은 외박의 전리품 느낌이 도는지라 이번 기회에 재인시약으로 이름을 고쳐 부르게 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이미 세계보건청에 시약 등록 절차를 밟은 직후였다. 

주도면밀. 와대입성 이후 얼마간 방향을 잡지 못했지만 이제 손바닥 안이다. 정철측사나 해찬골두 쯤은 수가 읽힌다. 근위영민의 말이 끝나자 오랜만에 재인통부의 환한 눈빛이 근위영민을 향해 쏟아졌다. "일거양득 아니오. 이제 돌발변수를 막으면 되는 일" 능후보좌 등 측근 몇몇의 입단속이 중요한 시기라는 언질로 들렸다. 좌성나발이 요긴했다. 어준나발과 시민나발은 물론 유사좌성 나발 모두를 총결집해야 할 시점이다. 근위영민은 삼월급하 벽두에 전서구를 띄웠다. 

- 천하 20방 영상신기 절묘대담에서 재인시약의 원조애걸이 쇄도했소. 재인통부의 괴질안정책을 비법으로 명명한 세계보건청의 특허인증이 천하 20방의 절대찬양으로 공표됐으니 이를 모든 좌성나발은 강호곡곡 민초들이 걸개로 추앙하게 만드시오. 청구, 황구, 백구 세 마리 전서구가 북악을 돌아 남산 쪽으로 향하자 일출의 서광이 전율했다. "이제 재인통부의 우측심방은 내자리인가…" 근위영민의 입가에 슬핏 미소가 돌았다.

#삼고초려, 종인대인을 얻은 교안
위기다. 형오대부의 중도사퇴에다 선교충심의 배신까지 내상이 깊다. 유철우사와 도읍검관의 수습책으로 출혈은 막았지만 지난 밤 출전무사 선발 통문을 일방결정으로 통지한 것은 후유증이 상당할 것이라는 보고다. 문제는 내부분란이 아니라 천하좌방의 기세등등이다. 절대묘수가 필요하다. 며칠전, 도읍검관이 가져온 무율거사의 비첩은 아직 두장이 남았다. 마지막 두장은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만 펼쳐라는 선사의 경구가 아른거렸다. 지금이 절체절명아 아닌가. 교안행수가 비첩방에 손을 얹자 형준합공이 나섰다. "아직은 때가 아닙니다. 곤수유투(困獸猶鬪)라 하지 않았습니까. 위기가 곧 기회를 가져다 주는 법. 종인대인을 모셔야 합니다." 

"이미 버린 패가 아니오" "아닙니다. 버린 게 아니라 밀린 것이지요. 명분이 약하니 대인이 움직이지 못한 것일 뿐, 명분을 주면 언제든 우리 쪽에 손을 내밀 어른입니다. 4년에 한 번, 대인의 운행은 반드시 움직이게 되어 있으니, 삼고초려의 모양을 취한다면 대인을 얻어 변화상술을 구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삼고초려. 그래, 달포 전 신새벽에 마포나루에서 국밥으로 친견한뒤 아직 제대로 자리를 걸고 봉양의식을 치르지 않았던 게 패착이다. 지금 실기하면 정말 무율거사의 비책을 조기에 사용해야 할지도 모르는 일. 교안행수는 형준합공을 앞세우고 종인대인의 종택으로 향했다. 바로 그 시점이 좌성나발의 절묘대담술이 퍼지는 날이었다.     

첩첩산중이었다. 종인대부가 누군가. 잔불세력이 광화평원을 점거한 뒤 천하무림대회에서 좌방의 전술비책을 움켜쥔 인물이다. 오늘의 재인통부를 만들어 낸 책사가 바로 종인대부 아닌가. 그 대인이 위기의 지존우파를 살려내는 응급신술을 구사한다면 마땅히 명분이 분명해야 하는 법. 명분이 없다면 아무리 승냥지세인 강호라도 이를 묵과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형준합공에게는 계획이 있었다. 구기종택을 향하기 전날 밤, 형준합공은 도읍검관과 유철우사를 불러 밀봉서를 작성했다. "미래통합 전권통수, 골로납균 파탄경제" 여덟글자였다. 재인통부는 교안행수가 내민 밀봉서를 받아들고 내실에서 한식경을 보낸 뒤 교안행수를 다시 불렀다. 그리고 잠시 뒤, 형준합공에게 필기나발과 영상나발을 모두 들이라고 명했다. 

"나 교안은 오늘로 총괄대부직을 내려놓고 종로출전 검법 비술 연마에 집중할 것이며 사월무림대회전의 모든 권한은 종인대인에게 넘기기로 결정했소. 특히 오늘로 종인대인은 종인총괄로 이름을 바꾸기로 한바, 모든 나발은 이제부터 미래통합의 간판을 종인총괄에 맞춰주길 희망하오." 

비장한 선언이었다. 불과 얼마전까지 영호공사의 강남공천을 두고 자격운운하는 통에 분란만 빚어오다 골로납균 창궐에 무사선발 내홍까지 겹치면서 혼동지수만 올라 사라진 패가 아니었나. 문제는 백전노장의 무림비책 가운데 아직 남은 비법술이 얼마나 되느냐였다. 종인총괄. 와대외박의 경제사부에서 천하좌방의 집권대부로 구사해온 신기전술이 무궁무진한 인물이다. 와대외박의 경기부양술에 회의론을 꺼내며 고언직설을 날렸지만 외박이 순실잡녀의 감언이설에 놀아나자 결국 결별하고 천하좌방에 몸을 의탁했다. 그 때 삼고초려 했던 인물이 지금의 재인통부다. 철수회군의 등장으로 호남강호가 흔들리자 재인통부는 종인대인을 삼고초려로 모셨고 결국 인적쇄신술로 천하양분의 선주마방을 차지했다. 이 때문에 미래통합에서는 종인총괄이 지존우파의 깃발을 흔들면 재인통부의 비결서책들이 추풍낙엽처럼 떨어지는 상황이 오리라는 계산을 하고 있었다. 

종인총괄은 강호의 이런 기대를 알고 있다는 듯 나발앞에 공식일성으로 "미래통합 전권통수, 골로납균 파탄경제" 여덟글자를 펼쳐보였다. 바로 형준합공이 밤을 새워 적은 비책이었다. 그 비책이 종인총괄에게 명분이 됐고 그 여덟글자가 조화술을 부려 종인총괄의 무림선발비술로 둔갑할 판이었다. 종인총괄의 일성은 요란했다.

"나 종인총괄은 사대무림 전하지존들에게 통보한다. 오늘부로 미래통합의 전하전권은 나 종인의 손아귀에 있다. 이 전권을 골로납균의 창궐로 도탄에 빠진 강호 민초들에게 제대로 구사해 파탄경제를 부흥하는 절묘신수로 구사할 것을 맹세한다"
 

김진영 편집이사 겸 국장
김진영 편집이사 겸 국장

전날 전서구의 전통으로 교안의 행보를 전해들은 무율거사는 밀봉함에서 죽간 하나를 꺼내들었다. 죽간을 다시 펼친 무율의 미간에 알수 없는 흔적이 스쳤다. 

- 준주 궤이 용부 납약자유 종무구(樽酒 櫃貳 用缶 納約自有 終无咎) 위기는 누구에게나 찾아 오는법, 위기를 다시 기회로 만드는 일은 지극한 정성과 내밀한 진심으로 올린 밥 한그릇이면 족하는 법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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