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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ST 유전자분석, 재입증된 혈통
지난주 울산에서는 인류의 뿌리에 관한 엄청난 연구 성과가 나왔다. 한국인이 수만년간 혼혈로 진화된 다인족 민족이라는 결과다. 이 연구는 4만년간의 유전체 게놈분석으로 이뤄졌다. 박종화 UNIST 생명과학부 교수가 주축이 된 연구팀은 158명의 현대인과 115개의 고대인 게놈(genome·유전체)을 분석해 결과를 도출했다. 연구에 따르면 한국인은 동남아시아시아에서 유래해 석기시대에 시베리아 등 북아시아지역까지 널리 퍼져있던 북아시아인 인구집단(선남방계)과, 약 3,500년전 남중국에서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로 급격히 팽창한 새로운 인류집단인 후남방계가 혼합됐다는 설이다. 연구팀은 현대 한국인 게놈은 러시아 극동지역의 '악마문동굴'에서 발굴된 8,000년전 북아시아 신석기인과 3,500년전 철기시대에 현재의 캄보디아에 살았던 '밧콤노우인'의 게놈을 융합한 결과가 가장 비슷하다는 결론을 찾았다. 한국인은 생물학적으로 아프리카에서 출발해 수만 년 동안 동아시아에서 확장·이동·혼혈을 거쳐 진화한 혼합 민족이라는 이야기다. 물론 이번 연구에서는 그 주류가 혼혈 남방계라는 사실을 추론했고 북방계 보다 남방계의 혼용이 많다는 가설을 세웠다. 하지만 결국 이 가설의 핵심은 북방계와 남방계가 오랜 세월 뒤엉킨 복합유전체가 한민족의 뿌리라는 사실이다.  

여기서 놀라운 것은 이같은 연구팀의 과학적 분석 이전에 울산에는 이미 뚜렷한 인류이동의 증좌가 남아 있다는 점이다. 바로 반구대암각화다. 필자가 10여년 전부터 언급한 이야기지만 울산은 한반도 인류사의 타임캡슐이다. 한민족 주류의 기원이 다민족 다인종의 교류에 의한 다원화에 있다는 것은 이미 정설이다. 오늘날 한반도를 중심으로 살고 있는 한민족은 혈통적으로 몽골로이드계 인종에 속한다. 몽골로이드계 인종이란 오늘날 인류의 직계조상으로 간주되는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가 출현한 후, 지금으로부터 10만 년∼5만 년전부터 이 땅에 살았던 사람들로 학계에서는 추정한다. 최초의 원주지인 아프리카 중부지역을 떠나 오늘날 바이칼호를 축으로 그 연안과 동부지역에 자리잡은 인종집단이 그들이다. 

울산의 해안 쪽을 살펴보자. 바로 황성동 해안가에서 만나는 신석기 문화의 원형이다. 지난 2009년을 전후해 울산 신항만 연결도로 등이 곳곳에 개설되기 시작했다. 이때 조개무더기와 모래로 뒤섞인 땅속에서 예상치 못한 고래 뼈가 출토돼 학계는 물론 울산시민들을 흥분의 도가니 속으로 몰아넣었다. '골촉 박힌 고래 뼈'가 바로 그것이다. 이 매장물은 신석기인들이 사슴 뼈를 뾰족하게 가공한 골촉으로 그간 논란이 돼 왔던 신석기시대 포경 활동에 대한 적극적이고 실물적인 증거였다. 바로 황성동 인근 성암동 패총에서는 신석기인들의 생활 폐기물이 쏟아졌다. 고래잡이 문화의 원형이자 남방계 인류의 한반도 유입이 확인되는 증좌다. 이 증좌는 그대로 반구대 바위그림의 한 축에 등장한다. 고래사냥과 어로도구, 수렵과 사냥법이 기막힌 도록으로 새겨져 있다. 아프리카 중부지역에서 출발한 최초 인류의 무리들이 바다 쪽으로 진출해 인도양과 남태평양을 근거로 해양문화를 일으켰다. 그 문화의 흔적이 인도네시아와 뉴질랜드 등에 근거를 둔 폴로네시안 문화권이다. 그 중에 한 집단의 무리가 나무배나 가죽배를 타고 고래를 따라 북으로 이동해 새 터전을 삼은 곳이 울산이다. 가설이 아니라 증명됐다. 이번 유전인자 분석은 우리의 오래된 과거를 뚜렷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또 다른 뿌리가 북방계의 남하다. 이 장면에서 등장해야 하는 것이 바로 철기문화다. 그 증좌는 반구대암각화 상류에 위치한 천전리각석에 새겨져 있다. 바로 이곳에서 신라 6부족의 하나인 사탁부의 흔적이 남아 있다. 사탁부 출신 법흥왕의 기록이다. 법흥왕의 부친인 갈문왕과 사촌누나가 놀러와 새긴 명문과 갈문왕 일행이 법흥왕 26년 여름날 다시와 기록한 추명이 뚜렷하다. 명문 중에는 사탁부(沙啄部)라는 부명이 여러 번 언급돼 있다. 이것은 이곳이 신라 6부의 하나인 사탁부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장소임을 뜻한다. 이곳은 사탁부의 고유 종교의식이 행해지던 성지였을 가능성이 높다. 진한 6부(辰韓六部) 또는 사로 6촌이라 부르는 신라의 출발에서 사탁부는 돌산(突山)의 고허촌(高墟村)에 기반을 둔 세력으로 훗날 사량부(沙梁部)로 경주 내남과 울주군 두서, 두동이 기반이다. 사탁부는 지증왕 이후 왕위에 오른다. 지증왕, 사부지갈문왕, 법흥왕, 진흥왕 등은 사탁부 출신이다. 이들의 남성유전자에는 C-M217 형이라는 특징이 나타난다. 이 유전자는 바이칼호 주위에 가장 많고 북미에도 나타난다. 북방계의 거점이었다는 의미다. 

또 다른 한 뿌리는 지금의 양상시 웅상지역에 위치한 우불산 신사와 울산 웅촌의 검단리 유적이다. 우불산 신사는 울산에 북방계 민족이 내려와 소국 형태의 집단을 이룬 최초의 모습을 보여주는 장소다. 삼국사기에 의하면 삼한시대 진한 땅에 우시산국과 거칠산국(居柒)의 두나라가 있었는데 신라 석탈해왕 때 거도(居道)라는 사람이 마숙의 전법을 써서 두 나라를 정복한 일이 있었다. 이때 정복한 거칠산국은 지금의 동래이고, 우시산국은 치소(治所)를 웅촌면 검단리에 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시산국은 탈해왕 때 신라에 정복 된 후 '우화'라는 이름을 거쳐 경덕왕 때 '우풍'으로 불렸다. 우시산(宇尸山)은 어조사 '우'와 죽음 '시', 뫼 '산'으로 이뤄졌다. 울산(주)의 '울'은 우시산의 우와 시(ㄹ 표기)가 합쳐져서 '울'이 되었다. '울'은 울타리를 뜻하는 우리말을 한자어로 표기 한 것으로 우시산국은 '산이 울타리처럼 둘러싼 나라'의 의미이다. 바로 여기에 북방문화의 한 축이 울산의 문화원형에 스며들어 있다는 증좌가 드러난다. 

울산은 1만년 이상의 오래전에 북방계 인류와 남방계 인류의 만남이 이뤄진 장소다. 그 자리 위에서 원시국가와 삼한, 신라 1,000년의 영광이 함께했고 대한민국 산업화 반세기를 주도했다. 전국의 지자체들이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지역의 정체성을 확고하게 하는데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울산처럼 풍부하고 특별한 문화적 자산을 가진 도시는 드물다. 바로 그 중심에 북방계 인류의 철기문화와 남방계 인류의 고래잡이 문화가 튼튼한 두 기둥으로 버티고 있다. 

김진영 이사 겸 편집국장

이번에 UNIST 박종화 교수팀이 규명한 유전자 분석에서 등장하는 한국인의 게놈 지도는 이같은 여러 정황을 끈끈하게 이어준다. 연구에 나온 러시아 극동지역의 '악마문동굴'과 그 동굴에서 발견된 8,000년전 북아시아 신석기인, 그리고 남아시아 캄보디아에 살았던 '밧콤노우인'의 유전인자가 뒤엉킨 결과물은 그래서 놀랍지 않다. 울산의 북방 문화를 설명할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석탈해다. 석탈해는 북방민족의 후예로 신라 땅에 들어와 그들이 사용했던 철기문화를 활용할 수 있는 울산 달천을 그 근거지로 삼아 세를 불렸다. 놀라운 것은 석탈해의 근원이다. 신화로 기록된 석탈해의 난생설화는 시베리아 동단, 캄차카반도부터 유라시아 중심, 알타이를 거쳐 훈족의 말발굽이 닿던 동유럽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는 결국 오랜 세월을 거쳐 북방계의 인적교류가 하나의 길로 이어져 내려왔음을 잘 말해준다. 고고학과 인류학을 연구하는 연구자들은 청동기 시대부터 시베리아 동북쪽 해안에서 한반도 해안에 이르는 해안길을 주목한다. 암각화는 대표적인 그들의 표식이다. 해안을 중심으로 이동했던 무리들은 북쪽의 연해주와 캄차카, 그리고 알래스카를 넘어 북미대륙으로 진출했다는 설은 이미 정설로 굳어지고 있다. 그 문화 유전인자의 족적이 암각화와 청동기, 철제 도구들로 오늘의 인류에게 자신들의 뿌리를 웅변하고 있다. 바로 그 웅변의 쩌렁쩌렁한 소리가 들리는 곳이 울산이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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