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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천 하상정비사업의 무리한 공사로 하천 생태계 파괴는 물론 태화강 바지락 씨조개 어장이 황폐화로 존폐 위기에 놓이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사진은 (왼쪽)동천 준설공사로 모래층이 사라지고 수질 오염 등 하천 생태계가 변한 동천과 (오른쪽)3구간 준설공사를 앞두고 있는 동천 모습.  유은경기자 2006sajin@
동천 하상정비사업의 무리한 공사로 하천 생태계 파괴는 물론 태화강 바지락 씨조개 어장이 황폐화로 존폐 위기에 놓이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사진은 (왼쪽)동천 준설공사로 모래층이 사라지고 수질 오염 등 하천 생태계가 변한 동천과 (오른쪽)3구간 준설공사를 앞두고 있는 동천 모습. 유은경기자 2006sajin@

울산시가 환경단체의 반대를 제치고 밀어붙인 동천 준설공사가 하천 생태계 파괴는 물론 돌이킬 수 없는 부작용까지 낳고 있다.
태화강 합류부에서 북구 농소까지 장장 10㎞에 걸쳐 총 60만㎥의 모래를 파내는 대대적인 공사인데, 상·하류에 직접적인 환경 변화를 초래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해 환경영향평가는 필수였지만, 재난 예방을 명분으로 이러한 절차는 생략됐다.
 
# 백사장 사라진 강물 악취 등 오염 확연
물론 이 공사로 동천의 홍수 걱정은 덜게 됐다. 하지만, 문제는 전체 구간의 공사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동천 하류의 생태계 변화로 전국 최대 바지락 씨조개 어장이 존폐 위기에 놓였다.

15일 준설공사가 끝난 동천 하류 내황교에서 북구 시례잠수교까지 현장을 확인한 결과, 하류 하천 중앙부에 흙층만 군데군데 남아 있었고, 강물은 악취가 날 정도로 탁했다. 또 동천교와 이예교 등 교량 아래에 모래톱이 일부 남았을 뿐, 넓게 펼쳐져 있던 천혜의 백사장은 사라진 상태였다. 특히 수질을 정화하는 필터 역할을 하던 모래층이 사라지면서 하류의 수질은 육안으로도 오염상태를 확인할 수 있었고, 배를 드러낸 물고기도 발견됐다.
 
특히 주목되는 점은 동천과 태화강이 만나는 하류부의 생태계 변화다. 준설로 모래층이 침식돼 철새 서식지 환경은 악화일로 상태였다. 모래층에 자라는 물억새 대신 뻘층에 자라는 부들과 같은 식물이 목격됐다.
 
# 울산시, 모래 매각 9억여원 수익
여기에다 더 큰 문제는 백로·떼까마귀와 함께 태화강 3대 보물로 꼽히는 태화강 하구의 바지락 씨조개밭이 동천 준설공사 이후 황폐화된 점이다.
 
물론 두 사안의 인과관계가 확인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개연성을 점쳐볼 수 있는 점은 공교롭게도 동천 지방하천 하상정비사업 1·2구간 공사가 끝난 시점과 바지락 씨조개 채취조업 중단 시기가 일치한다는 사실이다.
 
동천 삼일교에서 태화강 합류부까지 3.66㎞ 1구간 준설공사는 2017년 11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진행됐고, 삼일교에서 시례잠수교까지 2.74㎞ 2구간 공사는 지난해 3월에 착수해 올해 3월 끝냈다.
 
울산시는 2년 4개월간 진행한 동천 준설공사에 21억 2,400만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총 37만 8,000㎥, 25톤 덤프트럭 2만1,000대 분량의 모래를 퍼낸 뒤 이를 매각해 30억 2,600만원의 수입을 올렸다.
 
그런데 태화강 하구 바지락 씨조개 채취도 동천 1·2구간 준설공사가 끝난 시점부터 조업이 중단됐다. 최근 7년간 태화강 하구의 바지락 씨조개 생산량은 2014년 282t이던 것이 2015년 63t으로 준 뒤 태풍 '차바'가 울산을 강타한 2016년에는 15t으로 급감했다. 이어 2017년 67t, 2018년 82t으로 차츰 회복되던 생산량은 지난해와 올해 아예 조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
 
# 공사구간 3개로 쪼개 '응급조치' 강행
태풍 '차바' 때 바지락 씨조개밭의 모래층이 쓸려나가면서 생산량이 급감했는데, 지난해부터는 어장의 모래층이 사라지기 시작해 뻘층만 남아 씨조개가 자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태화강 하구의 모래층은 거의 전량 동천에서 유입되는데, 준설 공사가 바지락 씨조개밭을 황폐화시켰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향후 전문가 조사를 통해 동천 준설공사가 바지락 씨조개 조업 중단의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 울산시는 책임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동천 준설공사에 따른 환경변화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울산시 스스로 이 기회를 날렸다는 점도 적지 않은 행정 실책으로 꼽힌다.
 
현행 환경영향평가법에선 하천의 경우 10㎞ 이상 공사는 환경영향평가를, 공사면적 1만㎡ 이상은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울산시는 전체 하천연장 9.9㎞를 3㎞ 안팎씩 3개 구간으로 쪼갠 뒤 환경영향평가를 받지 않아도 되는 예외 규정인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37조에 따른 응급조치를 위한 사업'이라는 점을 내세웠다.
 
# 시, 무리한 하상정비사업 '도마'
하지만 울산시가 사업 강행을 위해 동원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37조 7항에선 재난 발생을 예방하거나 줄이기 위해 필요한 사항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이라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울산시의 동천 준설공사가 환경영향평가를 받지 않아도 되는 '응급조치'인가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응급조치로 보기엔 공사 규모가 방대하고 공사기간도 3년 넘게 걸리는 장기 사업이라는 점이다.
 
울산시 주장대로 환경영향평가를 받을 시간적 여유가 없는 급박한 공사였다면 공사 구간을 3개로 나눠 연차사업을 벌일 게 아니라 전체 구간에 걸쳐 동시다발로 공사를 발주해 신속히 끝냈어야 했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은 문제가 된 울산시의 동천 지방하천 하상정비공사가 환경영향평가를 받지 않아도 되는 '재난 예방을 위한 응급조치'인지를 들여다보겠다고 했다.
 
바지락 씨조개 어장을 관리하는 태화강내수면어업계 강종신 총무는 "10여년 전 매년 1,000톤을 생산했던 어장의 모래층이 사라진 것은 태풍 영향으로만 알고 있었다"며 "동천강 모래를 파낸 뒤 모래가 내려오지 않는다는 사실은 까맣게 몰랐다. 사실 관계를 확인하기 위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해 후폭풍을 예고했다.      최성환기자 csh9959@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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