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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겸 편집국장
이사 겸 편집국장

대북 전단지를 핑계로 전시체제 가동에 들어간 김정은 남매가 연일 패악질이다. 김여정은 문재인 대통령의 6·15 메시지를 빌미로 저속한 조롱을 쏟아냈다. 그는 "속이 메슥메슥해지는것을 느꼈다"며 "(문 대통령의 연설이)한마디로 맹물먹고 속이 얹힌 소리같은 철면피하고 뻔뻔스러운 내용만 구구하게 늘어놓았다"면서 "명색은 '대통령' 연설이지만 민족 앞에 지닌 책무와 의지, 현 사태수습의 방향과 대책이란 찾아볼래야 볼 수가 없고 자기변명과 책임회피, 뿌리 깊은 사대주의로 점철됐다"고 조롱했다. 그리고는 "연단 앞에만 나서면 어린애같이 천진하고 희망에 부푼 꿈같은 소리만 토사하고 온갖 잘난 척, 정의로운 척, 원칙적인 척하며 평화의 사도처럼 채신머리 역겹게 하고 돌아간다"며 "그 꼴불견 혼자 보기 아까워 우리 인민들에게도 좀 알리자고 내가 오늘 또 말 폭탄을 터뜨리게 된 것"이라고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표현까지 동원했다. 

북한 매체들과 하수인들의 패악질은 한걸음 더 나갔다. 조선중앙통신은 '파렴치의 극치' 제목의 논평에서 "입 건사를 잘못하면 그에 상응하여 이제는 삭막하게 잊혀져가던 서울불바다설이 다시 떠오를 수도 있고 그보다 더 끔찍한 위협이 가해질 수도 있겠는데 그 뒷감당을 할 준비는 되어 있어야 하리라고 본다"고 막말을 쏟아냈다. 한마디로 가관이다. 입으로 할 수 있는 모든 패악질을 이번 기회에 다 해보려고 작심한 듯 하다. 개성공단 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온갖 막말을 쏟아내는 저들의 패악질은 자해 수준이지만 그 뿌리를 찾아가 보면 아무래도 햇볕정책으로 시작된 대북 유화책이 버티고 있다.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 정권, 아니 김정은 남매의 간을 키워 놓은 것은 햇볕정책을 추종해온 여권 인사들의 대북관에서 기인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 증좌는 이번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때 잘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은 북한이 개성 공동연락사무소 청사를 폭파시킨 것과 관련 "빈말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려고 그런 것 같다"며 "(대)포로 폭파 안 한게 어디냐"고 했다. 송 위원장은 국회에서 열린 외통위 전체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이런 발언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었다. 송 위원장은 외통위 산회 선포 전 "긴급한 상황이 발생한 것 같다"며 "김여정 제1부부장이 예정한대로 남북 연락사무소가 형체가 없이 비참하게 폭파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했는데 그게 실행된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사실상 대통령으로부터 경질당한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은 "예고된 일"이라는 담담한 반응을 보여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의 발언은 참담하다. 그는 북한이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상황에서도 "이 기회에 개성에 공동연락사무소 1개를 둘 것이 아니라 평양과 서울에 남북 대사관 역할을 할 연락사무소 2개를 두는 협상을 시작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리고는 "미국이 반대하더라도 바로 개성공단 문을 열고 금강산 관광을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스로 문 대통령의 복심이라 자처하는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는 이번 사태를 두고 묘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그나마 김정은이 직접 나서지 않은 것이 위기가 최고조된 마지막 단계에서 탈출구를 모색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놓은 게 아닌가 한다"고 했다. 최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외교안보 라인의 전면쇄신을 통한 대통령님의 전략적 결단에 마지막 기대를 걸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최 대표는 "북한이 과도한 언행을 통해 전달코자 하는 핵심 메시지는 '남측이 노력하고 있다는 시늉만 내지 말고 (일단 합의했으면 미국의 눈치 보지 말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대통령만은 믿었는데 실망했다는 것"이라고 했다. 최강욱의 이야기를 곱씹어 보면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이 아니라 김정은 남매의 복심을 대변하는 인사의 발언인 듯하다. 

남북연락사무소는 어떤 곳인가. 지난 2018년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판문점 선언'을 통해 개성지역에 남북이 상시로 연락할 수 있는 사무소를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후속 고위급회담에서 개성공단 내에 설치하기로 결정, 건립과 개보수에 약 168억원을 들여 4층 건물이 들어선 것이 바로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다. 2018년 9월 14일 열린 개소식에는 남북고위급회담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이 서명자로 참석,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구성ㆍ운영에 관한 합의서'에 서명했다. 초대 소장은 남측 천해성 통일부 차관과 북측 전종수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부위원장이 맡았다. 남북 소장은 연락사무소에 상주하지는 않지만, 주 1회 열리는 정례 회의와 필요한 협의 등을 진행하며 상시 교섭대표로서의 역할을 수행했다. 이후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는 남북 간 교섭 및 연락, 당국 간 회담 및 협의, 민간교류 지원, 왕래 인원 편의 보장 등의 기능을 맡았다. 문 대통령이 판문점에서 "남과 북이 만나고 싶을 때 언제든 만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듯, 남북 간 24시간 연락이 가능한 교류 협력의 장소가 생기면서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문제는 김정은의 속내였다.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이 빈손으로 끝난 뒤 남북 및 북·미 관계가 경색되면서 연락사무소는 북한의 '불만 표시' 수단으로 변질됐다. 실제로 그해 3월 22일 북한은 '상부의 지시'라는 이유로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에서 북측 인원들을 전원 철수시켰다. 사흘 만인 3월 25일 일부 인원을 복귀시켰지만,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는 그날부터 남북관계의 볼모가 됐다. 

하노이 빈손 회담 이후 김정은 남매는 평양으로 향하는 특별열차 안에서 이를 갈았지 싶다. 얼마나 큰 기대를 가진 회담이었나. 파국은 꿈에도 예상하지 못했던 김정은은 돌아오는 길 열차에서 동생 여정과 이런 대화를 나눴을 법하다. 물론 필자의 상상력이다. 남조선에서 간나새끼들이 영변만 들어낸다 하면 다 해결될거라더니 이게 무슨 개수작이야(김정은). 오라버니가 너무 쉽게 남조선 말을 믿었던게 실책이라고 봅니다. 무엇보다 청와대에서 잘못된 정보를 흘린것인지 미국과 소통이 제대로 안되고 있는 것인지 좀더 살펴봐야겠습니다. 어쩌면 이번 일로 청와대가 쓸모없다는 사실이 밝혀진거 아닙네까(김여정). 이런 모욕은 처음이야. 절대 잊지않같어. 반드시 갚아줘야 하지 않같어(김정은). 만나기만 하면 금강산도 풀리고 개성공단도 돌아갈 것이라는 기대감을 심어준 쪽이 문재인 정부라고 생각한 남매는 그래도 얼마간 기다려 보기로 했을 법하다. 그리곤 더 이상 버티기 힘든 고난의 시간이 오자 패악질을 시작했다. 근본이 패륜과 패악인 남매이기에 돌변은 일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송영길, 김두관으로 이어지는 여권 라인은 여전히 김정은의 복심을 자처한다. 딱한 일이다.  

서울서 경주로 내려간 젊은이가 관아의 한 요염한 창기에게 홀딱 반했다. 춘풍에 들뜬 한양총각은 기생의 치마폭을 헤어나지 못하다가 상경할 무렵 서럽게 우는 기생에게 가진 것 모두를 주었지만 웬걸, 재물을 원하지 않는다며 대문이 하나 빼 달라고 사정이다. 울며 부여잡는 기생의 손길을 차마 떨칠 수 없었던 총각은 이빨 하나 빼 주고 한양으로 올라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경주에 두고 온 기생이 금새 다른 남자와 정분이 낫다는 소문이 돌았다. 화가 치민 총각은 하인을 시켜 자신의 이빨을 찾아오게 했다. 하인이 찾아가니 기생이 조롱했다. '어리석은 어린놈이 백정에게 살생하지 말라고 타이르고, 창녀보고 예절을 갖추라고 하는 격이니 바보 아니면 망령든 놈이로다(癡孩子 屠門戒殺 娼家責禮 非愚則妄 치해자 도문계살 창가책례 비우즉망)' 그러면서 자루를 던져 주니 그 속에는 이빨이 가득했다. 뭇 사내의 이빨이 전리품으로 처참하게 버려져 있었다. 도문계살이다. 창가책례는 김씨왕조로 읽히겠지만 살기가 유전인자인 김정은 정권에게 패악질을 멈춰라 외치는 입이 차라리 아프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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