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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태화강국가정원은 우리나라 유일한 독창적 습지 정원이다. 그곳을 찾으면 어김없이 노래하고 춤추는 장끼 가선(歌扇) 한량을 찾을 수 있다. 장끼는 꿩의 다른 이름이다. 가선은 창자(唱者)를 지칭하며, 한량은 멋을 잔뜩 부리는 남성을 말한다. 장끼 가선 한량을 두고 몇 자 적어봤다.

'좋을레라. 좋을레라/태화강국가정원 장끼 가선 한량 참 좋을레라. /샛강에 몸 씻고, 우각(羽角) 뒤로 젖혀 쓰고/양 볼에는 연지 찍고/목에는 명주 수건 두르고/온몸에 울긋불긋 색색으로 물들이고/긴 꼬리에 궁초 댕기 달았네/처첩 거느리고 국가정원 넓은 뜰에 구석구석 팔자걸음 찍었네./좋을레라 좋을레라/태화강국가정원 장끼 가선 한량 참 좋을레라'

꿩은 사람의 생활 주변에서 사계절 함께하는 텃새로 쉽게 관찰된다. 그 이유는 먹이 때문이다. 꿩의 먹이는 사람의 음식 재료와 비슷하며 겹친다. 벼, 콩, 무, 채소 등 사람이 먹는 것은 모두 먹는다. 때문에 논, 밭 등 경작지 주변에서 쉽게 관찰되며 그런 환경에서 서식하는 새다. 특히 겨울철에는 논에 내려와 낙곡을 찾아다니다가 매의 눈에 포착되면 살아나기 힘들다. 꿩은 구속당하기 싫은 자존심이 강한 자유로운 새다. 천 걸음, 만 걸음을 피곤한 발품 팔아 겨우 콩 한 알 찾아 허기진 배를 채울지언정 자연에서 자유를 만끽하며 사는 것에 대한 무한한 자긍심을 갖는다. 때문에 설령 먹이가 남아도는 케이지 속이라 할지라도 결코 부러워하거나 기웃거리지 않는다. 

꿩고기는 별미다. 종묘에 천신(薦新)하는 의식인 천신종묘의(薦新宗廟儀)에 오를 만큼 의미를 둔다는 말이다. 왕실에서 꿩 사냥을 즐기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겨울 한철은 꿩 사냥 계절이다. 숨어 엎드린 꿩을 사냥할 때는 반드시 놀래켜서 두서너 길 높이 날게 한 다음에 활을 쏴 맞혀 잡거나 매를 놓아 잡았다는 기록이 있다. 실제로 조선왕조실록에는 꿩 사냥 기사만 약 70건이 등재돼 있다.

민요 <까투리 타령〉은 지리산, 계룡산 등 전국의 이름난 산을 찾아 꿩 사냥 하는 내용이다. 

'후여 후여 까투리 까투리 까투리 까투리/까투리 사냥을 나간다/전라도라 지리산으로 꿩 사냥을 나간다/지리산을 올라 무등산을 넘어/나주 금성산에 당도하니/까투리 한 마리 푸두둥 하니 매방울이 떨렁/후여 후여 어허 까투리 사냥을 나간다 후여 후여/충청도라 계룡산으로 꿩 사냥을 나간다/계룡산을 올라 속리산을 넘어/가야산에 당도 하니/까투리 한 마리 푸두둥 하니 매방울이 떨렁/후여 후여 어허 까투리 사냥을 나간다 후여 후여'

<까투리 타령>은 매가 꿩을 사냥하는 것을 노래한 민요다. 꿩의 수컷은 장끼, 암컷은 까투리, 새끼는 꺼벙이라 부른다. 꿩 사냥에는 매를 부리는 응사(鷹師)를 동원했다. 속담 '꿩 잡는 매'는 결과가 분명한 것을 비유한 말이다.

"하백이 꿩으로 화하니, 왕이 매로 화하여 쫓았다"는 설화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연유로 꿩은 보호색으로 진화했다. 특히 암꿩인 까투리는 평소에는 물론 알 품기 할 때 깃털 색과 비슷한 보호색을 자연에서 찾아 포식자를 속이는 방법으로 부화를 무사히 끝낸다. 특히 까투리가 죽은 고사리 밭에서 알을 품고 있을 경우 장소를 눈앞에 두고도 스쳐 지나갈 만큼 자연색을 이용해 몸을 숨기고 있다. 꿩은 매와 상극이다. 꿩의 최고의 포식자가 매이기 때문이다. 매사냥은 곧 길들인 매를 이용하여 꿩을 잡는 것을 말한다. 잘 훈련된 매는 최고의 꿩 사냥꾼이다. 

속담 '꿩 대신 닭'이라는 말은 귀한 것 대신 흔한 것으로 사용한다는 의미로 쓰인다. 조류분류학상 꿩과 닭은 닭목(目)이기에 서로 호환된다.

2020년 상반기 태화강국가정원 중심에서 관찰된 꿩 누적 마릿수는 약 600마리다. 까투리를 제외한 누적 결과다. 왜냐하면, 장끼는 울음소리와 눈으로 확인 관찰되지만, 까투리는 몸을 숨기기 때문에 관찰이 쉽지 않다. 그 중 하루 최대 관찰 마릿수는 11마리였다. 1월 1마리, 2월 7마리, 3월 68마리, 4월 197마리, 5월 199마리, 6월 127마리 등 각각 관찰됐다. 꿩의 울음은 번식기에 많이 들린다. 암컷을 유혹하거나 세력권을 알리기 위한 행동이다. 반면 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울음은 곧 자기를 들어내는 셈이기 때문이다. 꿩이 많이 관찰되는 달이 번식 시기인 셈이다. 태화강국가정원에서 꿩의 번식기가 4월에서 5월까지가 절정임을 알 수 있다. 

전래동요와 민요에는 꿩의 생태와 특징을 관찰한 후, 이에 의인법과 비유법으로 표현하고 있다. 전래동요 <꿩 꿩 장서방〉이다. '꿩 꿩 장서방 꿩 꿩 장서방/어디 어디 사느냐 저 산 너머 살지/무얼 먹고 사느냐 콩 까먹고 살지/누구하고 살지 새끼하고 살지'

콩은 꿩이 좋아하는 먹이다. 콩 농사가 풍년이 들면 꿩의 산란율이 높다는 말은 먹이와 상관관계를 말하고 있다. 꿩이 꺼벙이를 최고 열다섯 마리를 데리고 다닌다. 많은 새끼를 부화시키는 전략은 종족 번식 방법의 하나다. 꿩은 먹이사슬에서 제일 밑바탕에 있다. 많이 부화시켜 그 중에 살아남는 새끼로 종족을 이어가는 다산다사형(多産多死型) 전략으로 진화했다. 

'꿩 꿩 장 서방/새끼들은 많고, 먹을 것은 없고/숟가락은 많고 어떻게 사는가'(전라도 민요)

'꾸엉 꾸엉 꾸엉 서방/아들 낳고 딸 낳고 무엇 먹고사나/ 앞밭에 가 콩 한 되 뒷밭에 가 팥 한 되/그럭저럭 먹고 살지'(충청도 민요).

꿩은 예로부터 음식문화는 물론 설화·소설·판소리·연극 등의 주역으로도 등장하는 사람과 친숙한 새다. 태화강국가정원에는 장끼 가선 한량이 처첩, 자식들과 함께 터 잡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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