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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시대 부터 자수정을 케기 시작해 '옥산'이라 불렸던 언양 자수정동굴의 전경. 김동균기자 justgo999@ulsanpress.net
삼국시대 부터 자수정을 케기 시작해 '옥산'이라 불렸던 언양 자수정동굴의 전경. 김동균기자 justgo999@ulsanpress.net

바야흐로 한 여름이다. 속살까지 시원한 피서지를 찾고 싶은 때다. 도심과 가까우면서도 가족과 연인, 친구, 그 누구와도 어울릴법한 이색 피서지로 언양의 '자수정 동굴나라'가 제격이다. 한 가지 흠이라면 더운 여름에도 닭살 돋게 하는 동굴 속 한기를 막아 줄 여분의 윗도리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여름철만의 피서지는 아니다. 동굴 실내 온도가 평균 12~16℃에 달해 여름에는 냉방동굴, 겨울에는 난방동굴이 되기 때문이다. 추울 때면 따뜻하다는 이유로, 더울 때는 시원하다는 이유로 사시사철 사람들을 끄는 그야말로 매력 만점의 장소다.

# 축구장 2개 규모 자수정 광산 광관지 개발
신불산 자락 칼바위 능선으로 향하는 등산로의 시작점에 자리 잡은 자수정 동굴나라는 국내의 몇 안 되는 인공동굴이다. 인근에 작천정, 별빛야영장, 웰컴센터 등 연계 관광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다.

국내에 산재한 동굴은 일반적으로 지하수의 작용으로 석회암질이 녹으며 만들어진 천연동굴과 광물 채취를 위해 인공적으로 조성된 광산의 흔적들인 경우들이다.
 
'자수정 동굴나라'는 자수정을 캐던 광산을 관광지로 개발한 곳이다. '자수정 동굴나라'가 위치한 일대는 예부터 일명 '옥산'이라 불리어져 왔다. 우리 조상들이 귀한 장신구로 이용하던 자수정의 생산지였던 때문이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은 자수정을 지니고 다니면 행운이 따른다고 믿어 왔는데, 특히 자수정이 가지고 있는 신비한 보랏빛 적자주색은 신성시 여겨서 권위와 신분의 상징이 돼 왔다. 자수정은 다이아몬드, 루비, 에메랄드, 사파이어와 함께 세계 5대 보석의 하나로 손꼽힌다.

언양산 자수정은 일제 강점기 일본인들이 불법 채취해 자국으로 가져가기도 했고, 광복이 되면서 광산 산주들이 원시적 도구로 자수정을 채취했다.
 
언양자수정이 세계적인 명성을 얻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이후부터다. 1975년 이 일대 산주들을 중심으로 경상남도 토사석 채굴업 협동조합이 결성돼 공동 생산 체제 하에서 자수정을 채굴하기 시작했고, 1981년에는 자수정이 법정 광물로 지정돼 보석으로의 진가를 인정받게 된다.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는 연인.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는 연인.
자수정동굴 내부는 연평균 12~16도를 유지해 특히 여름 무더위를 쫓는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다.
자수정동굴 내부는 연평균 12~16도를 유지해 특히 여름 무더위를 쫓는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다.

언양 자수정이 세계적인 보석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이 무렵부터다. 1982년 현재의 '자수정 동굴나라'의 모체인 '제일광업사'가 설립돼 체계적이고 본격적인 자수정 채광을 시작하게 된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언양산 자수정이 국제 공인 기관인 미국 보석 연구원에서 색상이나 경도, 투명도 등에서 세계 최고의 품질로 인정받기 시작한 때도 이 무렵이다. 자수정 중에서도 언양자수정이 세계 최고의 품질로 국내외적으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하면서  말레이시아 수상 부인의 국빈 방문 등 외국과 국내 주요 인사들의 방문이 잇따랐다.
 
자수정이 오랫동안 울주군을 대표하는 특산물 중에 선두주자로 부상한 것도 이때다. 현재의 '자수정 동굴나라'는 1960년대 초반부터 1987년까지 30여년 간 자수정을 채광하던 갱도를 관광자원으로 개발해 놓은 곳이다. 이곳에서는 자수정 원석을 해마다 최대 5,000㎏씩 채광했고, 현지에서 직접 가공 및 세공한 자수정 완제품을 국내외에 널리 공급하며 유명 수집가와 지질학자로부터 큰 관심을 받기 시작한다.
 
하지만 자수정 광산은 외국산 자수정이 국내에 들어와 보석 시장을 잠식하고, 인건비 상승 등으로 채산성을 맞추기 어렵게 된데다 3D업종으로 인식되면서 결국은 폐광에 이른다.
 
하지만 자수정 광산의 폐광은 지금의 '자수정 동굴나라'가 탄생하는 동기가 된다. 1986년 한국자수정산업관광㈜가 설립되고, 이듬해인 1987년 6월 자수정산업관광지 종합휴양업 개발사업이 승인을 받으면서 자수정 원석을 캐던 동굴 갱도는 울산을 대표하는 관광자원으로 탈바꿈한다.
 
광산의 갱도는 총 길이 2.5㎞, 전체 규모 50만㎡에 달한다. 축구장 2개 규모다. 1층과 2층으로 개미집처럼 미로로 연결된 동굴안의 내부 면적은 1만 5,000㎡에 달한다.
 
 

자수정 동굴은 공룡 동굴과 놀이기구 등 다양한 시설이 갖춰져 있다.
자수정 동굴은 공룡 동굴과 놀이기구 등 다양한 시설이 갖춰져 있다.
자수정동굴은 일제강점기 때는 자수정 채광에 지역민들이 강제노역을 당해 자원과 노동력을 동시 빼앗긴 한이 서린 역사적 현장이기도 하다. 한때는 80여곳 보석 가공공장이 언양에 들어설 정도로 한때 성황을 이뤘으나 90년대에 들어서 채광 채산성이 떨어지자 동굴테마파크 관광지로 탈바꿈 되었다.
자수정동굴은 일제강점기 때는 자수정 채광에 지역민들이 강제노역을 당해 자원과 노동력을 동시 빼앗긴 한이 서린 역사적 현장이기도 하다. 한때는 80여곳 보석 가공공장이 언양에 들어설 정도로 성황을 이뤘으나 90년대에 들어서 채광 채산성이 떨어지자 동굴테마파크 관광지로 탈바꿈 되었다.

# 전시관·보트체험 등 관람시설 다채
△ 동굴관람코스는 각자 다양한 테마홀로 꾸며졌다. 자수정 동굴에서 채굴한 자수정을 가공하기 전의 상태 그대로 볼 수 있는 자수정 원석을 전시한 전시관을 비롯해  폐광에 이르기까지 자수정을 채굴하던 광부들의 채광막장 현장을 재현해 놓은 채굴현장도 볼 수 있다.
 
파라오와 오시리스 등의 모형이 있는 이집트관과 어린이들의 교육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는 원시인 생활용품 전시관도 있다. 수로탐험 전망대와 동굴 분수대, 파푸아뉴기니 원주민 생활관, 인류 변천사관, 마음속 간절히 담아 둔 염원을 비는 소원동굴, 선사시대 유적인 국보 제285호 반구대 암각화 재현 현장 등이 마련돼 있다.
 

보석품질로서 세계적으로 높게 평가 되었던 언양 자수정.
보석품질로서 세계적으로 높게 평가 되었던 언양 자수정.

동굴 안을 걷다 보면 낮은 실온 탓에 얼마 안 돼 몸이 으스스 떨려오기 마련이다. 이럴 때 관광객을 반기는 장소가 자수정 원적외선 기 체험실과 쉼터다. 동굴 속 오아시스 같은 곳이다. 또한 동굴내부에는 넓은 공연장도 마련돼 외국 유명 기예단의 스릴 넘치는 공연 관람(하루 6회·매회 30분)도 할 수 있다.

△ 보트탐험은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동굴에서 보트를 타고 탐험할 수 있는 코스로 자수정 동굴나라의 백미다. 수심 2m 깊이로 동굴 암반에서 자연적으로 흘러나온 지하수가 모여 수로를 이뤘다. 전체 길이는 왕복 700m로 소요시간은 6~7분 정도. 보트를 타고 가다 보면 동굴 벽면 곳곳에서 아직도 영롱한 자태를 뽐내는 자수정 원석을 자세한 해설과 함께 감상 할 수 있다.

△ 2층 동굴에서는 쥬라기 공룡을 만날 수 있다. 2억만년 전의 티라노사우르스 등 움직이는 공룡 20여점이 아이들의 동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동굴 내부에는 공룡화석 발굴 체험장, 인공폭포, 포토존, 3D 체험장 등이 갖춰져 있어 남녀 노소 누구나 추억쌓기에 적격이다.
 
이밖에 야외에도 다양한 놀이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여름에는 워터파크, 겨울에는 눈썰매장이 가동되기도 해 동굴 탐험과는 또 다른 즐거움을 맛 볼 수 있다.
 
# 전국구 이색 관광명소 불구 접근성 아쉬움
'자수정 동굴나라'는 여름 성수기에는 하루에도 수십여대의 관광버스가 줄을 이어 최대 1만 7,000여 명까지 찾아오는 명소다.
 
이곳을 찾는 주요 방문객은 서울·경기·강원 등 원정 여행자들이 다수다. 자수정이라는 매력있는 광석과 폐광을 관광지화 한 이색 공간이라는 점에 국내는 물론 외국인 관광객들에게까지 어필하고 있다.
 
지난 주말 현장에서 만난 한 관광객은 경기도 수원에서 관광버스를 타고 아침 일찍부터 달려왔다고 했다. "울산에 이런 멋진 장소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지인들과 단체로 찾아왔다. 동굴 내부를 둘러보니 무더운 날씨에도 등골이 오싹할 만큼 시원함을 느낄 수 있어 여름철 피서지로서는 최고인 것 같다"고 만족해했다.

부산에서 온 7남매 중 4명의 정씨 자매를 동굴 내부 기 체험실에서 만났다. "동굴의 시원함도 좋지만 동굴 내부에 이처럼 바닥이 찜질방처럼 뜨끈뜨끈한 기 체험실을 만날 수 있다니 재미있고 즐겁다"며 엄지손가락을 추켜 세운다.
 
하지만 '자수정 동굴나라'는 극복해야 할 개선점들이 많다. 지자체의 특정 업체에 대한 특혜 논란 시비를 의식해서 일까. 한 때 울산주요 관광지를 순회하던 울산시티투어 버스도 '자수정 동굴나라' 노선을 슬그머니 폐지해 버렸다.
 
국내 인기 관광지로 떠오르는 곳이지만 아직 시내버스 노선조차 없다. 지역민들이 손쉽게 찾아 올 수 있도록 접근성 개선을 위한 지자체의 관심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 2000억 투입 호텔·아웃렛 등 대대적 개발 계획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기업 유치의 필요성에 목청을 돋구고, 굴뚝없는 관광산업 육성의 시급성을 수시로 강조하면서도 현실은 이처럼 엇박자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 광명시가  지난 2011년 관광시설로 조성한 광명동굴은 '자수정 동굴나라'를 벤치마킹한 곳이다. 금·은·동 광물을 캐다 폐광이 된 광명동굴은 지자체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관광지로 개발이 돼 연 평균 1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국내 인공동굴 명소로 부상했다.
 
'자수정 동굴나라'를 창업한 고용균 영남알프스레저 회장은 "울산은 많은 관광자원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통합적인 관광 인프라 부재 등의 관광 진흥을 위한 노력이 미흡해 관광객들로부터 외면 받고 있다"고 지적하고 "자수정 동굴나라는 울주군 언양읍의 풍부한 관광자원과 연계해 경유하는 관광지에서 탈피해 머물러 즐길 수 있는 사계절 관광지로 전환시키기 위한 노력을 시도 중이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영남알프스레저는 자수정산업관광지 개발계획을 추진 중이다. 전체 2,000억원을 들여 '자수정 동굴나라' 내외부 환경 개선은 물론 지상 9층 규모에 수영장이 딸린 관광호텔을 짓고, 11층 규모의 콘도미니엄, 300여개 브랜드가 입점하는 프리미엄 아울렛, 영남 최대 규모의 워터파크와 사계절 썰매장도 갖추는 관광단지 사업계획 추진을 위해 행정당국과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 중에 있다.

자수정 동굴나라가 울산지역을 대표하는 계절별 특화된 레저·문화·휴양 복합 거점 공간으로 거듭날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글=전우수기자 jeusda@·사진=김동균기자 justgo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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