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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가 시작됐다. 어디로 가야 하나.  코로나19로 사람 만나는 것이 두렵고 채비하고  나서기가 꺼려지는 요즘이다. 먼 길 나서기가 불편한 때 가벼운 차림과 마음으로 나설만한 곳으로 울산의 대표적 휴식공간인 호수공원을 추천한다. 사진은 명덕호수공원 전경.
여름휴가가 시작됐다. 어디로 가야 하나. 코로나19로 사람 만나는 것이 두렵고 채비하고 나서기가 꺼려지는 요즘이다. 먼 길 나서기가 불편한 때 가벼운 차림과 마음으로 나설만한 곳으로 울산의 대표적 휴식공간인 호수공원을 추천한다. 사진은 명덕호수공원 전경.

 물을 보면 편안한다. 들뜬 마음도 가라앉는다. 물은 시간에 따라 계절에 따라 그만큼의 하늘이 담기고 풍경이 담긴다. 햇볕을 가려주는 숲 그늘 아래 가벼운 마음으로 나서기 좋은 트레킹 코스로 울산의 호수공원만한 곳이 있을까.
비지땀을 흘려야 하는 고행 같은 산행도 없고, 지척에 있으면서도 적당한 낯설음으로 인해 흥미롭기까지 하다. 군데 군데 운치 있는 정자가 있고, 손잡고 따라 나선 아이들이 보채면 잠시 쉬어갈 벤치도 일정한 거리에 있다.
공원관리 사무실에서 틀어주는 흘러간 옛 팝송이나 클래식 음악에 리듬을 맞춰 늦은 걸음을 걸어도 뒷사람 신경 쓰지 않아도 될 만큼의 호젓함도 있다.
발길 멈추는 곳마다 포토존이고 눈길 가는 곳마다 한 폭의 수채화가 된다.
수변 길을 따라 물 냄새와 피톤치드의 향을 맡으며 걷다가 내친김에 호수 발원지인 나지막한 산으로 향해도 여름 한 날은 여유로울 만큼 길다.
울산에 호수공원이라는 이름을 단 곳은 세 곳이 있다. 맏형격인 남구의 선암호수공원이 있고, 동구의 명덕호수공원, 북구의 송정 박상진 호수공원이다.
공업과 농업을 위한 용수공급지였던 저수지를 주민들의 휴식을 위해 생태공원으로 변모시켰다는 점에서는 닮은꼴이다. 하지만 각 호수들의 색감, 그리고 냄새와 질감은 판이하게 다르다.
 

남구 선암호수공원 포토존.
남구 선암호수공원 포토존.

선암호수공원
1시간 30여분 코스 걷기좋은 길 만들어
초미니 종교시설 등 다양한 체험시설
관광공사'언택트 관광지 100선'뽑혀

명덕호수공원
현대重 공업용수 공급…40년만에 개방
수변공원 1만7천㎡·산책로2.6㎞ 조성
정자·교량·습지원·조명시설 등 볼거리

송정 박상진 호수공원
고헌 애국충정 테마 도심 속 휴식공간
벽화길·미로정원·야외 공연장 등 갖춰
무룡산 자락 연결…인근 생가도 가볼만

남구 선암호수공원
선암호수공원은 1964년 인근 공업단지의 비상용수 공급을 위해 만들어진 댐을 활용한 공원이다. 선암댐은 일제강점기 농사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선암제를 1962년 울산이 특정공업지구로 지정되면서 공단 공업용수 공급을 위해 댐으로 확장됐다. 수질 보전을 이유로 유역면적 1.2㎢ 전역에 철조망이 설치 됐던 것을 울산 남구청과 한국수자원공사가 시민들의 휴식공간 조성에 뜻을 모으면서 둘러져 있던 철조망을 걷어내고 지난 2005년부터 2년여간 63억4,000만원을 투입, 공원을 조성해 2007년 1월 30일에 개장했다.

이 공원은 처음에는 선암수변공원으로 불렸다가 지금의 선암호수공원으로 바뀌었다. 선암(仙岩)은 인근 신선암에서 유래한 지명이다. 신선이 놀던 바위라는 뜻이다.
공원은 산책로와 습지탐방로, 꽃단지, 어린이놀이터, 생태학습장, 축구장, 미니 종교시설 등 많은 생태·문화·놀이시설이 갖춰져 연간 방문객이 100만명에 육박하고 잇다.

선암호수공원에는 공원을 거닐다가 자신이 원하는 종교시설에서 기도까지 할 수 있는 곳이다. 세상에 가장 작은 종교시설이 있기 때문이다. 호수교회, 사찰인 안민사. 성 베르로 기도방(성당) 등  종교시설 3곳은 한국기록원에 의해 한국 초미니 종교시설로 인증을 받았다. 호수교회는 규모가 높이 1.8m, 너비 1.4m, 길이 2.9m다. 안민사는 높이 1.8m, 너비 1.2m, 길이 3m다. 성 베르도 기도방은 높이 1.5m 너비 1.4m, 길이 3.5m로 모든 종교시설이 성인 1~2명이 겨우 들어가 기도할 수 있을 만큼 규모가 작다.
선암호수공원은 올해 초 천연기념물 제323호 황조롱이와 붉은머리오목눈이, 흰뺨검둥오리, 왜가리 등 조류 6종 1만8,461마리가 관찰돼 보고된 바 있을 정도로 새들의 천국이다.
그만큼 수질과 주변 대기질이 양호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선암호수공원은 솔마루길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선암호수공원을 시작으로 신선산, 울산대공원, 태화강 십리대숲으로 이어지는 24㎞ 도심 순환산책로의 시작점이다.

선암호수공원은 한국관광공사와 지역관광공사(RTO)로 구성된 지역관광기관협의회가 선정한 전국 '언택트관광지 100선'에 선정됐다. 코로나를 피해 상대적으로 여유롭고 안전하게 국내여행을 할 수 있는 장소라는 의미다. 선정된 이들 100선은 지역관광공사 등에서 각각 추천한 해당 지역 관광지 중 △기존에 잘 알려지지 않은 관광지 △개별 여행 및 가족단위 테마 관광지 △야외 관광지 △자체 입장객수 제한을 통해 거리두기 여행을 실천하는 관광지 등의 기준 요건을 충족한 곳이다. 산책길 1시간 30분 남짓한 둘레길 전체가 흙과 같은 질감의 느껴지는 포장이 돼 요즘같은 굳은 날씨에 걷기에 제격이다.

염포산 자락 명덕호수공원
염포산 자락에 위치한 명덕호수공원(동구 서부동 산 209번지)은 명덕저수지를 공원화한 곳이다. 현대중공업의 산업용수원지로 주변 산림을 포함해 20만㎡ 규모다. 수원의 오염을 염려해 40여년간 일반 시민의 접근이 차단됐던 곳이다.
동구청은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약 50억원을 들여 명덕저수지 공원화사업을 추진했다. 명덕호수공원 사업부지의 88%를 소유하고 있던 현대중공업이 동구와 협약을 맺고 주민을 위해 영구 무상임대했다.

저수지 일대 1만7,929㎡가 수변공원으로 조성했다. 생태습지원과 정자, 열린광장, 목교, 쉼터 등을 갖춘 명덕호수공원은 열린길(589m), 돌안길(530m), 솔향길(1,273m) 등 총 연장 2.6㎞의 수변산책로가 조성돼 2011년 10월 준공됐다.
이곳에도 산책중에 만나는 멋진 여러 포토존이 상징처럼 자라잡고 있다. 한가로운 풍치가 있는 정자라는 의미의 '아한정(雅閑亭)이 있고, 옛날 이 일대 지역명을 딴 '돌안정'이란 정자도 있다.

명덕호수공원에는 아치형 디자인으로 폭 2.5m에 길이는 각각 40m와 60m의 교량이 2개 설치돼 있다. 아치형을 띠고 있지만 다리 재질은 나무로 만들어진 목교다. 이 두 다리의 명칭은 공모를 통해 '해맞이교'와 '달맞이교'로 정했다. 그렇기에 아침해가 오르는 아침 나절도 좋고 휘영청 밝은 달밤 여유를 즐기기도 좋은 곳이다.
명덕호수공원 앞은 울산대학교병원을 비롯해 대규모 아파트가 근접해 있어 인근 주민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둘러보기 좋은 곳이다.
전체를 둘러보는데 50여분이면 충분하다. 야간 조명시설을 갖춰 저녁시간을 이용한 직장인들의 발길도 잦다.

송정 박상진호수공원 전경.
송정 박상진호수공원 전경.

송정 박상진호수공원
송정 박상진 호수공원(북구 송정동 4-9)은 송정저수지, 송정못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곳이다. 지난 2010년부터 2014년에 걸쳐 27만2,000㎡ 면적에 관리사무소 및 전망대, 산책로 3.6㎞, 다목적마당, 야외학습장, 미로정원 등이 조성됐다.
본래 송정저수지는 울산의 진산인 무룡산 산책로와 연결돼 산행을 하는 사람들이 즐겨 찾던 곳이다.
송정저수지는 주민공모를 통해 송정저수지, 송정못이라는 이름에서 '송정호수공원'으로 결정됐다가 울산을 대표하는 역사적 인물인 고헌 박상진 의사 생가가 호수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공원 명칭에 '박상진 의사'가 포함돼 지금의 '송정 박상진 호수공원'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송정 박상진 호수공원 초입 벤치에 앉아있는 박상진 의사 동상.
송정 박상진 호수공원 초입 벤치에 앉아있는 박상진 의사 동상.

고헌 박상진은 울산 송정에서 태어난 대한광복회 총사령을 지낸 인물이다.
호수공원은 고헌 박상진 의사의 애국충절을 전체 테마로 잡은 휴식공간이다.

특히 박상진 의사의 생가와 2㎞정도의 거리에 있어 교육적차원의 여가를 함께 즐기기에 적합하다.
수변을 따라 걷는 흙길의 산책로에는 이야기가 있는 '역사·생태 탐방로'를 비롯해 독립운동가 고헌 박상진 의사를 기념하는 각종 시설물들이 자리를 잡으며 여유있는 걸음을 걷게 한다.
공원 초입에는 벤치에 앉아있는 박상진 의사 동상이 있다. 박 의사와 나란히 앉아 기념사진 하나 정도 남겨보라는 배려다.

박 의사의 활약상을 담은 '박상진 의사의 길'이라는 제목의 20여점의 벽화가 산책길을 따라 조성됐다.
무념무상의 산책길도 좋지만 짧은 생애를 살다간 박 의사의 뜨거운 애국애족의 흔적을 느끼면서 숙연한 발걸음을 걷는 것도 의미있다 하겠다.
녹음이 짙푸른 요즘 같은 계절, 호수공원 시작부터 빼곡하게 차지한 소나무, 편백나무, 벚나무 사이로 쉼 없이 들려오는 매미소리도 흥겹다.

송정 박상진 호수공원은 한쪽 면은 자동차가 지날만큼의 폭넓은 산책길이고, 다른 한 쪽은 중국 어느 유명 관광지에서나 봄직한 잔도와 같은 데크로드가 산허리에 가까스로 매달린 채 호수면과 접하면서 운치를 한층 더한다.
물 속에 뿌리를 받고 자란 나무들 사이로 데크를 설치해 미로처럼 연결해 놓은 미로물정원도 인기 있는 포토존이다. 데크로드를 걷다가 만나는 소나무 한 그루는 사람들에게 피식 웃음 짓게 한다.
'언제 머리를 숙여 보셨나요''지금 이 순간이 바로 머리를 숙일때입니다'
빳빳하게 고개 쳐들고 사는 사람들에게 한번 쯤 고개 숙이며 살라는 잠언 같은 가르침을 만나는 즐거움도 있다.
최근에는 야외 공연장도 추가로 마련돼 즐길거리 볼거리가 늘어나게 됐다.

한 시간 남짓한 산책길이 짧다고 느껴지면 내친 김에 울산의 진산 무룡산으로 향해 보는 것도 이열치열의 여름 피서법이 될 듯하다.
가족과 함께 나섰다면 인근에 말끔히 정돈된 박상진 의사 생가 탐방도 권할만한 코스다. 전우수기자 jeus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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