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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장(悠長)한 울산 태화강의 물굽이가 볼수록 대견하다. 오염된 강이었다는 것이 언제적 이야기인지조차 기억이 가물 할 정도로 태화강은 땟국을 말끔히 걷어냈다. 십리대밭과 선바위, 갈대와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는 둔치, 강바닥을 훤히 들여다 볼 수 있는 맑고 깨끗한 모래톱 등이 어우러진 태화강은 울산의 상징이자 자랑으로 손색이 없다. 여기다 민물고기도 이제 지천으로 널려 있다. 물이 맑아짐과 동시에 생태환경이 되살아난 태화강에 물고기들이 좋아하는 규조류와 부유생물도 다량 번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어와 숭어는 말할 것도 없고, 연어까지 태화강의 진객이 되고 있다. 모두가 각고의 노력으로 거둔 결실이다. 지난 2002년 8월 시작된 태화강 수질· 경관 개선 등을 위한 '태화강 정비 및 수질개선 사업'이 엊그제로 마무리됐다. 장장 4년5개월에 걸친 대역사였다. 이 기간에 소요된 사업비만도 총 349억6,900만원이다. 공사구간 전체에 걸쳐 깊이 50㎝ 이상의 퇴적오니 66만8000㎥를 제거했는데, 이는 15톤 트럭 8만대분에 이르는 규모로 상상을 초월한다. 태화강 바닥에 켜켜이 쌓였던 오니가 이제 찾아보려고 해도 쉽지 않다. 비만 왔다하면 강바닥에서 솟구쳐 오르던 오니의 그 퀴퀴한 악취도 걱정하지 않게 됐다. 수질이 4급수에서 2급수 이상으로 개선된 것은 물론, 생태하천으로 거듭났다. 환경부가 멸종위기 야생동물 1호로 지정, 보호하고 있는 수달이 돌아왔다는 것이 단적인 증거다.
 그런데 이 태화강이 요즘 반갑잖은 손님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최근 4~5년에 걸쳐 급격히 개체수를 늘이고 있는 누치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물이 맑고 바닥에 모래와 자갈이 알맞게 섞여 깔린 곳을 좋아하는 누치는 본래 낙동강 수계로부터 서해와 남해에 서식한 민물어종이다. 태화강에는 그동안 거의 볼 수 없었다. 그런데 태화강의 정비 사업에 시작되면서 누치는 하루가 다르게 늘어났다. 태화강관리단은 누치의 유입 경로를 상류의 대암댐으로 보고 있다. 낙동강 원수를 하루 평균 10만톤씩 공급받고 있는 대암댐에서 누치 치어가 여름철 집중 호우시 월류하는 물에 섞여 태화강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그럼 대암댐이 건설된 지 30년이 넘었는데, 그동안은 누치의 '누'자도 문제가 아니다 왜 지금에 와서 이슈로 등장하게 되었느냐는 것은 우문이다. 물고기가 살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보니 치어가 월류해 넘어왔다 하더라도 성어가 되기 전에 거의 멸종됐다. 그러나 지금은 치어기의 천적만 피하면 자연수명을 다 누리게 되었다. 다 자라면 50㎝가 넘어 치어를 잡아먹을 어종이나 철새가 태화강 어디에 있겠는가. 게다가 성어가 된 누치 한 마리의 연 치어 생산능력이 2~3만 마리에 이른다. 한마디로 서식 환경만 보장된다면 누치의 개체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돼 있다. 때문에 더 이상의 치어가 월류로 내려오지 않더라도 기존의 태화강 누치만으로도 생태교란을 막을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울산시와 환경단체 간에 오갔던 누치 집단폐사의 원인 공방도 따지고 보면 누치의 개체수가 너무 많다는 데 있다. 환경단체에서 주장하듯 누치 집단폐사의 원인이 아가미에 부착된 진균류 등이 직접적인 사인일 수도 있겠으나 과밀화에 따른 스트레스를 먼저 짚어야 할 일이다. 이는 울산시의 의뢰로 누치폐사 원인을 규명한 강원대학교 김범철 교수의 주장에서도 충분히 확인되고 있다. 김 교수는 개체수를 줄이는 것이 최대 관건이라 지적했다. 또 좁은 공간에서 누치가 과밀생활을 하지 않도록 분산시키는 방법도 검토되어야 할 과제다. 누치의 집단폐사가 계속되다 어도를 개설, 누치를 상류 등으로 분산시킨 뒤 죽은 누치가 발견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실증하고 있다.
 또 하나 문제는 우리가 태화강을 보고 변화된 환경에 감탄을 하면서도 아직 마음 한구석에는 태화강에 대한 불신을 완전히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강태공들이 누치 낚시를 한다면, 개체수 감소에 상당한 기여를 하겠지만 잡은 누치마저 다시 방류하고 있는 실정이지 않은가. 그러나 누치의 집단폐사로 다시 도마에 오르는 것이 태화강 유지수 확보다. 유지수만 충분하다면 이런 고민을 할 이유가 없다. 갈수기에 유독 집단폐사가 문제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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