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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에 가득 10월의 햇살이 찾아왔습니다.
신선산을 마주하는 아파트에 산 지 5년이나 되었는데, 집에 찾아온 햇살을 요즘에야 만나게 되었습니다. 푸른 나무가 거실 베란다 창을 가득 채우는 집에 사는 일이 참 고맙고 행복합니다. 아이들이 객지로 나가 사니 함께 지내지 못하는 게 무척 아쉽습니다. 이런 환경이면 아이들과 좀 더 기쁘게 지낼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드는 일요일 오후, 책장 앞을 어슬렁거립니다.

이번 달에 소개할 책은 김시민 선생님의 동시집 '공부 뷔페'입니다. 책 표지 그림이 무척 재미있습니다. 아이의 작은 입에서 나오는 수학, 국어, 사회, 음악, 영어, 도덕 등 아이가 해야 할 공부들이 커다란 말 풍성을 만들고 있습니다.
저는 공부를 잘한 적이 한 번도 없었던 터라, 공부라는 말만 들어도 머리가 아픕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한테는 숙제해라, 학습지 해라며 들볶고는 했습니다.

이 동시집은 제 1부 학교에서는요-16편. 제2부 이야기보따리-10편. 제3부 도란도란 우리 가족-16편. 제4부 엄마, 아빠는 마법사? 11편. 모두 53편의 시가 담겨있습니다.
김시민 선생님은 많은 시간 아이들과 함께 지내기 때문에 아이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아이들의 속마음을 들여다볼 시간도 많겠지요. 이 시집에는 어른이 쓴 게 맞나 싶은 시들이 많습니다. 이 시는 혹시 아이가 쓴 시가 아닐까? 의심이 갈만큼 아이의 눈과 마음으로 쓴 시를 많이 만나게 됩니다.

# 기다리는 마음

인사 잘 하라는
교장 선생님의 아침 조회

인사 잘하는 내 모습 보이고 싶지만

교장 선생님은 맨날 교장실에만 계시니
나는 언제 칭찬을 받나

시를 읽으며 자꾸 웃게 됩니다. 칭찬을 받고 싶은 아이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칭찬. 저도 예전엔 칭찬에 인색한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나이 들고 보니 돈도 힘도 들지 않은 칭찬에 인색할 필요가 없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요즘 아이들과 만날 일이 있으면 무조건 칭찬만 합니다. 칭찬은 고래만 춤추게 하는 게 아니라 아이든 어른이든 모두를 춤추게 하니까요. 무엇하나 잘하는 것 없었던 제가 작가가 된 것도 초등학교 3학년 담임선생님의 칭찬 덕분이었으니까요. 

# 시험 기간 2

나리가 말했어
"어른들은 눈이 열 개나 있어!"

그러자 나영이는
"아니야,
얼굴 전체가 눈이야."

시험 기간, 어른들의 눈치를 보는 아이들 마음이 잘 드러납니다. 학원에서 학교에서 시험 기간 마음 졸이는 아이들을 꼭 껴안아 주고 싶습니다.

최봄 아동문학가
최봄 아동문학가

# 후회

놓아주어야지
놓아주어야지 생각하면서도
손 안에 꼭 잡고 있었던
매미 한 마리
친구들에게 자랑하기도 전에
매애앰 울음소리 그쳤고

풀어주어야지
풀어주어야기 생각하면서도
계곡에서 잡은 페트병 안의
피라미 한 마리
아빠에게 자랑하기도 전에
배를 뒤집고 누워 버리는데

지난번 했던 후회를
나는 또 하고 말았다.

놓아주어야지, 풀어주어야지, 입으로 웅얼거려봅니다. 성인 시로 읽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마음에 와 닿는 구절입니다. 저는 지난번 했던 후회를 매번 되풀이하고 사니 후회할 일도 많습니다. 햇살 따뜻한 가을날, 오늘만이라도 후회하지 않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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