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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동시에 아우르며 새로운 모습으로 관객들을 찾아온 '제5회 울주세계산악영화제(UMFF)'. 지난 23일 막을 올린 영화제는 어느덧 폐막 3일을 앞두고 막바지로 접어들고 있다. 이번 영화제 경쟁부문 대상 수상작을 포함해 남은 영화제 기간 동안 온라인과 울주군 상북면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 내 자동차극장에서 만날 수 있는 상영작들을 소개한다. 편집자
 

영화 '그리고 저녁이 온다' 스틸컷.
영화 '그리고 저녁이 온다' 스틸컷.
  • 대상 수상작

# 그리고 저녁이 온다(Then Comes the Evening) - 세르비아, 보스니아 헤르체코비나, 2019, 28min, color, 다큐멘터리, 전체 관람가.

 외딴 숲 속 자급자족하는 두 노년의 주인공. 거칠다 못해 뼈마디가 뭉뚝한 손과 발, 웃음기 없이 굳게 다문 입, 그리고 깊게 팬 주름은 감출래야 감출 수 없는 삶의 고단함을 보여준다.

 대화라고는 없는 두 노년 여인의 관계는 오랜 세월을 함께한 친밀함과 신뢰의 다른 표현이다.
 그렇게 고된 노동의 결과 찾아온 소박하다 못해 조촐한 저녁 식사는 자연의 흐름과 동화된 두 노년 주인공의 역사 그 자체다.

 

  • 자동차 극장 상영

# 용이 될래요(Wanna Be a Dragon) - 한국, 2019, 9min, color, 애니메이션, 전체 관람가.
 백암 웅덩이에 살고 있는 이무기 두 마리는 곧 용이 되어 하늘로 오르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은 마을 소년으로 인해 큰 위기가 닥치게 된다. 용으로 승천하기 위해 천 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이무기 이야기는 우리 산천에는 익숙한 전설이다.

 이 작품은 옛 설화와 금기를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추어 교훈적으로 각색한 애니메이션으로, 뮤지컬적 요소를 섞어 넣어 놓은 유쾌함도 특색이다.

# 천국의 아이들(Children of Heaven) - 이란, 1997, 87min, color, 픽션, 전체 관람가.
 동생 자라의 신발을 고치러 간 오빠 알리는 신발을 잃어버리고 만다. 새 신발을 사줄 수 없는 부모님의 형편을 알고 있는 남매는 오빠의 운동화를 나눠 신기로 한다. 오전반 자라가 학교를 다녀오면 오후반 알리가 학교를 간다.

오빠가 지각하지 않기 위해 남매는 약속 장소로 열심히 달린다. 마을에서 달리기 대회가 열리고 3등 상품이 운동화라는 것을 알게 된 알리는 이 대회에 출전하기로 한다.
 자라는 새 신발을 선물 받을 수 있을까? 이 영화의 배경은 이란의 가난한 마을이지만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과 눈망울이 관객들을 천국으로 안내한다.
 
# 아웃 오브 아프리카(Out of Africa) - 미국, 1985, 161min, color, 픽션, 12세 관람가.
 어느 귀부인이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멜로영화로 이 작품을 기억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단언컨대, 현재의 젠더 감수성으로 보면 전혀 다른 것들이 보일 것이다.

 첫 시작은 거래로 이뤄진 결혼이었다. 도박처럼 자신의 삶을 타지인 아프리카에 걸고 고군분투하는 동안, 카렌은 상처만 준 남편을 떠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아껴주는 데니스와 가까워진다.

 도전적인 삶과 꿈결 같은 사랑, 그 모든 것을 준 아프리카는 어느 순간 그 전부를 거둬 가버린다. 짙은 회한과 강렬한 기억에 사무쳐 때로 잠 못 이루는 분들께 감상을 권한다.
 
# 말과 함께(Horse Tamer) - 프랑스, 2019, 85min, color, 다큐멘터리, 12세 관람가.
 러시아 접경지역 내몽고, 말을 키우며 살아가는 유목민의 수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유목민적 전통을 고수하며 살아가는 슈쿠르트는 말 조련사이자 전통 몽골 씨름선수이다.

 어느 날, 말 도둑들이 그의 종마를 훔쳐 가고, 슈쿠르트는 홀로 광활한 타이가를 여행하며 이들을 추적한다. 유려한 카메라 워킹과 서부극 음악은 관객들에게 극영화를 보는 듯한 몰입도를 선사한다. 또한 감독은 전통 내몽고의 모습(라마교, 샤머니즘, 말과 사슴이 뛰어노는 자연환경)과 점차 현대화하는 다른 단면까지 함께 담아내면서 균형감을 가져가기 위해 노력했다.

 10년 넘게 몽골인의 삶을 지켜봐 온 감독의 고민과 열정이 돋보이는 이 작품은 2019 라로셸산악영화제 대상 수상작이다.

 

영화 '올란다' 스틸컷.
영화 '올란다' 스틸컷.
  • 온라인 상영

# 알프스의 메아리(Riafn) - 독일, 2019, 30min, color, 다큐멘터리, 12세 관람가.
 드넓은 알프스에서 농부, 목동 등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알 수 없는 소리를 내지른다. 양 떼나 염소 떼를 부르거나 소 떼를 모는 소리도 있지만 어떤 소리는 마치 멀리 있는 누군가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소리 같기도 하다.

 이 소리들은 새소리와 워낭소리, 염소 풀 뜯어 먹는 소리와 어우러지고 메아리처럼 돌고 돌아 마치 화음을 넣은 음악 같다.
 어떤 설명도 없이 낯선 소리가 만들어내는 멜로디의 세계로 이끄는 이 영화는 얼굴을 마주하지 않아도, 언어가 아니더라도 소통에는 한계가 없다고 말한다.
 
# 올란다(Olanda) - 독일, 루마니아, 2019, 154min, color, 다큐멘터리, 12세 관람가.
 깊은 산은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세계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복잡하게 얽혀진 또 다른 세계가 존재한다.

 야생 버섯을 찾아 헤매는 루마니아 채취꾼들의 고단한 여정을 따라가는 이 영화는 마치 복잡하게 얽혀있는 버섯의 균사체가 그러하듯 버섯으로 엮인 그들 삶의 불가사의한 번식력과 확장을 보여준다.

 버섯을 찾기 위해 무엇보다 인내와 협력이 필요하듯, 때론 다투고 반목하기도 하지만 그들의 삶 역시 숲과 나무 그리고 버섯이 공존하듯 공고하게 엮인 것이다. 그렇게 버섯은 또 다른 세계로, 넓은 세계로 퍼져나간다.
 
# 가파른 길을 올라(The Steep Way Up) - 스위스, 2019, 52min, color, B&W, 다큐멘터리, 전체 관람가.

 1980년이 되어서야 여성이 스위스알파인클럽 회원이 될 수 있었다는 사실. 스위스 알프스에서 활동하는 1,300여 명의 산악가이드 중에 여성은 36명에 불과한 현실 속에서 여성 산악가이드를 꿈꾸는 세 명의 여성 산악인은 1986년 최초의 스위스 여성 산악가이드인 니콜 니퀼의 뒤를 이어 끊임없는 도전장을 내민다.

 추락 사고의 고통을 딛고 일어난 아리아네 슈타우블리, 스위스 군대에서 트레이닝을 마친 나디아 로트, 가정과 육아, 산악가이드 생활을 겸하고 있는 아니나 레버의 용기 있는 삶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영화 '가파른 길을 올라' 스틸컷.
영화 '가파른 길을 올라' 스틸컷.

# 라스트 마운틴(The Last Mountain) - 폴란드, 2019, 83min, color, 다큐멘터리, 12세 관람가.
 2018년 겨울, K2 등반에 폴란드 출신의 히말라야 전문 산악인 크지슈토프 비엘리키가 이끄는 팀이 도전한다.

 날씨와 싸우고 부상도 당하는 등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담은 카메라는, 관객의 긴장을 끝까지 놓지 않는다. 더불어 감독은 크지슈토프 비엘리키 팀의 노력과 겨울 히말라야 산의 매서움까지 온전히 각인되도록 진중한 다이렉트 시네마 스타일을 선택, 그 무게감을 더했다.

 폴란드 산악팀의 진정성과 숨 막히는 현실감으로 가득한 이 영화는, 밴프, 켄달, 빌바오 등 2019 하반기 산악영화제에서 소개될 때마다 수상의 영광을 얻은 수작이다. 강현주기자 usk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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