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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림 시인은 순수 문학 사이트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동인으로 오랫동안 저와 함께 아동문학 부문에서 활동하고 있는 분입니다. 차분한 성격에 모임이 있을 때마다 궂은 일을 조용히 도맡아 하시는 배려심 많은 분이지요. 이번에 소개할 도서출판 푸른사상에서 출간한 '춤추는 자귀나무'는 신이림 시인의 동시집으로 나무들의 이야기만으로 꾸며져 있습니다. 먼저 표제시를 읽어보아요.

"이른 아침 눈 뜨자마자 /응원 수술 손질하는 /자귀나무, //햇빛 속에 먼지 탈탈 털어 내고 /시원한 바람으로 /곱게 빗질도 한다. //오늘은 /숲 속 마을에 /운동회가 열리는 날, //치어리더 자귀나무, /응원 수술 흔들며 /신나게 춤추는 날이다."   -'춤추는 자귀나무' 전문

운동회가 열리는 숲 속에 수술을 흔들며 응원하는 치어리더 자귀나무, 이제 자귀나무의 이름은 기억하셨나요?
199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되고, 2011년에 '황금펜아동문학상'에 동시가 당선될 만큼 신이림 시인은 좋은 동화와 동시를 꾸준히 써오고 계시지요. 이 동시집을 꼭 읽어야 하는 이유는, 누군가가 내 이름을 불러주면 기분이 좋듯이, 나무도 이름을 불러주면 좋아한다는 걸 일러주고 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이 책은 55종의 나무의 이름, 꽃과 열매, 쓰임, 모양을 토대로 알기 쉽게 동시로 표현하였지요. 어린이 성격과 닮은 박태기 나무 한편 더 감상해 보겠어요.
"정해진 대로만 하는 일은 /재미없다고 /박태기나무는 가끔 /엉뚱한 일을 하지. // 꽃대가 아닌 줄기에 /꽃을 피우고 /땅 위에 나온 뿌리에도 /꽃을 피우고. // 누가 뭐라고 하든 /저 하고 싶은 대로 해 보는 /저 박태기나무, / 멋있지 않니?" -'박태기나무' 전문

이시향 아동문학가
이시향 아동문학가

봄에 피는 자홍색 박태기나무꽃은 어린이와 같이 예쁘고 활기차며, 여기저기 모여서 피어나지요. 이외에도 먼나무, 딱총나무, 꽝꽝나무, 버즘나무, 누리장나무, 생강나무, 붉나무, 보리밥나무, 까마귀밥나무, 소태나무, 쉬나무, 무환자나무 등과 같은, 저에게도 생소하게 들리는 소중한 나무들이 동시집에 살고 있어요. 특히 나무부록이 있어 나무를 이해하고 이름을 외우기 쉽게 구성되어 있지요. 책 읽기 좋고 산책하기 좋은 가을, 신이림 시인의 '춤추는 자귀나무' 동시집을 들고 나무에 눈 맞추고 동시를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러면 평생 그 나무의 이름은 잊혀지지 않을 것 같아 이 동시집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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