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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태화강 국가정원 일대에서 소란행위에 가까운 무단공연이 빈발한 가운데 중구청이 명정천 옆 대숲쉼터에 거리공연을 금지하는 플래카드를 걸어놓았다.
최근 태화강 국가정원 일대에서 소란행위에 가까운 무단공연이 빈발한 가운데 중구청이 명정천 옆 대숲쉼터에 거리공연을 금지하는 플래카드를 걸어놓았다.

"흥겹다기보다 소음 공해 수준입니다. 태화강 십리대숲을 따라 바람 소리 즐기며 조용히 산책하러 나왔는데, 힐링은커녕 불편한 마음만 안고 갑니다. 울산의 수준이 이것밖에 안 되는 것이겠죠. 국가정원에 난장판 같은 노래판 춤판이 웬 말입니까?"

최근 생태관광지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태화강 국가정원' 일대에서 벌어지고 있는 무분별한 대중가요 공연에 대해 관광객과 시민들의 질책이 쏟아지고 있다. '공연'이란 표현은 그나마 점잖은 축이고, 현장에서 벌어지는 모습을 보노라면 '노래판'이나 '춤판'이란 말이 더 잘 어울린다.

태화강 국가정원을 중심으로 관광객들이 들어가는 길목마다 개인이나 소규모 단체의 노래공연이 최근 부쩍 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일시 소강상태를 보이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완화된 이후 국가정원을 찾는 시민과 관광객들이 급증하는데 비례해 대중가요 공연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무명 가수나 가수 지망생 등이 코로나19로 실내공연이 끊기자 무대를 야외로 옮긴 것인데, 여기에 노인복지관의 가요교실 동호인들까지 가세한 형국이다. 문제의 대중가요 공연은 대부분 울산시나 해당 기초자치단체 등 당국의 승인 하에 관리를 받는 것이 아니라 무단으로 공공장소를 점유한 무허가 공연이다.

무단 공연은 주로 나들이객과 외지 관광객들이 몰리는 주말과 휴일에 집중되고 있다. 장소는 태화강 국가정원으로 들어가는 길목인 십리대밭교 동쪽 둔치 팽나무 쉼터와 명정천 바로 옆에 위치한 대숲 쉼터, 은하수다리 삼호대숲 광장, 태화동 먹거리단지 야외공연장 등이다.

단체나 개인 공연자들은 플라스틱 간이의자와 노래방 기계, 기타, 전자오르간 등의 장비를 동원해 대중가요를 부르고, 일부 노인층 관객들이 춤추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이들 공연이 나들이객들로부터 호응을 받는 것도 아니다. 고성능 스피커에서 나오는 노랫소리는 강 건너까지 찌렁찌렁하게 울리고, 가까운 곳에선 귀가 아플 정도다.

지난 15일 오후 십리대밭교에서 만난 한 시민은 "막무가내식 저질 공연이 태화강 국가정원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울산의 도시이미지에도 먹칠을 하는 것 같다"며 "외지 관광객들에게 울산이 어떻게 비쳐질 지 창피할 따름이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무분별한 공연이 이뤄지는 태화강 일대는 야생동물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소란행위를 할 수 없지만, 당국의 관리 손길의 제대로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현재 태화강 국가정원 내 삼호대숲에는 떼까마귀 5만 마리가 둥지를 틀었으며, 바로 앞 태화강에도 겨울철새 수천 마리가 먹이활동을 하고 있는데, 둔치에서 거의 매일 이어지는 노래판은 철새들의 서식 환경도 크게 해치고 있다.

물론 당국이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태화강 국가정원 구역인 명정천 옆 쉼터에서 매일 무단 공연이 이어지자 중구는 '하천구역 내 거리공연을 금지한다'는 플래카드를 걸고 공연팀을 쫓아냈다.

하지만 남구 쪽 태화강 둔치 등에서 벌어지는 노래판에 대해서는 한 달 넘게 손을 놓고 있다.

시민들은 태화강 국가정원을 중심으로 한 울산의 생태관광을 제대로 뿌리내리게 하기 위해서는 정원 구역은 물론 둔치에서의 무분별한 공연을 엄격히 제한하고, 일정 구역을 정해 버스킹을 허용하는 등 관련 조례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

울산시 관계자는 "태화강 국가정원 내 각종 공연이나 행사는 사전 승인을 받아야 가능하지만, 이외에 태화강 둔치에서의 공연은 해당 구에서 관리하고 있다"며 "도시 이미지와 태화강 국가정원의 품격을 살릴 수 있도록 합리적인 관리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최성환기자 csh9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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