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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집에서 생긴 일
그 집에서 생긴 일

나만 잘하면, 나만 착하게 살면 모든 일이 뜻대로 잘 흘러갈까요?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박현숙 작가의 '그 집에서 생긴 일'을 읽으면 사소한 잘못 때문에 엄청난 고통을 겪는 열두 살 소녀 도미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도미가 먹고 싶다는 딸기를 구해주려고 아빠가 마트로 달려가다가 사고로 돌아가시고 말았지요. 평소에 잘 먹지 않던 딸기가 하필이면 그날 왜 떠올랐는지 도미는 아빠의 죽음에 가해자가 되어 있었던 거예요.
도미는 그 충격으로 말을 잘하지 못하고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보면서 하루하루를 살얼음판을 딛는 기분으로 살고 있답니다.

그래서 엄마가 도미와 오빠를 데리고 먼 지방 도시로 이사를 합니다. 사춘기 오빠 민기는 그것이 못마땅했지요. 허름한 집은 물론 규모가 작은 학원에서 공부하는 것조차 싫다며 투정을 부립니다.
아빠 없이 남은 가족들은 서로에게 상처 주기에 급급하고 좀체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다 도미는 우연히 마을 외곽에 있는 낡은 집 한 채를 발견하고 그곳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동우를 만나지요.
동우는 하늘나라로 가신 엄마를 그리워하면서 아픈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었어요. 동우는 도미보다 더 힘들게 살고 있었는데 도미는 동우를 돌봐주며 서로의 아픈 마음을 쓰다듬게 되지요.
아빠를 돌아가시게 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도미에게 따뜻한 마음으로 다가왔던 같은 반 동준이, 스스로 미운 아이라고 단정지었던 마음이 동준이로 인해 조금씩 열리기 시작합니다.

바퀴가 잘 굴러가려면 모나지 않고 둥근 바퀴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복병처럼 돌멩이 같은 장애물들이 길을 막곤 하지요. 바퀴는 찍히고 찌그러지면서 굴러갑니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 인 것 같아요. 내가 아닌 남 때문에 둥글었던 마음이 모가 나고 거칠어 진답니다. 그러나 보기에 좋지 않아도 움츠릴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보잘것없이 변해도 그 모습을 있는 그대로 봐주는 따뜻한 시선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될 테니까요.

최미정 아동문학가
최미정 아동문학가

도미는 자신의 상처를 동우에게 베푸는 것으로 풀어냈지요. 세상에는 베풀었을 때 얻는 것이 더 많은 것 같아요. 일이 내 맘처럼 되지 않을 때 눈을 돌려 나보다 더 못한 사람이 없나 관찰하는 것도 좋은 일인 것 같아요. 그리고 도울 방법이 없나 찾다 보면 언제 그랬냐는 듯 내 문제가 아주 작아지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되거든요. 그런 나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 주고 친구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이 기분 좋은 삶이 되겠지요.
추운 겨울날, 몸도 추운 데 마음조차 시린 친구가 있다면 이 책을 읽어 보길 바라요. 그리고 어깨를 펴고 밖으로 나가서 주위를 둘러보세요. 아마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꼭 하나는 나를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 최미정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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