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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세기 무렵 울산은 3개의 항만을 갖고 있었다. 신라시대 박제상이 눌지왕의 동생 미사흔을 구하기 위해 왜국으로 떠날 때 배를 탔다고 전해지는 '율포(栗浦)'와 황룡사를 완성한지 얼마 되지 않아 황철과 황금을 실은 큰 배가 도착했다는 기록이 전해지는 '사포(絲浦)', 그리고 처용 신화가 시작되는 곳인 '개운포(開雲浦)'. 이 가운데 사포의 항만은 개운포와 함께 주요한 국제 항구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한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사포의 정확한 위치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고고학 발굴 성과 등을 통해 반구동 일대를 사포로 추정하고 있다. 신라시대에 반구동 일대는 바다였던 것이다. 이곳은 상대적으로 수심이 깊고 파랑이 낮은 내만에서 바다를 향해 돌출한 형태로 항구로서 기능하기 적합했다. 국제무역항인 반구동 항만시설과 개운포가 신라의 수도 서라벌과 인접해 있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한 역사적 의미를 지닌다. 
울산박물관 특별전 반구동 유적 조사성과. 울산박물관 제공
울산박물관 특별전 반구동 유적 조사성과. 울산박물관 제공

# 신라 국제무역항 '사포' 추정 반구동 일대 발굴성과 소개
울산박물관(관장 신형석)은 이처럼 우리나라 대외교류사에서 울산이 차지하는 위상을 조명하기 위해 '신라의 해문(海門), 울산 반구동' 특별기획전을 지난달 24일부터 선보이고 있다. 

올해 울산박물관 제3차 특별기획전으로 마련된 이번 전시는 울산 반구동 유적 발굴조사 성과를 토대로 울산이 신라의 해문(海門) 역할을 했던 지역임을 조명하고자 기획됐다. 

'해문(海門)'은 나라와 나라 사이 해로를 이용한 교섭과 교류가 이루어질 때 마지막 기착지를 뜻한다. 울산은 신라 왕경인 경주까지의 거리가 멀지 않고, 평지로 연결돼 있어 이용하기 편리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고대 울산항과 바닷길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는 200여 점의 유물을 전시한다. 전시는 △제1부 '기록 속 신라 항구를 찾다' △제2부 '신라의 해문(海門), 반구동' △제3부 '해상 실크로드와 반구동' 총 3부로 구성했다. 
 

한 관람객이 울산박물관 특별전 '신라의 해문(海門), 울산 반구동' 을 관람하고 있다. 울산박물관 제공
한 관람객이 울산박물관 특별전 '신라의 해문(海門), 울산 반구동' 을 관람하고 있다. 울산박물관 제공

# 고대 울산항과 바닷길·주민 생활상 보여주는 200여점 유물 전시
제1부 '기록 속 신라 항구를 찾다'에서는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기록된 울산지역 항구인 율포와 사포, 개운포와 관련된 내용을 소개한다. 이와 함께 '반구동 유적(울산광역시 중구 반구동 303번지 일원)이 신라의 국제항인 '사포'로 비정되는 배경에 대해 조명한다.

제2부 '신라의 해문(海門), 반구동'에서는 신라의 해문으로 역할 했던 반구동 유적에 대해 소개한다. 이 유적은 2차례 조사가 이뤄졌다. 

1991년에는 동아대학교 박물관에 의해 '반구동 토성지'에 대한 조사가 진행됐고, 2006년 12월부터 2008년 3월까지 울산연구원 문화재센터가 조사를 이어갔다.

울산박물관 특별전 '신라의 해문(海門), 울산 반구동' 전시장 전경. 울산박물관 제공
울산박물관 특별전 '신라의 해문(海門), 울산 반구동' 전시장 전경. 울산박물관 제공

울산연구원의 조사에서는 삼국시대 건물지 7기, 통일신라시대의 목책, 토성, 우물, 도로유구, 경작유구, 수혈유구, 주혈, 굴립주 건물지, 구(構), 암거시설을 비롯해 고려시대 건물지 12기, 조선시대 구 등 다양한 유구에서 총 1,424점의 유물이 조사됐다.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위치에 자연 암반을 가공해 건물의 기둥을 받치는 초석(楚石)으로 삼은 독특한 구조의 건물과 이열목책(二列木柵), 최대 지름이 70cm에 달하는 목주로 세운 망루의 존재, 암거시설에서 확인되는 둔태석(屯太石) 등은 반구동 유적의 위상을 짐작케 한다. 전시실에선 반구동 사람들의 생활과 의례, 관청의 모습을 보여주는 토기, 기와, 목간 등 다양한 유물들을 소개한다. 

울산박물관 특별전 '신라의 해문(海門), 울산 반구동' 전시장 전경. 울산박물관 제공
울산박물관 특별전 '신라의 해문(海門), 울산 반구동' 전시장 전경. 울산박물관 제공

# 국제교류무역 이해 돕는 영상·어린이체험학습지 등 즐길거리 다채
제3부 '해상 실크로드와 반구동'에선 고대 동서의 무역로이자 동·서 문화의 통로 역할을 한 실크로드의 기착지였던 울산항을 오고갔던 당, 왜(일본), 서역과의 교류에 대해 살펴본다.

당나라는 한자·유교·중국화한 불교·율령 등을 공통 요소로 하는 동아시아 세계의 구심점 역할을 수행하면서 국제 관계를 주도했다. 신라는 당으로부터 신문물을 받아들였으며, 이를 바탕으로 신라 양식으로 발전시키기도 했다.  

전시에서는 당의 주요 수입품인 반구동 유적에서 출토된 당대 도자기와 전시의 이해를 돕기 위해 경주지역에서 확인되는 당나라 도자기를 함께 전시했다. 이 외에도 반구동 유적의 주요 유물인 '개원통보(開元通寶)'를 선보인다. 왜(일본)에서는 두 나라 사이의 교류를 보여주는 쇼소인(正倉院, 정창원) 소장의 신라 관련 유물을 영상으로 만나볼 수 있다. 

울산박물관 특별전 '신라의 해문(海門), 울산 반구동' 전시장 전경. 울산박물관 제공
울산박물관 특별전 '신라의 해문(海門), 울산 반구동' 전시장 전경. 울산박물관 제공

서역과 관련해서는 그들이 신라를 직접 방문한 증거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처용설화와 원성왕릉 및 흥덕왕릉의 석상, 신라에 대한 서역 기록을 통해 활발했던 교류를 알아본다. 

전시 마지막에는 고려 건국 이후 국제항 울산만의 발자취에 대해 소개하고, '미래 울산항의 모습' 영상과 전시의 이해를 돕기 위한 역사 연표를 구성했다.  

울산박물관은 이번 특별기획전 개최 기간 동안 전시 이해를 돕기 위해 '열린 역사 강좌'와 '큐레이터와 대화' 등을 개최하고, 어린이 관람객을 위한 체험학습지도 제공할 예정이다.  강현주기자 usk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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