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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헌 박상진 의사 역사공원 전경.
고헌 박상진 의사 역사공원 전경.
고헌 박상진 의사 생가 전경.
고헌 박상진 의사 생가 전경.

올해는 고헌 박상진 의사 순국 100주년이다. 박상진 의사는 울산지역 독립운동가로 단연 독보적이다.

그는 비밀결사대인 대한광복회를 조직, 총사령을 맡아 우리나라 광복을 위해 헌신하신 분이다. 그는 많은 집안의 전 재산을 독립운동을 위해 바쳐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인물로도 칭송받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는 업적에 비해 낮은 서훈 3등급에 머물러 있다. 100주년이라는 의미 있는 해에 그의 서훈이 승격되길 염원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지만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해 있다.

현행 상훈법 상 공적 재심사가 어려운 점뿐 아니라 지역민들에게 조차 그의 인지도가 낮아 국민적 관심도를 끌어올리기에 역부족이다.  
울산시는 보훈지청, 지역 단체등과 협력해 올해 그의 인지도 끌어올리기 위한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는 등 서훈 승격을 추진함에 있어 기반을 다지고자 한다.

대한광복회 총사령을 지낸 울산 출신 고헌(固軒) 박상진 의사의 모습.
대한광복회 총사령을 지낸 울산 출신 고헌(固軒) 박상진 의사의 모습.

# 울산시, 고헌 순국 100주년 6개 기념사업
올해 울산시는 박상진 의사 순국 100주년 기념 행사에 6개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순국 100주년 독립투혼을 잇는 기념식 △순국 100주년 기념 출판 기념회 △박상진 의사 전국 캐릭터 공모전 △100주년 기념 특별 학술 대회 △홍보캠페인(기념우표·주화)사업 △특별기획 다큐멘터리 제작·방송 등이다.

다만, 현재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이하 코로나 19)의 3차 대유행으로 정부 지침에 따라 행사 규모, 일정 등이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 

기념식은 기존에는 생가에서 제사를 지내고 추모하는 것이었다면 올해는 생가 이외 시민들이 함께 모여 박상진 의사를 기리는 장을 마련하고자 한다.

출판 기념회는 박상진 의사 증손인 박중훈 씨가 박 의사 일대기를 다루는 내용의 책을 발간한 것을 토대로 시민들과 이야기하며 시민들이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진다.

캐릭터 공모전은 박상진 의사를 널리 알리기 위해 전국민을 대상으로 진행한다. 박상진 의사 혹은 그와 관련된 것을 형상화하는 캐릭터를 선정해 우수 참가자에게는 상금도 지급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이 참석하는 학술대회는 박 의사의 독립운동 행적과 중점적으로 높이 평가해야 하는 부분 등에 대해 논의한다. 시는 이 예산에 총 2억 4,000만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울산시 관계자는 "2019년 유관순 열사가 1등급으로 추가 서훈됐다. 현행 상훈법 상 추가 행적이 발견되지 않을 시에는 등급이 상향될 수 없다"면서 "유관순 열사의 경우에는 추가 독립운동 행적이 발견된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그녀에 대한 인식이 높고, 그녀의 독립운동 자체를 높이 평가해 좋은 결과를 만들었다. 시도 박상진 의사의 공적들이 재조명돼 서훈 등급 상향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울산박물관이 지난 2015년 8월 광복 70주년 기념해 마련한  '광복, 다시 찾은 빛'에서 전시된  고헌(固軒)  박상진 의사(1884~1921)의 대구형무소 수감 모습.  울산박물관 제공
울산박물관이 지난 2015년 8월 광복 70주년 기념해 마련한 '광복, 다시 찾은 빛'에서 전시된 고헌(固軒) 박상진 의사(1884~1921)의 대구형무소 수감 모습. 울산박물관 제공

# "송정역 '박상진역' 명칭 대국민 홍보 효과를"
박상진 의사의 증손인 박중훈 씨는 올해 증조부가 돌아가신 지 100주년을 맞이하는 데 감회가 새롭다고 밝혔다.

그는 "증조부의 탄신 100주년인 1984년에 이렇다 할 기념을 하지 못하고 지나가 항상 마음 속에 아쉬움이 남아 있었다"면서 "올해 순국 100주년은 시청 등에서 협력해 의미 있는 행사를 준비한다고 해 기대가 된다. 한편으로는 급박한 코로나19 시국 속에서 기념식이라도 제대로 할 수 있을 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박 씨는 현행법 상 서훈 등급 상향에 필요한 추가 행적 발굴에 시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등 체계적으로 서훈 등급 상향 움직임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증조부님의 독립운동 활동 자료를 찾기 위해 20년간 넘게 과거 신문 기사들을 찾아가면서 행적들을 하나하나 수집해왔다"면서 "대한광복회 단원들의 후손들을 사방팔방으로 만나봤지만 자료를 찾기 힘들더라. 자신의 기록을 남기지 않는 비밀결사 조직이다보니 더 이상 나올 자료가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국내에서 나올 수 있는 자료는 다 나왔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외국 자료를 찾아봐야 하는 시점이다. 당시 외신들도 우리나라의 독립운동 과정을 지켜봤기 때문에 증조부의 행적에 대해 추가 사실을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또 외국에서 활동한 독립 운동가들과의 접촉 등 기록이 있는 지 등 살펴볼 필요도 있다"면서 범위가 넓어지는 만큼 광역시 차원에서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국민적 관심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가칭)송정역을 박상진 의사를 딴 '박상진 역'으로도 명칭을 정해 지속적으로 외부에 노출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박 씨는 "인물 명칭을 단독으로 쓴 것은 '김유정 역'이 있다"면서 "신설되는 (가칭)송정역을 박상진 역으로 한다면 지역민에게는 물론 외부인들에게도 가장 홍보효과가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역사 주변으로 박상진 의사와 관련된 생가, 역사공원, 호수공원 등이 있어 시너지 효과도 클 것이다"고 전했다.

김유정역은 경춘선 강촌역과 남춘천역 사이에 한국철도 최초로 역명에 사람 이름을 사용했다. 당초 1939년 7월 25일 신남역으로 개업했으나  2004년 12월 1일 김유정 역으로 역명을 변경했다. 김유정은 '봄봄' '동백꽃' 등 대표작으로,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소설가다. 역명은 이 지역 출신의 저명 문인인 '김유정'의 이름을 본따 지어졌다.

그는 "유관순 열사가 1등급으로 추가 서훈 상향이 된 소식에 부럽기도 하고, 후손으로서 증조부님께 죄송스럽기도 하더라"면서 "올해 순국 100주년인 만큼 서훈이 승격됐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전했다.

울산 출신 독립운동가이자 대한광복회 총사령 지낸 고헌 박상진 의사의 증손자 박중훈씨.
울산 출신 독립운동가이자 대한광복회 총사령 지낸 고헌 박상진 의사의 증손자 박중훈씨.

# 1910년 판사시험 합격 우리나라 최초 법조인에
한편 고헌 박상진 의사는 1884년 울산 북구 출생으로 학식과 덕망이 높았던 전통적인 유가(儒家) 가문에서 태어났다.

그는 1895년 일제의 명성황후 시해와 단발령 강제 시행 등에 대항해 의병을 일으켰던 허위(許蔿)의 문하에 들어가 1902년부터 수학하면서 척사(斥邪)적 반(反)외세 민족의식을 키웠다.

박 의사는 양정의숙에 진학, 법률과 경제를 전공하고, 1910년 판사시험에 합격해 평양법원에 발령됐으나 사퇴했다. 그 후 독립운동에 투신해 1915년 조선국권회복단에 이어 대한광복회 결성에 앞장섰으며 총사령을 맡아 친일부호 처단 등에 힘썼다.

박 의사가 이끈 대한광복회는 1910년대 헌병경찰제에 의한 일제의 폭압적인 무단정치가 자행되는 암울했던 시기에 의열투쟁을 전개했다. 실제로 선생은 독립자금 마련을 위해 전국의 부호들에게 재산에 비례한 군자금의 의연을 통고하는 등 군자금 조달에 주력했다. 그러다 1918년 일경에 체포돼 4년여간 옥고를 치르다 1921년 대구형무소에서 사형이 집행돼 순국했다.

대한광복회 회의 모습 상상화. 총사령 고헌 박상진(가운데), 백야 김좌진(부사령), 백신 우재룡, 일우 김한종, 각헌 권영만, 우재 이병호, 소몽 채기중 (왼쪽부터 시계방향) 출처 박상진의사 역사공원
대한광복회 회의 모습 상상화. 총사령 고헌 박상진(가운데), 백야 김좌진(부사령), 백신 우재룡, 일우 김한종, 각헌 권영만, 우재 이병호, 소몽 채기중 (왼쪽부터 시계방향). 출처 박상진의사 역사공원

'부산지방법원 100년사'에는 박상진 의사가 대한민국 최초 법조인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부산지방법원 100년사'는 1996년 1월 20일 개원 100주년(1896년 1월 부산재판소로 출범)을 계기로 부산지법이 이듬해인 1997년 2월 15일 펴낸 법원 역사 책이다.

855쪽에 이르는 이 책에서 박 의사에 대한 내용은 제1편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전'의 제3장 '일제강점기' 내용 중 제5항 '우리 고장의 역사 속 법조인 고헌 박상진' 부분에 박상진 의사의 일대기와 그의 착하고 강직한 심성, 독립투사로서 행적 등을 상세히 묘사하기도 했다.

책을 집필한 부산지법 판사들은 당시 "고헌은 38년의 길지 않은 인생을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판사직을 버리고 독립투사로서의 가시밭길을 택했다"며 "즉, 법을 공부해 나라와 민족에 이로운 일을 하지 못할 바에야 판사라는 직을 가지고 있을 이유가 없다고 여기고 있었던 것"이라며 박 의사의 애국정신을 높이 평가했다.  정혜원기자 usjh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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