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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방찰방 밤을 건너'
'찰방찰방 밤을 건너'

동심의 숲을 산책하는 일은 이제 일상이 되었다. 밥을 먹거나 잠을 자는 일처럼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다. 오늘은 이상교 작가님의 동시집 '찰방찰방 밤을 건너'를 다시 걸었다. 이곳은 참으로 평화롭고 고요하다. 따뜻한 인정과 포근한 품이 느껴진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짙은 외로움이 고여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화자가 그 외로움에 묶여있지 않고 매우 자유롭다는 것이다.

바다가 하루 종일
철썩철썩
헹구고 헹군다.

바닷가 모래를
쌀 일 듯
고르고 고른다.

바다에는 먹일 식구들이
하도 많아
밤낮 가리지 않고
조리질한다.    '바다' 전문

엄마는 엄마가 된 순간부터 자기 이름을 버리고 엄마로만 살기 시작한다. 그런데 요즘은 엄마다운 엄마로 살지 않고 자기 이름으로만 살고 있는 엄마들이 많은 것 같다. 한마디로 엄마가 될 자격이 없는 사람이 엄마가 된 사람이 많다. 그러니 많은 아이들이 엄마가 있으나 엄마가 없고, 방치되고, 애정 결핍증에 놓여 있다. 바다 같은 엄마가 그립다.

우리는 양평장 곡물 가게/ 앞자리에/ 나란히 놓여 있었다.// 찹쌀은 찹쌀 자루에/ 발아 현미는 발아 현미 자루에/ 흑미, 보리, 검정콩, 메주콩, 팥, 좁쌀, 수수……
각각 다 다른 자루에서 빠꼼/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자루 밖으로 깡충 뛰어나가/ 친구들을 만나 보려도/ 그건 꿈도 못 꿀 일.// 그런 우리가 오늘 만났다./ 만나선 꼭 부둥켜안았다./ 물에 붇고 열에 들떠/ 본래 모습하고야 좀 달라졌지만/ 한솥밥으로 만났다./ 쫀득쫀득 만났다.// 조금 뒤엔 한 숟갈 위에/ 오롯, 갸웃이 얹힐 테다.
'만남' 전문

성환희 아동문학가
성환희 아동문학가

이런 만남 좋지 않을까? 의미 있고 보람된 일 아닐까? 각각 자기 고유의 색깔과 이름으로 살다가 한솥에서 만나 누군가를 살리는 존재가 되는 일! 누구라도 이렇게 의미 있는 삶을 꿈꿀 것이다. 2021년 새해에는 우리가 서로 이렇게 만나서 이웃과 나라를 위해 화합하게 되기를 간절하게 빌어본다.
나는 짝사랑에 능하다. 작가님이 나를 사랑하거나 말거나 우러러 사랑하는 이상교 작가님은 감사하게도 내 동시집 '인기 많은 나'에 흔쾌히 표4를 써주셨다. 한솥밥을 지은 인연이라고 이렇듯 얼굴을 붉히며 슬그머니 고백하면서 즐거운 동심의 숲 산책을 마친다.  아동문학가 성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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