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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도서관 전경. 울산신문 자료사진
울산도서관 전경. 울산신문 자료사진

# 울산도서관, 부실공사에 입지불안까지
새해부터 울산도서관 부실공사가 논란이다. 불과 3년전에 완공한 첨단 건물이 지반침하로 위태하다는 이야기다. 딱하고 갑갑하다. 시작부터 뒤틀렸다. 접근성이 생명인 도서관을 왜 하필 석유화학단지 코 앞에 지어야 하느냐는 반대가 들끓었다. 반대목소리에 귀닫은 울산시는 분뇨처리장을 도서관으로 탈바꿈하는 변신술이 그럴듯하지 않느냐고 포장했다.

아름다운 건축물로 상도 받고 벤치마킹을 하러오지 않느냐고 자랑까지 했다. 겉만 번지르르한 꼴이다. 태생적 한계다. 석유화학단지 인근 여천천변에 700억 가까운 혈세를 투입한 지식정보의 보고 아닌가. 사정을 모르는 이들에게 울산도서관은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번듯한 외관에 미끈한 포장술이 한몫했다. 

아뿔싸, 문을 열고 보니 하자 투성이다. 2018년 4월 개관한 이후 벌인 하자보수 건수가 무려 500여 건이다. 단순한 하자는 흔한 일이니 그렇다 치자. 핵심은 아랫도리다. 여천천 지하구조가 연약지반이다. 건설 당시부터 예견된 일이다. 이 동네는 오래전부터 자고나면 동쪽에 있던 대문이 서쪽으로 가 있더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지반이 불안한 땅이다.

전문가 진단도 그렇다. 도서관 부지가 여천천의 유속 흐름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연약지반이어서 땅이 내려앉는 상태는 불가항력이란다. 좀더 자세히 이야기하면 도서관 건물을 떠받치는 지하에서는 땅속 흙이 지하수를 따라 움직인다는 이야기다. 대략난감이다. 왜 이런 곳에 울산시민의 자랑이 될 시립도서관을 지었는지 두고두고 손가락질 받을 일이다.  

위치가 불안하고 건물이 하자투성이라고 내실까지 탓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울산도서관은 개관 이후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대표도서관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다. 장서의 질적 규모나 양적 규모도 해마다 보완을 하고 있고 인문학 프로그램과 다양한 기획으로 시민들의 지적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역력하다. 하지만 태생적 한계는 이 모든 것을 초라하게 만든다. 울산의 대표도서관으로 120만 시민 모두의 도서관이라는 위상은 어쩐지 어색하다.

왜일까. 바로 위치 때문이다. 도서관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다. 흔히 도서관을 두고 한 시대의 사상과 문화가 저장된 장소성이라고 의미를 부여한다. 정보를 저장하는 건물이 아니라 인류의 문화적의 총체를 담은 장소라는 이야기다. 여기서 장소는 건축물이 공간구조를 이야기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 공간을 공유하는 사람들과의 유기적인 관계를 핵심으로 한다. 인류 문화를 주도하는 세계의 모든 나라들은 이 때문에 도서관에 목숨을 건다. 

대한민국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나라 수많은 도시들은 그 도시의 대표적인 인문학 공간으로 도서관을 뽐내고 있다. 서울의 경우에는 예산이 허락하는 대로 도서관을 짓고 또 짓는다. 시립도서관이 18개나 되지만 그것도 모자란다며 더 짓겠다고 정부에 돈을 달라고 아우성이다.  

도서관 이야기가 나왔으니 서울시의 도서관 정책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다. 책 읽는 도시를 위해 10여 년 전부터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는 서울시는 앞으로 권역별로 5개 시립도서관을 더 건립하기로 했다. 울산시민들에게는 참으로 부러운 이야기다. 서울에는 공식적인 시립도서관은 하나다. 서울도서관이라는 이름의 시립도서관은 서울에 산재한 여러 가지 도서관의 심장역할을 하고 있다. 시립도서관이 하나뿐이라고 해서 놀랐겠지만 대표가 그렇고 18개 시립도서관과 1,000개가 넘는 도서관이 자리하고 있다. 새로 건립하는 권역별 시립도서관은 서울시 도서관 네트워크의 분관 역할을 수행한다. 

서울의 이야기가 나왔으니 좀더 말해보자. 도서관에 대한 서울시의 계획은 야심 차다. 모든 시민들이 집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도서관을 두겠다는 의지를 가진 도시가 서울이다. 그래서 대한민국 사람들은 자식은 무조건 서울로 보내야 한다고 우긴다. 서울은 오는 2025년까지 1,252억 원을 투입해 구립도서관 66개를 추가로 짓고 공공 건립의 작은 도서관도 1,005개에서 1,200개까지 늘리겠단다. 부럽고 질투까지 느낀다. 

우리는 어떤가. 울산에도 도서관이 많아졌다. 북구 매곡도서관은 아름다운 건축물로 상도 받았고 기적의 도서관부터 작은도서관까지 그야말로 상전벽해처럼 도서관 수가 늘어나고 있다. 물론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식정보의 장이라는 도서관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는 도서관은 불과 몇 안되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작은도서관이든 공공도서관이든 지역민의 지적 갈증을 해소하는데 기여한다면 그 도서관은 지역의 심장으로 작동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아기자기한 소프트웨어적인 도서관을 제대로 돌아가게 하는 대표도서관에 대한 갈망이다. 바로 그 기능을 울산도서관이 얼마나 하고 있느냐의 문제다.   

# 학생 희생으로 출발한 울산 도서관 문화
40년전이다. 지난 1982년 겨울, 그 무렵에는 울산의 중심가였던 성남동 시계탑 네거리에서 대학생 10여 명이 유인물을 돌리다 경찰에 연행됐다. 유인물 내용은 울산에도 도서관을 지어야 한다는 호소였다. 경찰은 이 학생들의 순수성을 믿지 않았다. 도서관 건립운동을 위장해 정권퇴진 운동을 한다는 첩보가 있다며 학생들을 끌고 갔다. 당시 이 유인물을 직접 작성한 청년은 사흘 동안 경찰의 문초에 시달리다 앞으로는 다시 도서관건립 운동 같은 것은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고 풀려났다고 한다. 

그 주인공이 바로 지금 초대 울산시 교육위원을 지내고 현재 울산시체육회 사무처장으로 일하고 있는 오홍일 처장이다. 울산이 그런 도시다. 앞서 도서관 운동을 벌인 고 엄대섭 선생은 자신의 모든 장서를 경주도서관에 기증해 대한민국공공도서관의 효시를 경주로 바꿔버렸다. 도서관과 관련해 그런 역사를 가진 도시가 울산이다. 그 염원이 울산중부도서관 개관으로 이어져 지금의 수많은 도서관으로 발전했다. 그만큼 시민들의 의지가 응집된 곳이 울산의 도서관 문화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지금의 울산도서관은 어떤가.  

도서관은 상상력의 인큐베이터다. 울산 하고도 여천천 변의 도서관, 그곳에서도 하나의 열람공간에 앉아 있는 울산의 10대 청소년 한 친구를 상상해 보자. 그는 지구의 한쪽 끝 작은 공간에 있지만 우주와 교감하고 있다. 그가 그곳에서 마주하는 것은 2,000년 인류의 인문학적 축적물과 온 우주의 엄청난 연결망이다. 그의 상상력이 어디까지 펼쳐지고 어느 공간으로 이동할지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바로 그 공간이 도서관이다. 한 국가나 도시의 정체성을 살피려면 도서관을 먼저 둘러보라는 이야기가 있다. 도서관은 그런 곳이다. 도시의 품격을 더하는 장식품이 아니라 그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일상을 행복하게 만드는 음식과 같은 존재가 바로 도서관이다. 그래서 도서관은 아주 오래전 인류가 문명을 일으키고 문화를 빗질하던 시기부터 행복을 만드는 공간으로 자리해 왔다.
 

김진영 전무 겸 편집국장
김진영 전무 겸 편집국장

서울시가 왜 모든 시민들이 10분 거리에 도서관을 이용하게 만들겠다고 선언했는지는 자명하다. 바로 접근성이다. 시설을 잘 갖추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명사를 초청해 인문학적 품격을 높인다고 지식정보의 기능을 하는 것이 아니다. 울산도서관의 문제는 태생적 한계로 거론되는 입지에 있다. 연약지반이라는 지반의 문제와 함께 공간구조상으로도 결정적인 하자를 가진 곳이다. 바로 울산도서관이 들어선 곳이 대한민국 공해의 심장이라는 사실이다. 

울산도서관 인근 공단에서 내뿜는 오염물질과 악취는 상상 이상이다. 도서관 코앞의 석유화학공단은 울산 전체 악취업소 423개소 가운데 가장 많은 200곳이 몰려 있다. 이지역의 악취 민원은 울산 전체의 절반 가까이 될 정도다. 여기서 쏟아지는 오염물질은 국제암연구소에서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한 미세먼지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황산화물(SOx), 대기오염물질인 탄화수소(THC), 법적 기준치 이내에서도 인체가 장기간 노출되면 폐 점막을 손상시키거나 폐 조직에 염증을 일으키는 질소산화물(NOx), 피부접촉이나 호흡기를 통해서 신경장애를 일으키는 독성물질로 알려진 휘발성유기화합물(VOC) 등이다. 어쩌자고 이런 곳에 도서관을 지었는지 숨이 막힐 지경이다. 목구멍이 갑갑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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