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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오후 울산 울주군 상북면 등억알프스리 간월산 정상석 인증사진을 찍기 위해 등산객들이 방역수칙을 잊은 채 줄을 지어 대기하고 있다.
지난 6일 오후 울산 울주군 상북면 등억알프스리 간월산 정상석 인증사진을 찍기 위해 등산객들이 방역수칙을 잊은 채 줄을 지어 대기하고 있다.

울산 울주군 영남알프스 9봉 완등 사업으로 기념 은메달을 준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9개 산 정상에는 인증사진을 찍으려는 등산객들이 줄을 잇고 있다. 이들은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어기는 것은 물론 등산로 곳곳에서 취사, 음주 등을 하며 산악 기본 에티켓조차 지켜지지 않아 '산'이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6일 오전 영남알프스 신불산 등산로. 탐방로는 산을 오르는 사람들의 행렬이 계속됐다. 이날 기자와 함께 등산코스에 몸을 실은 등산객들만 해도 20여명. 

 부산에서 왔다는 20대 커플 최준모(28), 김유진(26) 씨는 "영남알프스 9봉을 완등하면 은메달을 준다기에 산에 올랐다"며 "SNS에서 신불산과 간월산을 동시에 오를 수 있다고 나와있길래 1일 2봉을 찍기 위해 오늘 시간내서 왔다"고 밝혔다. 이날 울주군이 기념으로 제공하는 은메달은 산행 코스의 필수 대화 내용이었다. 등산객들은 "한 달에 한 번씩 산에 올라 9봉 완등해서 은메달 받아보자"라며 "요즘 은값이 엄청 올랐더라. 은테크를 해도 되지 않겠냐" 등등의 말들이 오고 갔다. 또 다른 등산객들은 "건강을 위해 산에 오르고, 덤으로 은메달도 받을 수 있으니 1석 2조 아닌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오후 1시께. 간월산 정상석 근처에는 등산객들이 정상 등반 '인증사진'을 찍기 위한 대기 줄이 길게 늘어졌다. 바위를 딛고 겨우 2~3명 서있을 만한 공간에 등산객들은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렸다. 정상석 사방에서 등산객들이 올라오다보니 줄을 선 것을 몰라 새치기 하는 일이 발생했고, 그 과정에서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들은 인증사진을 찍기 위해 마스크를 벗을 수 밖에 없었고, 1m 이상 거리두기 유지는 힘들어보였다. 1시간여 동안 지켜본 결과 정상석 대기줄 등산객 100여명은 방역 수칙을 잊은 듯 행동했다. 

 정상에서 내려오는 길 곳곳에서는 5인 이상 집합 금지 명령이 발효중인데도 8명, 10명 등 단체 등산객들이 모여 음주 파티가 열렸다. 막걸리를 먹고 남은 것은 산에 그대로 뿌렸고, 식기 등을 흐르는 물에 씻는 모습도 목격됐다. 쓰레기는 등산로 곳곳에 버려져 있기도 했다. 그야말로 등산객이 많아졌지만 기본 에티켓은 지켜지지 않는 분위기다. 

 산악인 커뮤니티에서도 여러 목격담은 이어지고 있다. 이달 초 재약산에 올랐다는 한 등산객은 SNS상에서 "전망을 감상하라고 만든 나무 데크에서 삼겹살을 구워먹는 사람들이 있었다. 혹시라도 불티로 인해 산불이 발생하면 어떻게 책임지려는건지 모르겠다"며 등산 매너를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이처럼 올해 9봉 완등 기념 은메달 지급 소식이 알려지면서 9개 산 곳곳에서 이러한 현상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다고 등산객들은 전하고 있다. 

 은메달을 목적으로 한 사람들이 산행 에티켓조차 모른채 산을 오르내리면서 오히려 불쾌감을 준다고 호소하고 있다. 단순 정상석 사진찍기 산행이 과연 관광 활성화라고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품고 있는 실정이다. 

 인터넷 상에서는 최단시간 9봉 깨기(완등하기) 글들이 퍼지면서 1일 3봉까지 가능, 차량을 이용해 산 중반부까지 올라가는 방법 등을 공유하고 있다. 이때문에 9봉 산 곳곳 도로에는 갓길 주차 차량이 자주 목격되고 있다.  

 등산객 김진우(54) 씨는 "평일 오전 8~10시 사이에 9봉 중 한 곳이라도 올라가보면 막걸리에 취해 있는 등산객들을 쉽게 볼 수 있다"며 "10년째 산에 오르고 있는데 최근에 꼴불견 등산객들이 많아졌다. 날이 따뜻해지면 이런 사람들이 더 많아질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울주군은 최근 영남알프스 완등 사업 증정 방식을 일부 변경하면서 쏠림 현상을 막는데 나섰다. 

 기존에는 선착순 1만명 지급 예정이었는데 올해 말까지 등록 인증만 거치면 누구나 기념메달을 받아갈 수 있도록 했다. 

 울주군 관계자는 "2021년 영남알프스 완등 인증물품인 기념은화는 12월 31일까지 완등완료한 후 등록해주는 모든 분들께 지급할 예정"이라며 "영남알프스 완등은 순위 경쟁을 위한 프로그램이 아니며 건강한 산행과 아름다운 등산 문화를 만들기 위해 준비된 프로그램"이라고 강조했다. 울주군은 또 "기념 은메달 지급을 계기로 영남알프스를 다시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강은정기자 uske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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