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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코더 부는 보바킴'
'리코더 부는 보바킴'

이 책의 저자 강순아 작가는 1973년 소년지에 추천되어 작가가 되었습니다. 1974년 조선일보와 대구매일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글솜씨를 한 번 더 인정받고, 바닷가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었습니다. 선생님이 된 작가는 장난꾸러기와 말썽꾸러기 학생을 만나 운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작가는 꽃잎 같고, 작은 새 같고, 물소리 같고, 푸른 나무 같은 학생을 만나던 그 시절이 눈물 나게 그립다고 고백합니다. 작가는 어린 학생들과 운동장에서 고무줄뛰기, 줄넘기하기, 강가로 산으로 공책을 들고 다니며 글을 쓰고 노래를 부르던 선생님이었습니다.

 작가가 2020년 12월에 발간한 '리코더 부는 보바킴'에 "쉽게 읽히면서도 가슴을 환하게 밝혀 주는 이야기, 이유를 찾지 않아도 그냥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라는 소망을 담았습니다. 이 책에는 아픈 사람, 어렵게 사는 사람, 꿈을 잃었거나 찾지 못한 사람이 나옵니다. 작가는 그런 사람들에게 따뜻한 이웃이 되고, 서로 돕고 사랑해주라고 속삭입니다.

 '리코더 부는 보바킴'에 나오는 지운이는 아픈 아이입니다. 지운이는 눈이 나쁘고, 자신의 의견을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친구들은 '김바보'를 거꾸로 한 '보바킴'이란 별명을 지었지만, 지운이를 동생 대하듯이 귀여워했습니다. 지운이는 모르는 게 많았지만, 친구들을 괴롭히는 일은 없었으니까요. 

 엄마는 지운이가 지능이 떨어지는 아이인 것을 알지만 리코더를 가르칩니다. 나뭇잎을 입에 물고 피리처럼 불고 있는 지운이를 보며 재능을 발견했으니까요. 지운이는 학교에 가면 자기 자리에 책가방을 두고, 학교 운동장 나무 그늘에서 리코더로 노래 연습을 했습니다. 지운이는 집에 가면 그날 연습했던 것을 엄마 아빠 앞에서 자랑하고, 엄마는 플루트를 함께 불며 가족 음악회를 열었습니다.

 어느 날, 교장실에서 창밖을 보시던 교장 선생님은 나무 기둥에 기대어 잠이 든 지운이를 교장실로 데려옵니다. 교장 선생님은 알사탕을 지운이 바지 주머니에 넣어 주려다 지운이 잠을 깨웁니다. 지운이는 교장 선생님이 건네주신 사탕을 보고 리코더로 노래를 불렀습니다. 교장 선생님은 두꺼운 안경을 끼고 교실을 제멋대로 드나드는 지운이가 리코더를 잘 부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교장 선생님과 지운이는 둘만의 비밀로 하자며 새끼손가락을 걸고 약속했습니다.

 학예발표회가 열리던 날, 교장 선생님은 "특별 찬조 출연이 있겠습니다"라고 말하며 앞으로 나가셨습니다. 엄마들은 교장 선생님이 노래를 부르시는 게 아닐까 생각하며 손뼉을 쳤습니다. 교장 선생님은 웃음을 띠며 말씀하셨어요. 

 "오늘 특별 찬조할 어린이는 김지운 어린이입니다" 

엄성미 아동문학가
엄성미 아동문학가

 지운이 엄마가 깜짝 놀라며 당황했지만, 지운이는 리코더를 꺼내 연주하기 시작했습니다. 전교생은 지운이 연주가 끝나자 한꺼번에 소리치며 손뼉을 쳤습니다. 강당 안이 박수 소리로 가득 차자 지운이 엄마는 눈물을 줄줄 흘렸습니다. 

 아픈 사람에게 따뜻한 이웃이 되고, 서로 돕고 사랑해주라는 작가의 바람처럼 1학년 아이들부터 6학년 아이들까지 지운이를 응원했습니다.

 작가는 "동화는 맑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청량제"라고 생각하며 동화를 썼습니다. 그래서인지 '리코더 부는 보바킴'은 바람에 날리는 만리향 향기처럼 청량하게 독자들에게 다가섭니다. 아동문학가 엄성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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