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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고등학교 재학생들의 논술 교육 학습자료를 제공하기 위해 울산신문이 매주' 멘토와 함께하는 고교논술'을 제작한다. 이 코너는 논술 고사를 준비하는 고교생은 물론 논리적 글쓰기와 읽고 생각하고 토론하는 학습을 희망하는 울산의 고교생들에게 다양한 자료와 배경지식을 제공하게 된다. 본 지면의 구성은 울산지역 독서토론교사모임이 자문을 맡았고 콘텐츠는 하이퍼 논술에서 제공했다. 편집자

 

◆이것만은 꼭 알고 가자

# 논술은 논리적인 글쓰기이다. 글을 쓰되 논리적으로 써야 한다는 것이다. 바로 여기서부터 문제가 시작된다. 논리적으로 쓴다는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논리라는 말부터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논리(論理)는 말이 바퀴처럼 굴러가는 이치를 말한다. '말이 바퀴처럼 굴러가다니? 이게 무슨 말인가.
우리는 매일 부모님의 승용차든 대중교통 수단이든 어떤 종류의 이동수단을 이용한다. 만약 우리가 타고 가는 차의 바퀴가 균형을 잃어버리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우리는 끔찍한 순간을 맞게 될 것이다. 말씀이 바퀴처럼 굴러간다는 말은 바로 이런 이치이다. 말을 하되 균형을 잃지 않고 안정감 있게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 논리적이라는 말이다.

 ■ 논리적 글쓰기 주의사항
 □ 글쓰기 두려움을 버리자
 □ 가슴 아닌 머리로 사고하자
 □ 많이 읽고 많이 쓰자


# 이제부터 여러분과 함께 논술의 바다로 항해를 시작할 것이다. 이 항해는 목적지가 뚜렷하다. 왜냐하면 이 항해에 참여한 순간부터 여러분의 머리는 항해의 목적지를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목적이 뚜렷할 경우 대체로 항해는 순탄한 법이다. 항로와 기상조건, 그리고 항해일지는 이미 준비돼 있다. 문제는 이 항해의 선장과 선원들 간의 일체감이다. 선장은 언제나 다양한 선원들을 상대하기 마련이다. 물론 선장도 자신이 선호하는 선원들이 있다.
가령 부지런하고, 스스로 할 일을 찾아서 하는 적극적인 선원이라면 항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항상 이상적인 선원들만 만날 수는 없다. 눈치만 살피고 적당히 요령만 피우는 선원들도 만나기 마련이다.
선장은 그럴 때를 대비하고 있다. 노련한 선장일수록 선원들을 낙오시키지 않는다. 후자의 선원들도 전자의 경우처럼 적극적인 선원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훈련법을 이미 그는 알고 있다.

# 출항에 앞서 여러분에게 논술의 바다를 항해하는 몇 가지 주의사항을 일러둔다. 주의사항을 제대로 익히지 않는 선원은 첫 출항 날부터 선장에게 호된 질책을 받게 될 것이다.

첫 번째 주의사항은 두려움을 버리자는 것이다. 논술이 논리적인 글쓰기라고 해서 논리적이란 말에 두려움을 느끼고, 글쓰기 자체에 두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 두 가지 경우 모두 두려움의 원인은 상대를 모르기 때문에 생기는 선입견이다. 알고 행하는 것과 모르고 행하는 것은 결과의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나기 마련이다. 그러나 모르고 하는 것은 알고 하는 것보다 도전 정신에 가치를 두는 것이고 알고 하는 것은 결과에 가치를 두는 것이다. 이제 막 논술에 대해 공부하면서 모두를 알고 시작하는 것처럼 한다면 그야말로 우스운 일이다. 굳이 이번 항해에 참여할 필요가 없는 경우이다. 두려워 말자. 주위를 둘러보라, 모두가 초보자 아닌가. 초보의 건강성을 맘껏 즐기면서 모험을 시작하면 된다. 단,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규칙은 지키면서 즐기도록 하자.

두 번째는 가슴이 아닌 머리로 사고하고 글을 쓰자. 논술을 쓰고자 할 때 가슴을 가지고 들어가는 것은 논술의 첫 단추를 잘못 끼우는 결과를 초래한다. 논리란 정확성을 요구하는 이성적인 작업이다. 뒤돌아 먼 길 바라보고 고개 들어 눈빛 반짝이는 가슴으로 보이지 않는 세계와 대화하는 시간은 잠시 접어 두도록 하자.

마지막으로 많이 읽고 많이 쓰자. 그리고 쓰기에 앞서 가능한 한 많이 생각하자. 흔히 다독 다작 다상량이라 불리는 글쓰기의 고전적 원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고전적인 학습방법에 회의를 품는 사람들을 가끔 만나지만 아직까지 논술에 있어서 이 세 가지 원칙을 간과하는 학습법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통합논술의 실체

언어·수리 능력 단순 혼합 탈피
영역별 유기적 통합 창의력 필요

통합논술 시행과 함께 현재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예비 수험생들은 통합논술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통합논술은 수리논술이다' '통합논술은 과탐논술이다'라는 식의 많은 이야기가 근거없이 나돌고 있는 시점이어서 학생들의 혼란은 더 가중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논술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반드시 숙지해야 할 것은 대학에서 실시하는 통합논술 고사가 언어 논술과 수리 논술의 단순한 혼합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통합논술은 영역별 유기적 통합을 이룬 논술이다. 언어 능력의 경우 이해력과 표현력을 말하고, 수리 능력은 논리적 분석력과 추론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물론 예전에는 언어와 함께 치러진 수리 논술에 계산 능력이 포함됐다. 이 두 영역의 통합 영역을 단순화하면 '창의적 추론과 사고력'으로 압축할 수 있다. 대학에서는 학생 스스로가 자료를 찾고 소화해 결론을 도출하는 능력을 요구한다.

텍스트를 분석하고 이해해 표현하는 능력을 말한다. 그것이 언어 능력이다. 자연과학, 사회과학, 예술, 국어, 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텍스트가 제시되고 길이와 난이도도 다양하다. 언어 능력의 표현력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텍스트에 대한 분석과 이해가 전제돼야 한다.
제시 문의 다양하고 복잡한 견해를 요약하고 이들의 상호관계를 분석하고 정리해야 한다. 주어진 문제 상황의 객관적 분석과 설명을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

수리 능력은 주어진 자료들을 분석하고 추론과 계산을 통해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는 종합적 능력이다. 단순한 계산 능력과 구별된다. 주어진 자료를 평가할 기준이 유동적이고 여러 개의 설득력 있는 결론이 가능하다. 당연히 다양한 결론이 가능하도록 문제가 설정된다. 여러 개의 조건이 가능하고 그 조건을 학생들이 추론하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통합 능력은 이렇게 따져보면 된다. 주어진 제시문들에 대한 종합적 이해에 기초해 단편 지식을 새로운 관점으로 발전시키는 창의적 능력이라고 보면된다. 인문·사회과학적 내용을 수학적(논리적)으로 표현하거나 수학적으로 표현된 내용을 인문·사회과학적으로 추론하는 능력을 고루 갖춘 것이다. 그래서 대립되고 상반되면서 갈등 관계에 놓인 공통 주제를 다양한 각도로 탐구하고, 종합적 사고능력과 해결 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것이 통합교과형 논술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논술 배경지식

대입 논술서 가장 많은 예시문·주제어로 다뤄져

<평등과 정의>
# 기출 주제 평등
대입 논술이 시작된 이래 가장 많은 예시문이나 주제어로 다뤄진 부분은 평등과 정의의 문제라 할 수 있다. 그만큼 흔한 주제이지만 한편으로는 논술이나 면접을 준비하는 대입수험생들에게 가장 곤혹스러운 주제이기도 하다. 사실상 평등이나 정의의 문제는 개념 자체가 지극히 철학적인 주제이다. 아리스토텔레스부터 롤즈에 이르기까지, 서양 철학에서 '정의'에 관한 대부분은 '평등'에 관한 논의로 채워져 있다. 평등에 대한 논의는 곧 정의에 대한 논의라 할 수 있다.

얼마 전 치러진 한 대학의 논술문제를 보자. <지역·계층 간 불평등과 집단 편가르기>를 주제로 한 논술문제는 현대사회가 처한 문제 상황을 다룬 지문과 통계자료 등을 제시하고 3개의 논제를 출제했다. 논제는 두 제시문이 비판하고 있는 '편가르기'의 양상을 비교 분석할 것, 제시된 통계자료를 다각도로 분석해 국내 체류 외국인이 높은 범죄율을 보이고 있다는 명제의 타당성을 분석할 것, 현재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상생'을 위한 움직임들이 분열과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지 견해를 제시할 것 등을 요구하는 문제였다.

이런 류의 문제들은 앞으로도 자주 인문계열 대입논술에서 출제될 가능성이 높다. 왜냐면 평등과 정의의 문제는 인류의 영원한 숙제이자 현대사회가 지속적으로 해결해야할 현실적 제도적 명제이기 때문이다. 평등을 이야기 할 때 흔히 평등이란 모두에게 똑같이 대하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과 마주하게 된다. 바로 이러한 질문이 평등에 대해 이해하는 출발점이다.

평등이라는 명제에 집착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을 잡으면 모든 상황과 예제를 똑같이 취급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틀렸다. 아리스토텔레스 같은 철학자는 모두를 항상 똑같이 대하는 것은 평등에 반할 수 있으며, 오히려 서로 다르게 대해야만 평등을 달성할 수 있다고 결론 내린다. 이 부분이 바로 아리스토텔레스의 '평균적 정의'와 '배분적 정의'다. '각자에게 자신의 몫을'이라는 유명한 말은 바로 평등에 대한 현대철학의 개념정리이기도 하지만 오래된 보편적 개념으로 굳어진 생각이다.

여기서 하나 추가해야 할 부분이 바로 상대적 평등에 대한 이해다. 상대적 평등은 조건에 따라 달리 대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이를 오해해 무조건 다르게 대해야 한다는 개념으로 착각하면 오류에 빠지게 된다. 물론 무조건 똑같이 대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하기 때문에 평등과 정의의 개념을 이해한다는 것은 간단하지 않다.

대표적으로 인간의 존엄이나 그와 직결되는 생명권과 같은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인간은 존엄하고 가치 있는 존재이며, 인간이라면 누구나 도덕성이나 생존가능성 등을 불문하고 모두 똑같이 그러한 존엄성을 인정받아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평등에 관한 문제는 절대적·획일적 평등보다는 상대적 평등에 관한 것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 차이와 평등에 대해
평등이 항상 똑같이 대하는 것이 아니라 다르게 대하는 것이라면, 도대체 언제 다르게 대해야 하고 언제 똑같이 대해야 하는 것일까.
대한민국 국민 가운데 왜 남자만 군대에 가고 여자는 군대에 가지 않는가의 문제를 보자. 이를 두고 성차별이다는 식으로 주장하는 집단이나 개인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모두가 대한민국 국민이므로 같이 취급해야 평등한데, 같은 것을 달리 취급하고 있으므로 평등에 반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

"남자와 여자는 신체적인 능력이 다르다. 그러므로 남자는 군대에 가고, 여자는 군대에 가지 않는 것이다. 이는 평등에 반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한다면 어떻게 될까. 평등의 문제를 놓고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지만 양쪽 다 평등의 기준으로 생각하는 것은 공통분모가 있다.
이는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다.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라는 단순한 기준은, 나름대로 많은 실용적인 쓰임새를 가지고 있다.

같이 취급하는 것에 대해 차별임을 주장하려면 각각의 차이점을 부각시켜 다른 것을 같이 취급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 된다. 달리 취급하는 것이 차별임을 주장하려면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음을 부각시켜야 한다. 이런 식으로 생각한다면 빠른 정리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평등과 정의를 이야기할 때 우리가 지향하는 것은 평등과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겠다는 지향 때문이다. 결국 진정한 평등사회란, 차이를 인정하는 '기회의 평등'을 의미한다는 이야기도 여기서 인정받을 수 있다. 자칫 '결과의 평등'을 주장하는 쪽이 목소리를 높이지만 논리적으로 설득력이 없다. 노력을 하지 않고, 평등이라는 이름으로 모두에게 똑같은 자격과 혜택을 준다면, 이것은 오히려 불평등을 초래 할 수 있다.

열심히 노력하고 공부해서 자격시험에 합격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 동일한 대우를 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정의와 평등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 된다면 그 사회는 불공정하고 불평등한 사회가 된다. 동일하게 부여받은 기회에 대한 결과의 '차이'는 그 기회를 얻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노력 할 수 있는 하나의 동기부여가 될 수도 있고 자아실현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바로 그 사회가 우리가 꿈꾸는 정의로운 사회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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