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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다가왔다'
'별이 다가왔다'

"먹은 밥 때문에/ 체했는지/ 식은 땀이 줄줄/ 온 몸이 오들오들// 거실에/ 누웠는데/ 별이 반짝반짝// 엄마는/ 나보다 더 아픈가 보다/ 나를 쳐다보는데/ 얼굴이 샛노랗다."
 
제13회 동시의 날 기념 제1회 전국 어린이 시 쓰기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박채준 어린이(여수 쌍봉초 4학년)의 시 '더 아프다' 전문을 옮겨본다. 총 3연으로 구성된 이 시를 빛나게 하는 부분은 3연이다. 1연과 2연은 어린이 화자가 겪은 사실적인 정황이고, 3연의 1행과 2행에서 느낀 점을 썼다. 3연의 3행과 4연은 이 시를 시적이게 하는 부분이다. 병이 난 것은 어린이 화자 자신이지만, 화자의 엄마가 더 아프다는 것을 '얼굴이 샛노랗다'는 시구로 적절히 표현한 점이 이 작품을 매우 돋보이게 한다.

"허리 굽은 할머니를 만났을 때/ 다리 다친 성진이를 만났을 때/ 상자 든 택배 아저씨를 만났을 때/ 휠체어를 만났을 때// 계단은 눕고 싶다// 잠시/ 꼿꼿한 각도를 버리고// 온몸 쭈욱 펴/ 엎드려 주고 싶다"

위 작품은 김수희 시인이 쓴 동시 '계단도 때로는' 전문이다. 시인의 상상력은 무생물인 계단에 생명을 불어넣어 세련된 표현으로 시화했다. 따뜻한 마음이 읽힌다.

"엄마 두 팔은 자동문/ 엄마 품으로 가는 자동문// 가까이만 가도/ 활짝// 잘못을 해도/ 활짝// 아무 때나 가도/ 활짝.// 엄마 자동문은/ 고장이 없다."

김순영 시인의 동시 '자동문' 전문이다. 자동문을 엄마의 무조건적인 무한한 사랑에 비유한 점을 신선하게 읽었다. 엄마의 사랑엔 고장이 있을 수 없지! 자동문 같은 엄마 품에서 자라난 어린이에겐 어둠이 끼어들 틈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정녕 자동문 같은 엄마로 살고 있는가? 내 사랑에 대해 의심하고 반성하는 마음을 갖게 하는 작품이다.
 
"그럴 수도 있지/ 괜찮아, 네 맘 알아/ 와! 너 최고다!// 위로했다/ 안아줬다/ 칭찬했다/ 내가/ 나를"
 
이옥용 시인의 동시 '내가 나를' 전문이다. 짧은 동시 한편에서 느껴지는 자기애에 깊은 공감을 느낀다. 사랑은 이렇듯 나로부터 출발하여 밖으로 확산할 때 건강한 사회를 이룰 수 있는 자양분이 된다.
 

성환희 아동문학가
성환희 아동문학가

다양한 삶과 체험을 다양한 색상과 목소리로 그려낸 작품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 이 책을 읽는 재미가 아닐까 한다. '별이 다가왔다'는 한국동시문학회 회원 190명의 동시와 신은숙 님의 그림으로 엮은 2020년 한국동시문학회 우수동시선집이다. 여기엔 제13회 동시의 날 기념 제1회 전국 어린이 시 쓰기 대회 수상작 6편을 포함했다. 전국의 동시인들 중 이번 작품집에 한 편의 동시로 참여한 울산의 시인은 김이삭, 남은우, 박영식, 박해경, 성환희, 이시향, 장그래, 조영남 등 8명이다. 190명 우리나라 유명 동시인 작가들과의 비대면 간접적 만남으로 특별한 즐거움을 체험하고 싶지 않은가? 지금 바로 '별이 다가왔다'를 펼쳐보시기를….                  성환희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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