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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사상 최악의 영업 적자라는 성적표를 받아든 SK이노베이션과 S-OIL 등 울산지역 정유사를 중심으로 실적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선을 돌파한 후 상승을 거듭하고 있어서다. 게다가 일본 지진과 미국 한파 등 글로벌 석유업계의 공급 차질도 국내 정유업계 입장에서 긍정적 요소다. 

다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유가상승에 따라 석유류 가격 오름세를 타고 전기·도시가스 요금이 상승압력을 받으면서, 부담이 커질 분위기다. 

정유업계에 따르면 10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일 보다 43센터, 0.7% 올라 배럴다 64.4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또 브렌트유도 전 거래일 대비 38센터, 0.6% 상승해 배럴당 67.90달러에 머물렀다. 

# 유가 반영 에너지공공요금 인상 초읽기
우리나라 업체들이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 가격도 17센트, 0.26% 상승하며 배럴당 65.54달러에 거래됐다. 지난해 4분기 평균보다 올해는 평균 30% 이상 올랐다. 

올해 초부터 상승세를 이어가던 국제유가는 배럴당 60달러 선을 넘기며 등락을 거듭해 왔다. 다만 3월 들어서며 상승폭이 확대됐고, 최근 브렌트유가 배럴당 70달러 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유가가 오르면 저유가일 때 사들였던 원유 비축분의 가치가 상승해 정유사들은 재고평가이익을 볼 수 있다. 또 국내 정유사들은 원유는 쌀 때 들여오고, 석유 제품은 비쌀 때 파는 '시차 효과'도 누릴 수 있게 됐다.

지난해 SK이노베이션과 S-OIL 등 국내 4사 정사유가 합산 5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한 주요 원인도 유가 급락에 따른 재고평가 손실이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2조 5,688억 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34조 1,645억원으로 30.7% 감소했고, 당기순손실은 2조 1,609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이 중 석유사업 매출이 22조 6,379억원, 영업손실이 2조 2,228억원을 기록했다.

S-OIL도 지난해 1조 877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사상 최악의 실적을 거뒀다. 지난 1976년 창사 이래 연간 기준 최대 규모의 영업손실이다. 매출액은 16조 8,29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0% 줄었다. 당기순손실은 7,875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이는 정유부문에서 1조 6,960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탓이다. 

올해는 유가가 급등하며 정반대의 상황이 예견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유가가 1달러 상승할 때마다 분기별 재고평가이익으로 SK이노베이션 250억원, S-OIL 150억원을 추산한다. 작년 1분기에 실적이 워낙 안 좋았던 관계로, 올 1분기엔 기저효과도 누릴 수 있다. 

# 줄줄이 오르는 물가 소비자 부담 가중
이번 유가 상승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의 감산 조치에 따른 공급 통제와 미국 원유 재고 감소 등에 따른 결과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현재 유가 상승 만으로는 실적 개선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SK에너지 한 관계자는 "현재의 유가 상승은 공급 감소와 백신이 승인되면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선반영된 것"이라며 "지금으로선 유가 상승과 별개로 경제 활동이 정상화해 석유 제품 소비 등 수요 회복으로 연결될지 확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유가 발, 휘발유 가격을 비롯한 전기료, 도시가스요금 등이 오를 조짐이 보인다. 

한국석유공사 유가 정보서비스 오피넷에서 확인한 3월 첫째 주 울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은 전주보다 9.3원 오른 ℓ당 1,474.4원으로 집계됐다. 울산 휘발유 가격은 4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특히 지난 주 울산의 평균 휘발윳값은 지난해 3월 둘째 주(ℓ당 1,490.7원) 이후 1년 만에 가장 높다.

도시가스,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도 커졌다. 도시가스 도매요금은 주택용, 일반용의 경우 2개월마다 원료비 변동요인이 3%를 초과하는 경우에만, 상업용과 발전용은 매달 요금을 조정한다.

전기요금 인상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올해부터 LNG, 석탄, 유류 등 연료비 변동분을 3개월 단위로 반영하기 때문이다. 기준 연료비(직전 1년간 평균 연료비)에서 실적 연료비(직전 3개월 평균 연료비) 차이가 요금에 반영되는데, 국제유가 상승으로 실적 연료비가 오르면서 하반기에 전기요금도 인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미영기자 lalala4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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