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심의 숲 산책] 가시연잎이 말했네
[동심의 숲 산책] 가시연잎이 말했네
  • 김이삭
  • 2021.03.15 20:13
  •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반복되는 일상 벗어나 낯선 세계로 여행
'가시연잎이 말했네'
'가시연잎이 말했네'

부여 궁남지에 가면 호수 위에 커다란 초록 쟁반들이 떠 있는 걸 볼 수 있어요. 흔히 빅토리아 수련이라 불리는 가시연입니다. 잎이 유달리 크고 둥글고 평평한데다가 가장자리가 살짝 솟아 꼭 쟁반 같습니다. 매끄러운 수면 위에 위풍당당하게 떠 있는 초록 쟁반, 이 가시연잎을 모티프로 쓴 장영복 시인의 섬세한 동화시가 아름다운 그림책이 되었습니다.

 '가시연'이라는 흥미로운 소재에 평범한 일상 속 우리들을 꼭 닮은 캐릭터, 시시각각 변화하는 아름다운 바다 풍경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그림책입니다. 고단한 일상에 오아시스가 되어 줄 달콤한 휴가, 지친 어깨를 토닥이는 따뜻한 손길 같은 그림책입니다.

 숨 막히는 인간관계, 고단한 일상, 반복되는 하루하루에 지치기 쉬운 우리는 여행을 좋아합니다. 여행은 새로운 세계와의 만남이지요. 낯선 세계와의 만남은 흥미로우나 두렵기도 해요. 여기 연못을 떠나본 적 없는 개구리가 가시연잎 배를 타고 바다로 향합니다. 작은 개구리에게 세상은 너무 넓고 낯설고 설레고 두렵습니다. 하지만 가시연잎 배가 있으니 용기를 냈지요. 개구리를 태운 가시연잎 배는 파도를 넘고, 가시를 탐내는 가시복어 떼를 지납니다. 드넓은 바다에서 무리를 벗어나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픈 돌고래를 만나고, 가시연잎 배에 고단한 몸을 누이고 쉬고픈 가오리를 만나고, 컴컴한 바다 밑을 벗어나 환한 햇살 아래 일광욕을 하고픈 대왕문어를 만납니다.

 여정 속에서 가시연잎 배는 조금씩, 조금씩 커집니다. 추상적인 관념을 눈에 보이게 만들어주는 것이 그림책의 매력이지요. 한 구비 한 구비 나아갈 때마다 가시연잎 배는 돌고래를 태울 수 있을 만큼, 가오리도 태울 수 있을 만큼, 대왕문어도 너끈히 태울 수 있을 만큼 커집니다. 여행은 우리를 성장시켜요. 가시연잎 배의 품을 넓히고, 마음 여린 개구리에게 용기를 심어 줍니다.

아동문학가 김이삭
아동문학가 김이삭

 가시연잎 배는 너른 바다 위를 즐거이 떠돕니다. 돌고래는 빙글빙글 춤추고, 누워 쉬던 가오리는 지느러미를 펼쳐 날아오릅니다. 대왕문어는 다리마다 펼쳐 놓고 일광욕하고, 개구리는 벌렁 드러누워 하늘을 봅니다. 물결이 반짝이고 뭉게구름이 흘러가고 날치들이 새처럼 날아갑니다. 푸른 바다 위에 쟁반처럼 둥근 초록 배가 통통통 흘러갑니다. 나직한 목소리로 다정하게 읊조리는 글, 포근하고 섬세한 색연필 그림이 조화를 이룹니다. 표정과 몸짓이 살아 있는 캐릭터, 시시각각 변하는 아름다운 풍경은 손에 잡힐 듯 생생합니다. 우린 한 권의 그림책을 통해 아름다운 바다를 한껏 즐기며 푹 쉬었고, 새로운 이들을 만나 교감했으며, 스스로를 돌아볼 시간을 가졌어요. 일상으로 돌아가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었지요. 때로는 누군가를 응원하는 사람이 되어 보아요.  아동문학가 김이삭

로그인을 하면 편집 로그가 나타납니다. 로그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울산신문은 여러분의 댓글을 소중히 생각합니다.
그러나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침해. 명예훼손의 우려가 있는 댓글. 도배성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위배되는 댓글은 삭제 될수도 있습니다.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