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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도둑'
'자전거 도둑'

오래된 지인의 이야기를 먼저 하고자 한다. 그분은 지금 65세쯤 되었고 어릴 때 산골 초등학교 졸업하고 동생들도 줄줄이, 집도 가난하여 진학을 못 하고 돈 벌겠다고 서울로 상경했다. 서울 가면 돈 많이 벌어 오리라는 기대하는 식구들 때문에 껌도 팔고, 구두닦이며 닥치는 대로 일했는데 늘 본전치기를 면하지 못하였다. 중국집에서 일하면 배는 안골 것 같아서 취직하였다. 5년 동안 일 잘하면 요리를 가르쳐준다는 주인 말에 열심히 배달과 허드레한 일을 했다. 다른 중국집에서 눈독 들일 정도로 일 잘한다는 소문이 나서 다른 데 갈까 봐 주인은 자장면도 많이 주고 칭찬도 잘해줬지만, 월급은 다른 가게보다 절반 수준이었다. 5년 후 요리를 배울 거라는 기대감에 꾹 참고 견디며 적은 월급이지만 아껴서 고향에 동생들 용돈과 옷도 사 보냈다. 어느 날 배달하는 중 오토바이를 피하려던 트럭이 사고가 났다. 뒤돌아보지도 않고 전속력으로 가게로 돌아왔고 주인에게 말했다. 주인은 잘했다면서 모른 척하고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 뒤늦게 알아보니 차만 찌그러졌다는 걸 알았지만 완강하게 말리는 주인의 말을 들어야 했다. 어느덧 5년이 지나고 6년째 접어드는 해 요리를 배우고 싶다고 했더니 주인은 요리는커녕 그때부터는 욕설과 학대가 빈번했다. 어깨너머라도 볼라치면 다른 일 안 하고 본다고 한 대, 거슬린다고 또 한 대, 전화 빨리 안 받는다고 한 대. 요리하던 뜨거운 국자로 얻어맞고 또 얻어맞고, 맞지 않는 날이 이상할 정도였다. 그러던 어느 날 국자 뒷부분이 아닌 테두리 선으로 얻어맞아 쓰러지고 피가 심하게 흘러내려 병원에서 눈을 떠보니 열두 바늘 꿰매고 붕대가 칭칭 감겨 있었다. 입원하라는 의사의 만류에도 뿌리치고 저녁 장사할 시간 책임감 때문에 가게로 돌아와 보니 이미 다른 직원을 채용하고 고향 내려갈 차비만 내밀면서 내일 새벽에 가게 문 열기 전에 나가라고 했다. 고향에 빈손으로 것도 머리까지 붕대 매고 갈 순 없었다. 밤에 몰래 주인 금고 털어 만 오천 원 정도의 돈을 들고 야반도주했다. 그동안 제대로 못 받은 보상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오래전에 들은 이야기가 떠올랐다. 여기까지는 필자의 지인 이야기이고 다음 내용은 박완서의 '자전거 도둑'에 대한 요점 내용이다.
 
열여섯 나이 가난 때문에 고향을 떠나온 수남이는 청계천 세운상가 뒷길에 있는 전기용품 도매상 점원으로 일한다. 세 사람 할 일을 수남이 혼자 하자 고용주는 일 잘하는 직원을 듬직스러워하고 직원으로 일하는 수남이는 늘 칭찬을 자주 해주는 고용주를 충실하게 잘 따른다. 배달 나갔다가 배달 자전거 때문에 고급승용차에 흠집이 났고 승용차 주인은 수리비 배상을 요구하다가 자전거를 저당 잡아 쇠사슬에 묶어두었다. 당장 돈이 없는 수남이는 몰래 쇠사슬에 묶여있는 자전거를 들고 도망친다. 수남이는 쾌감을 느꼈고 수남이의 이야기를 들은 주인은 잘했다면서 칭찬을 한다. 그 이후 그런 주인에 대해 실망하여 짐을 꾸리고 고향으로 갈 결심을 한 수남이는 소년다운 청순함으로 빛났다. 라는 내용으로 끝나는 동화집이다. 

 물론 독자마다 생각은 각각이겠지만 오래된 죄를 세월에 묻어버린 듯하다. 이 두 이야기는 공통점이 너무 많다. 시대적 배경, 가난, 노동력 착취. 사건 은폐, 손해배상이나 사과 없이 끝나버린 두 이야기 끝부분도 비슷하다. 필자의 눈에는 그것만 각인될 정도로 눈에 들어왔다.

아동문학가 서순옥
아동문학가 서순옥

 박완서(1931~2011)는 소설, 수필, 동화 작가로서 우리나라를 대표로 하는 빛나는 작품을 많이 쓴 작가이다. '자전거 도둑' 이 책은 너무나 유명하다. 대한민국에서 어린이 권장 도서로 선정되어 널리 알려져 있고 많은 평론가들이 호평을 한 책으로 딸아이 어릴 때 손잡고 서점에 들러 사준 책이다. '자전거 도둑'은 △자전거 도둑 △달걀은 달걀로 갚으렴 △시인의 꿈 △옥상의 민들레꽃 △할머니는 우리 편 △마지막 임금님 등 여섯 편으로 구성된 단편 동화집이다. 모두 훌륭한 동화이다. 그중에 필자는 '자전거 도둑' 마지막 장을 살짝 도려냈다. 
  아동문학가 서순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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