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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륙도
 
신혜경
 
섬은 늘 그 자리에 있는데
해운대에서 보면 다섯 개
영도나 청사포에서 보면 여섯 개로 보인다
 
삶은 그런 거 아니겠나?
검푸른 바닷속
다섯 개와 여섯 개 사이에서
끝없이 철썩이는 파도 같은 거
영도나 청사포가 아닌 해운대쯤에서
불쑥 솟은 섬 하나 숨겨 놓고 사는 거
그래서 다섯 개도 맞고 여섯 개도 맞다고
고개 끄덕여 주는 거
 
△신혜경: 경남 거창 출생. 2003년 계간 '문학수첩' 시 부문 신인상 당선. 시집 '달전을 부치다' '해파랑, 길 위의 바다', 장편동화 '태극기 목판' '달빛요정의 수상한 장난감가게'. 수주문학상, 울산문학 올해의 작품상, 눈높이아동문학대전 단편동화 부문 수상. 
 

서금자 시인
서금자 시인

'안방에 가면 시어머니 말이 옳고, 부엌에 가면 며느리 말이 옳다'라는 속담이 있다. 사는 일이 그렇다. 딱 부러지게 답을 낼 수 없다. 이쪽에서 보면 5개, 저쪽에서 보면 6개로 보이는 오륙도처럼. 
 파도 같은 삶을 살다보면 비밀 하나쯤 있는 것이다. 열심히 살았으니 다섯 개, 여섯 개 따지지 말고 고개 끄덕여 줄 일이다. 그가 보내온 시작노트에서 시인의 단아한 모습을 보는 듯 하다. 
 오륙도는 부산광역시 기념물 제22호이다. 
 부산만의 승두말에서부터 방패섬 수리섬 송곳섬 굴섬 등대섬 등 5개의 해식 이암으로 이루어져 있다. 방패섬이 간조시에는 한 개의 섬으로 있다가 만조시에는 바닷물에 의해 두 개의 섬으로 분리되어 보여 오륙도라 한다. 
 
신혜경 시인은 그의 시집 '해파랑 길 위의 바다'에서  시 '오륙도'를 읊고 있다.
 
불쑥 솟은 섬 하나 숨겨놓고 사는 거
그래서 다섯 개도 맞고 여섯 개도 맞다고 
고개 끄덕여 주는 거 
해파랑길 위에서 절창 한 소절을 조용히 내어 보인다. 
삶에서 건져 올리는 고결한 자태, 한 참 살아본 후에 얻어지는 여유를 그는 이미 알고 있다. '그래서 다섯 개도 맞고 여섯 개도 맞다고 고개 끄덕여 주는 거'라고
 귀하게 얻어낸 자연에의 순응, 보이지 않은 것을 기어이 보지 않아도 좋을 만큼 그의 시는 일상을 차분히 관조하고 있다. 
 
해운대에 서면 가만히 있어도 가슴을 삐져나오던 푸른 깃발 그 길을 바람 따라 가 본 적이 있다. 죽지 않은 파도는 버선발로 달려오는데 맞잡을 손 떠난 내 빈손엔 물 거품만 차오른 날 있었다. 한 생애 울울했던 나뭇잎 그 틈새로 풀어지는 햇살, 반 백년 솔숲엔 허리 휜 바람만 가득한 날 있었다.
 신혜경의 '오륙도'시는 이런 마음들을 치유할 것 같다. 
 다섯인 듯 여섯의 여유 고개 가만가만 끄덕여 질 것 같아서다.  서금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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