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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진 울주세계산악영화제 프로그래머
김세진 울주세계산악영화제 프로그래머

영화의 탄생은 언제일까? 영화는 19세기 과학기술이 모두 결합해 발명된 매체로 일반적으로 1895년 뤼미에르 형제의 '열차의 도착'이 공개된 것을 그 시점으로 삼는다. 
 
유사한 시기 미국의 에디슨을 포함해 유럽 각국에서도 이렇듯 비슷한 발명품들을 내놓아 대중을 위한 값싼 오락거리를 제공했다. 
 
움직이는 사진을 처음 목도한 대중들은 이 신기한 볼거리에 열광했지만, 그 시절 많은 과학적 발명품이 나타났다 사라지길 반복했듯 영화의 수명이 이리도 길게 지속되리라 예상하진 못했다. 
 
영화가 19세기 말 탄생해 20세기의 중심 예술과 오락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중요시기는 1920년대였다. 흥미로운 것은, 전 세계의 상이한 문화적 배경들이 제각기 다른 추이를 보여줬다는 것이다. 
 
러시아 혁명이 한창이던 구 소비에트 지역에서 영화는 대중에게 파급력을 가진 소식을 가장 빨리 전달해 주는 매체로 뉴스 릴(필름)이 발달했고, 유럽에서는 새로운 예술의 한 형태로 실험영화들이 꽃을 피웠다.
 
그중에서도 미국 코미디 무성영화의 발전은 우리가 현재 접하는 극영화의 형태와 가장 유사한 방식으로 진행되었는데, 즉, 재미있는 이야기와 화려한 볼거리, 그리고 감정 몰입을 도와주는 음악을 사용한 것이었다. 
 
이 시기엔 아직 필름에 소리가 들어가지 않았으니, 음악은 극장에서 따로 라이브로 연주됐고 피아노 단독 반주가 주를 이뤘다. 
 
이 시절 가장 인기 있었던 3명의 스타가 바로 찰리 채플린, 버스터 키튼, 그리고 해럴드 로이드다. 
 
방랑자 캐릭터로 희비극의 대명사가 된 채플린과 무표정한 얼굴로 고급 스턴트를 선보였던 키튼에 비해 해럴드 로이드는 현실 청년의 캐릭터에 아슬아슬한 스턴트 연기를 구사한 것으로 유명하다. 
 
대표작 '세이프티 라스트'에서 시계탑에 매달리는 스턴트 연기는 성룡의 '프로젝트 A'와 '백 투 더 퓨처'가 오마주 할 정도로 후대에 많은 영향을 줬다. 
 
다음달 2일 개막하는 '제6회 울주세계산악영화제'는 올해부터 개최 시기를 봄으로 옮기는 것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새로운 도전을 시도한다. 
 
그중 하나가 1923년작 무성영화 '세이프티 라스트'와 진수영 시네마 앙상블 라이브 공연의 결합이다.
 
4월 3일 저녁 7시 서울주문화센터에서 선보일 이 무대는 마치 관객들이 1920년대 무성영화 시절에 와 있듯 시간 여행을 제공할 것이다. 
 
최근 들어 유행하고 있는 레트로(복고)를 넘어 아예 살아본 적 없던 시대, 초기 무성영화 시기를 경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100년이 지나도 변치 않은 옛 필름이 전하는 스릴 넘치는 액션 연기와 코믹한 스토리에 더해, 공연은 그 옛날보다 훨씬 풍성해졌다. 
 
재즈 피아니스트 진수영과 김오키(색소폰), 정수민(베이스)은 관객들이 영화에 흠뻑 빠져들 수 있도록 새롭게 편곡한 음악을 준비했다. 
 
길어지는 코로나 시국, 영화도 보고 싶고 라이브 공연도 즐기고 싶은 관객들에게 한 번에 두 가지 문화적 경험을 동시에 선사하는 세이프티 라스트+진수영 시네마 앙상블 라이브 공연을 강력히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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