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심의 숲 산책] 신기한 시간표
[동심의 숲 산책] 신기한 시간표
  • 엄성미
  • 2021.03.29 20:41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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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학교에서 벌어지는 판타지 동화
'신기한 시간표'
'신기한 시간표'

초등학교 1학년 때, 학교에 나쁜 소문이 떠돌았습니다. 학교 화장실에서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이었습니다. 화장실 갈 때는 혼자 가면 안 된다고, 혼자 가면 화장실 구멍에서 손이 나와 끌어당긴다고 겁주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친구 없이 혼자 화장실 갈 때는 어찌나 무섭던지 오들오들 떨면서 간 기억이 납니다. 어른이 되어서 생각해 보니 화장실이 구석진 곳에 있어서 떠돈 소문 같습니다. 학교 화장실이 무서워서 밤마다 악몽에 시달리자 무척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재미있는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화장실에는 '빨간 휴지 줄까, 파란 휴지 줄까' 귀신이 살지만, 멍청해서 아이들이 문을 열고 나가면 뒤늦게 손을 내미는 모습을 떠올렸습니다. 그러자 화장실 가는 게 무섭지 않았고, 한 번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 귀신을 멍청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동화작가 오카다 준은 저와 같은 겁쟁이 학생의 마음을 잘 헤아린 작가입니다. 초등학교 미술 선생님이었던 작가는 학교 이야기를 소재로 판타지 동화를 즐겨 쓰며, 학교에서 일어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밤의 초등학교'에서는 학교를 배경으로, 아무도 없는 밤의 초등학교가 공포의 장소가 아닌 낭만적인 장소란 걸 보여 주었습니다. '방과 후 비밀수업'에서는 미술 선생님이 매주 월요일마다 학교 쥐를 통해 학교 이야기를 들으며, 학교가 재미있는 장소란 걸 알려줍니다.

 이번에 소개할 '신기한 시간표'는 평범한 초등학교에서 아침부터 한밤까지 벌어지는 일들을 들려줍니다. 수업 시작 전, 첫째 시간에서 여섯째 시간, 방과 후, 한밤까지 학교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무척 흥미진진합니다.
 지각생에게 금붕어가 "안녕!"하고 인사를 건네고, 소심한 아이에게 말하는 고양이가 시합하자고 하고, 도마뱀이 교실 바닥에서 나와 지우개를 주워줍니다.

아동문학가 엄성미
아동문학가 엄성미

 여섯째 수업 시간, 6학년 1반에 갑자기 나타난 할머니가 "요즘 많은 사람들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꿈꾸는 힘을 도둑맞고 있다. 상상하거나 공상하는 힘이 점점 약해지고 있다는 말이다."라며 꿈꾸는 힘을 빨아들이려는 자를 막아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할머니 말을 들은 6학년 신이치는 얼떨결에 눈을 감았습니다.
 "만약 돌이 되더라도 조금 지나면 원래대로 돌아올 거야. 하지만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을 때는 아무것도 기억 못 해. 돌이 되었을 때의 앞뒤 기억과 함께 꿈꾸는 힘이 빠져나가고 마니까. 꿈꾸는 힘이 빠져나가는 것은 얼마나 오래 돌로 있었느냐에 달려 있단다. 눈만 꼭 감고 있으면 걱정할 것 없어. 어둠은 눈을 뜨게 하려고 너희들 마음에 속삭일 거야. 그래도 절대 눈을 뜨면 안 돼. 꿈꾸는 힘을 지켜야 한다."

 상상력은 겁쟁이를 용감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신이치는 어둠의 유혹을 물리치고 꿈꾸는 힘을 지켜냈으니까요.
 어린 시절, 상상으로 무서움을 극복하던 저는 어른이 되어선 비행기 타기를 두려워하고, 자동차 터널을 무서워하는 겁쟁이가 되었습니다. 우스운 상상을 하며 화장실 귀신을 물리친 용감한 초등학교 1학년생은 어디로 가버린 걸까요?  아동문학가 엄성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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