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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 밑줄 한번 쳐 줄래'
'나한테 밑줄 한번 쳐 줄래'

어떤 맛인가 하면, 부드럽고 밍밍하다. 어떠한 조미료도 첨가하지 않은 순수하고 담백한 맛이다. 어떤 이는 상상만으로, 어떤 이는 비약과 낯설게 하기만으로… 이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자기만의 글을 쓴다. 나는 글에 그림이 보이는 선명함을 좋아한다. 너무 낯선 것보다 너무 상상으로만 된 것보다 자연스럽고 쉽지만, 깊은 뭔가를 담고 있는 것이 좋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취향의 문제이다. 

 서점에서 이 동시집을 읽었다. 어렵지 않고 밖에서도 안이 훤히 다 보이고 즐거움과 행복감을 주었다. 작가가 울산의 초등학교에서 일하는 선생님이다. 울산이라서 더욱 호기심이 생겼다. 작품을 읽으면서 한 시인이 떠올랐다. 다르지만 어딘가 묘하게 닮아있다는 느낌이랄까… 공교롭게도 그분, 남호섭 시인이 해설을 쓰셨다. 단순하고 담백하다는 말씀이 내 느낌과 겹친다.
 <학교를 빛낸 인물들>이 아침마다 중앙 출입문 유리문을 닦는 아주머니 두 분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는 작가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학교. 이 당연한 생각을 당연히 생각하면서도 이렇게 시로 옮긴 것을 보니 찐한 감동이 샘솟는다. 

 <급식 시간>에 떠드는 아이가 그 벌로 선생님 옆에 앉았더니, 선생님이 더 떠들고 있다는 얘기다. 화자로 등장하는 아이는 능청스럽고 선생님은 아이처럼 순수하고 귀엽다. 스승과 제자의 신분을 벗고 '짝'이라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만큼 친숙하고 부러운 사제지간의 모습이 다.
 <층간 소음>을 통해 교장 선생님까지도 한통속이 되고 있다. 이런 시적인 정황을 보면서 지난 추억을 소환해서 흠뻑 즐거움에 취해 본다.

 아래 작품 역시 매우 재미있게 읽었다. 미세먼지가 우리 인체에 끼치는 해로움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응은 각자 다르다. 방송과 지인들의 염려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를 밖으로 노출 시키는 쪽이다. 아직도 미세먼지의 심각성을 깊이 인지하지 못하는 탓일 수도 있으나 대수롭잖게 여기는 마음과 포기할 수 없는 자유로움 때문이다. 아이들도 나와 비슷한 정서에 놓여있는 것이리라. 환경문제의 심각성은 결코 등한시해서는 안 되는 일임에도 어쩔 수 없이 시를 시로만 읽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안 들어가면 잡으러 갑니다.' 웃으면 안 되는 상황인데 이 시구에 웃음이 난다. 정신 차리고 빨리 교실 안으로 도망가자.
 

성환희 아동문학가
성환희 아동문학가

저기 저 혼자서 공 몰고 가는
빨간 색 옷 입은 남학생
교실로 들어가세요.
 
철봉에서 오래 매달리기 하는
여학생 둘, 이제 그만하고
교실에 들어가세요.
씨름장에서 모래놀이 하는 학생들
정리 안 해도 되니까
빨리 교실에 들어가세요.
 
나무 뒤에 숨은 거 다 보입니다.
안 들어가면 잡으러 갑니다.
빨리 교실에 가세요. 
<미세 먼지 '매우 나쁜 날' 학교 방송>
 
소통은 즐거움을 준다. 픽, 픽, 웃음 짓게 한다. 이 동시집에서는 선생님과 아이들의 순수하고 명랑한 쌍방향 소통이 존재한다. 이준식 선생님이 근무하는 학교에 입학하고 싶다. '詩끌벅적 아이들'속에 함께 놀면 얼마나 행복할까!  아동문학가 성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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