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선에 머물다] 꽃맛
[詩선에 머물다] 꽃맛
  • 도순태
  • 2021.04.06 20:18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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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맛
 
이상열
 
저 산과 이 산이 비껴가는 계곡 사이를
휘적휘적 걷다보면
봄물은 질컥이고,
우거진 잡목 사이 진달래 붉은 꽃이 설핏설핏 피었는데
그 색이 꼭,
늙은 어메 꽃 시절 널어놓던 서답 같아
참 황망하고 쓸쓸하다
 
꿀밤나무 뻗친 가지에는
 
입 같지도 않은 잎들이 투덜거리며 말을 하는데
말 같지 않은 말들을 귀 기울여 듣다보면
이 나이 먹도록 자식 걱정 애간장 끓이는
울 어매 지청구 같아
애먼 가지 하나 뚝, 분질러
우적우적 붉은 꽃잎  씹어 삼킨다
 
꽃맛이 쓰고 떫다
 
△이상열: 경북 봉화 출생. 홍익대학교 미술대 졸업, 영남대학 교육대학원 미술교육 전공. 2005년 '문학저녈'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손톱이 아프다' '세 구루 밀원'. 22회 개인전과 단체전. 울산 작가회의, 한국작가회의, 울산 민족미술인협회에서 글과 그림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도순태 시인
도순태 시인

'이상열 兄이 나무젓가락에 검은 먹물을 찍어 그려낸 라다크의 불교사원들은 순수하고 다채로운 오색 깃발들로 줄줄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가 그리워하는 어머니와 때 묻지 않은 자연과 우주는 그렇게 그의 시와 그림 속에 녹아있습니다'-윤재갑 큐레이터- 시인의 라다크 Ladakh 그림 전에서 본 한지에 수묵담채는 한 편의 시였다. 절제와 은유가 고스란히 표현되어 있었다. 그리고 시인은 그림에서도 시에서도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탑처럼 층층이 쌓여 있었다. 
 연두에서 초록으로 색을 바꾸는 봄의 중앙, 시인은 고향산천 진달래를 소환하여 그리운 어매를 불러온다. 젊은 어머니에 대한 기억 아래 늙은 어머니가 찾아오니 쓸쓸해짐을 서답의 붉은 색으로 표현하는 어쩔 수 없는 화가 시인임을. 그리고 붉은 색 하나로 시 흐름을 이끌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또한 '어메' '서답' '꿀밤나무' '떫다'의 경상도 방언으로 인드라망 그물코처럼 시의 분위기를 서로 연결하여 어머니에 대한 애틋함으로 빛을 낸다. 그래서 시의 중심인 어머니의 지청구 같은 '투덜거리고 말 같지 않은 말에도 시인의 애정이 돋보인다. 나이 먹은 자식의 늦은 깨달음과 반성과 회환의 순간이 붉은 색으로 다가 왔는지 모른다.
 '꽃맛이 쓰고 떫다'로 시인은 끝까지 꽃을 부여잡고 붉은 색을 놓지 않는다. 그리고 그 붉음 안으로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을 붓으로 칠하고 있음이 보인다. 아직 그 어머니가 생존에 계신다면 좋겠다. 이 봄날 한달음에 달려가 지청구라도 좋으니 서로 얼굴 마주보는 모자(母子)의 시간 되었으면 좋겠다. 떫은 시간일지라도 그 맛은 꽃 맛이 될 테니. 4월이 시작한다. 산천의 꽃들을 무슨 색으로 어머니를 피고 지게 할까? 시인의 화폭에 어떤 시들이 그려질지 궁금해진다.  도순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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