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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훈 편집국장
조재훈 편집국장

누구나 한 번쯤 꿈꿔 보는 길이 있다. 흔히 '나를 찾아가는 길'로 알려진 '산티아고 순례길'도 많은 이들이 꼭 한번 걸어보고 싶은 '꿈의 길'이다. 프랑스 국경에 있는 작은 마을 '생장 피에드 포르'에서 시작해 스페인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약 800여 ㎞가 가장 잘 알려진 코스다. 코로나19로 인해 예전 같지는 않겠지만 길고 힘든 이 여정에는 자연을 품고 걸으며 인생의 가치를 찾아보려는 세계 각지의 도보 여행자들이 항상 모여들곤 한다.

사실 이 순례길도 2006년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순례자'가 나오기 전까지는 그렇게 유명세를 타지 못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우리나라 사람들이 특히 많이 찾는 길이 됐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연간 방문객 중 '세계 8위, 아시아 1위'라는 통계가 이를 뒷받침해 준다.

'걸으면 느끼고 생각하게 되며, 그래서 겸허해지고 철학하게 된다'는 말처럼 '걷기의 철학'이 주는 모험과도 같은 도전과 설렘이 큰 동기가 아닐까 싶다. 작가 파울로 코엘료가 이 길에서 겪은 다양한 경험과 영적 탐색이 그의 인생에 있어서 하나의 전환점이 됐듯이 말이다.

세상을 보는 새로운 시선은 역시 체험으로 터득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 모양이다. 필자를 비롯한 많은 이들에게도 이 길을 걸으면서 자신을 한 번 뒤돌아보고 진정한 자아를 찾아보리라는 꿈을 갖게 만든다.

오늘 아침은 새로 탄생한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이 핫 이슈다. 울산에서도 새로운 남구청장이 선출돼 인사하느라 바쁜 모습이다. 문득 '비범한 삶은 언제나 평범한 사람들의 길 위에 있다'는 '순례자'의 본문 글귀가 떠올랐다.

이번 당선자들은 선거운동 기간 내내 지도자가 부재중인 이 사회에 인공호흡으로 숨을 불어넣어 새 생명을 주겠노라고 앞다퉈 외쳤다. 하지만 과연 이들이 걸었던 그 한 걸음 한 걸음이 평범하게 살아가는 주민들의 길 위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그랬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하는 얘기다. 꿈과 희망이라는 돛을 올리고 멋진 미래를 향해 다시 출발하기에 앞서 주민들이 바라는 지도자의 덕목과 자질은 과연 무엇인지, 주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정책은 또 어떤 것인지, 상식에 비춰 한 번 되새겨 보기를 권한다.

새 지도자는 무엇보다 시대정신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당면한 오늘의 모습 속에서 내일을 위한 해법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지역경제가 꽁꽁 얼어붙은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이다. 개개인은 철저히 소외되고 소리 없는 비명은 높아만 가고 있다. 따라서 변화하는 세상을 읽어내는 안목과 불확실한 미래를 통찰하는 시대적 소명 의식이 매우 중요하다 하겠다.

우리에겐 '비선 실세'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들이 많다. 그들의 횡포와 만행에 시달린 탓에 말만 들어도 열불이 난다는 사람도 있다. 자신과 측근에게는 엄격한 잣대로 살피고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특히 주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적재적소에 인력을 배치하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 인재도 등용해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게 터를 닦아줘야 한다.

주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과 이에 휘둘리는 것은 천양지차다. 주민들의 가려운 곳을 살펴 긁어 줄 수 있는 생활 밀착형 리더가 돼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선거운동 기간에 외친 구호와 공약들은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다. 흔적 없이 공중으로 흩어져 사라지지 않도록 약속과 신의를 소중히 여기며 실천해야 한다. 얻은 것을 얻었으니 이젠 '나 몰라라'하는 몰염치는 주민들에 대한 배신행위임을 명심해야 하겠다. 

지금은 불공정과 부도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그 어느 때 보다 크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공직자의 윤리를 앞장서 실천하고, 권력의 욕망에 빠지지 않도록 항상 깨어 경계할 줄 아는 지도자를 원한다. 스스로 낮춘 자세로 시민들을 품을 줄 아는 품격과 절제, 포용의 리더십을 기대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소극침주(小隙沈舟)라고 했다. 조그마한 틈으로 물이 새어들어 배가 가라앉듯이 작은 일이라도 무심코 넘기지 말고 세심하게 살펴 대비해야 한다. 물론 성장하기 위해서는 중단 없이 나아가고 끊임없이 움직여야 마땅하다.

그렇게 가다 보면 길은 언제나 걸은 만큼 우리를 풍성하게 해 줄 것이다. 때론 어렵고 힘들어도 걷고 또 걷는 주민들의 삶 속에서 함께 발맞춰 나아가는 지도자가 우리 곁에 있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또 그렇게 되기를 늘 꿈꾸며 산다.

'위대한 업은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게 아니었다'
'연금술사'가 우리에게 전해주는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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