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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노사가 마련한 2019·2020년 2년치 임금 및 단체협상 잠정합의안이 2차례 연속 부결되면서 사내 현장 노동조직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현장노동조직들이 합의안 부결의 책임을 집행부에 물으며 교섭위원 교체, 더 나아가 집행부 사퇴까지 거론하고 나서면서 '노노 갈등' 양상이 짙어지는 모양새다.

현대중공업 현장노동조직인 '민주혁신연대'는 8일 소식지를 내고 "노조 집행부는 조합원들의 요구사항을 반영하지 못한 교섭팀을 전원 교체할 것"을 촉구했다. 이 조직은 "1차 부결 이후 2달간 노사는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며 "법인분할 위로금 지급과 기본급 인상 요구를 알면서도 노사는 조합원들의 요구를 묵인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노조는 급한 현안문제가 무엇이기에 기본급과 위로금을 포기하고 합의했느냐"며 "(2차 합의안에 추가된) 200만원 조차 노조는 법인분할 위로금, 사측은 조선산업 발전을 위한 특별격려금이라며 서로 다른 의견을 냈다"고 지적했다.

민주혁신연대는 "민주노조라면 비난도 경청할 줄 알아야 하며 현대중 노조 역사상 처음 벌어진 두 번의 부결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가 우선돼야 할 것"이라며 "회사도 이번이 마지막이란 각오로 조합원 여론을 수용해 3차 제시안을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현장노동조직인 '우리함께'도 이날 발행한 소식지를 통해 "조합원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집행부는 먼저 반성해야 하며 또다시 부실한 교섭 결과물이 잠정합의된다면 차후에도 조합원들의 저항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7일에는 사업부별 조합원 대표인 지단장들이 성명서를 내고 "노조 집행부는 2차례 연속 부결의 심각성을 제대로 판단해, 4월 말까지 집중 교섭하고 성과가 없다면 조합원 심판을 받아야 할 것이다"고 압박했다.

다른 현장 노동조직인 '현장희망'도 유인물을 내고 "잠정합의안이 두 차례나 부결됐는데, 집행부는 사과 한마디 하지 않고 있다"며 "잘못을 인정하지 못하겠다면 차라리 사퇴하라"고 비판했다.

내부에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노조는 이날 조경근 지부장 명의로 중앙쟁대위 소식지를 내고 공식 사과했다.

노조는 "먼저 기대에 미치지 못해 실망을 안겨드린 점 머리숙여 사죄드린다"며 "2차례 부결이라는 초유의 상황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조합원들의 뜻에 따라 빠른 시간 내 재교섭을 요구하고 사활을 건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 노조가 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교섭을 빨리 마무리 짓는 길 밖에 없다"며 "이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더 강하게 하나로 뭉치는데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노조는 이날 회사 측에 교섭 재개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사측은 잠정합의안을 두고 2차례 연속 조합원 설득에 실패한 현 노조 집행부와 다시 교섭에 나서는 것에 신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가 교섭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면 노조 집행부를 외면하는 조합원들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올해 말 차기 노조 지부장 선거가 예정돼 있어 교섭 장기화에 따른 책임론 등을 내세운 현장 노동조직들간의 경쟁도 점점 치열해질 전망이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2019년 5월 2일 임단협 상견례 이후 법인분할 갈등 등으로 2년 넘게 교섭을 끌었다. 2019년과 2020년 2년 치 잠정합의안을 지난 2월 3일 마련했으나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됐고, 지난 2일 2차 잠정합의안 역시 부결됐다. 2020년 기본급 동결과 특별 격려금 규모가 조합원들 기대를 충족하지 못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조홍래기자 starwars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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