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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려, 오백원!'
'기다려, 오백원!'

사는 동안 누구나 이별을 경험하게 됩니다. 가족, 친척, 친구…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건 누구도 원치 않는 일이지만, 내 의지와는 관계없이 아직 이별을 받아들이기 힘든 나이에도 다양한 이유로 이별이 찾아오죠. 당시에는 그 존재의 빈자리가 너무 커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지만, 또 그 아픔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줄 사람이 찾아오기도 합니다. 그로 인해 봄 햇살에 새순 돋듯 마음의 상처도 아물게 됩니다. 오늘 소개하는 책에 실린 네 가지 이야기는 그런 치유의 과정을 그린 이야기입니다. 나의 아픈 자리에 누군가 다가와 어루만져 주려고 할 때 그 선의를 밀어내지 않고 손 내밀 수 있다면 우리는 이전보다 더 마음이 단단해질 수 있을 거예요. 

 한번 볼까요. 첫 번째 이야기 '기다려, 오백원!' 은 할머니가 주신 선물입니다. 귀찮은 게 딱 질색인 도경이는 친구에게도 관심이 없고 혼자 노는 게 좋은 아이예요. 그런데 어느 날, 엄마가 시간당 500원을 주겠다며 옆집 할머니네 강아지 산책시켜 주기 아르바이트를 제안해요. 강아지는 털 묻어서 질색이라며 단박에 거절했지만, 어쩌다 보니 강아지와 산책하러 나가고 있는 도경이. 과연 도경이는 할머니의 강아지를 잘 보살펴 줄 수 있을까요? 할머니가 떠나면 홀로 남게 될 강아지 백이와 도경이의 이야기가 가슴 뭉클하게 전개됩니다. 

 두 번째 '세상에서 가장 긴 다리'는 슬픔에 갇힌 솔이를 꺼내 준 할아버지 이야기입니다. 할아버지네 집에 솔이를 놓고 떠나며 곧 데리러 오겠다던 엄마와 아빠는 계절이 몇 번 바뀔 동안 소식 한번 없어요. 갈수록 길어지는 것 같은 동네 어귀 다리를 보며 매일같이 기다려도 오지 않는 엄마와 아빠. 하얀 스케치북을 까만 크레파스로만 가득 채우는 솔이가 안쓰러운 할아버지는, 슬픔에 갇힌 솔이를 꺼내 주기로 해요. 더 자신을 가둬 두지 않고 밖으로 나와 웃음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할아버지가 특별한 선물을 마련하지요.

 세 번째 '깡패 손님'은 엄마의 빈자리에 온 새로운 손님 이야기입니다. 아빠에게 애인이 생겼어요. 별이는 아직 돌아가신 엄마를 단 하루도 잊은 적이 없는데, 아빠는 벌써 엄마를 잊고 학교 앞 분식집 아줌마를 좋아한다는 사실이 너무 속상했어요. 아빠와 아줌마가 잘되는 걸 막기 위해 문제아가 되기로 한 별이. 아줌마네 가게에서 말썽을 피우는 건 기본, 화장하고 혼자 시내 광장으로 나가요. 하지만 좀 논다는 언니들을 만나 돈을 뺏기고, 죽을힘을 다해 도망쳐 나왔지만, 눈물이 멈추지 않아요. 이럴 때 엄마가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런 별이에게 따뜻하게 다가오는 분식집 아줌마의 이야기에요.

김이삭
김이삭 아동문학가

 네 번째 '달콤감, 고약감'은 할머니의 기억을 찾고 싶은 지유의 선물 이야기입니다. 할머니는 점점 기억이 지워져 이제 가족들의 이름도 곧잘 잊어버리시곤 해요. 하지만 평소 좋아하던 감만큼은 잊지 않고 종류대로 잘 기억하고 계시는데, 그중 할머니가 가장 좋아하시던 담장 너머 달콤감은 이제 주인이 바뀌어 더 먹지 못할 고약감이 됐어요. 지유는 할머니가 그 감을 맛보면 기억이 다시 살아날지도 모른다며, 달콤감 따기를 시도하는데. 과연 지유는 할머니에게 맛있는 달콤감을 드릴 수 있을까요? 

 혹시 여러분에게도 말 못 할 아픔이 있나요? 여기 이 이야기들과 함께 토닥토닥 여러분의 아픔을 보듬어 줄 수 있길 바랍니다.  아동문학가 김이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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