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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훈 편집국장
조재훈 편집국장

'배~~띄워라 / 배~~띄워라 / 아이야 벗님네야 / 배띄워서 어서가자… / 바람이 없으면 노를 젓고 / 바람이 불면 돛을 올려라…' 송소희 원곡을 가수 홍지윤이 미스트롯에서 진하게 불러 스트레스로 꽉 막힌 속을 시원하게 뚫어 주었다. 많은 이들이 잠시나마 고된 일상에서 벗어나 위로를 받기에 그만한 것도 없었다. 

 인기 프로그램 '팬텀싱어'에서 이 가사 일부에 우리네 한(恨)과 정감을 실어 깊은 울림을 선사한 것은 또 다른 반전이었다. '라비던스' 팀이 올스타전에서 부른 '몽금포 타령'에 '배 띄워라'를 일부 편곡해 넣음으로써 절묘한 콜라보를 선보였다. 높은 시청률과 유튜브 조회수가 그 감동을 입증해 주었다. 

 지난 4·7재보선 결과는 '민심은 배를 띄우기도 하고 배를 뒤집기도 한다'는 옛 선조들의 가르침을 다시 또 인식시켜 주었다. 노랫말처럼 애환 서린 민심의 파도가 권력에 취한 정치권의 오만과 독선에 거대한 폭풍우를 일으키며 호되게 꾸짖었다. 무섭고 두려운 민심의 회초리였다. 후유증은 생각보다 깊었다. 충격도 컸다. 곳곳에서 놀라움의 탄식뿐만 아니라 자성과 고통의 신음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그동안 검찰개혁이라는 명분으로 빚어진 국민의 내분과 갈등은 심각한 정신적 피로감을 주면서 정치권에 대한 염증마저 느끼게 했다. '내로남불'로 통하는 위선과 불공정의 모습들은 급기야 LH투기 사건으로 정점을 찍었고 들끓는 민심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되고 말았다. 심지어 취업절벽과 부동산값 폭등으로 내집마련의 꿈은 '희망 고문'으로 이어졌고 결혼과 출산마저 포기한 채 '떠돌이' 생활을 하는 2030세대의 분노가 투표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 틀림없다.

 이뿐만이 아니다. 국민의 아우성을 외면하고 불통 정책으로 밀어붙인 '강압 죄', 국민은 그저 내 집에서 살고 있었을 뿐인데 폭등한 집값 때문에 상승한 보유세 부담으로 밤잠을 설치게 한 '불면증 유도죄', 검증 절차를 무시한 채 시행된 임대차 3법으로 어쩔 수 없이 전세 난민이 되어 고통받게 한 '전전긍긍 조장죄', 가뜩이나 코로나 사태로 인한 열악한 경제활동 탓에 생활고에 힘겹게 하루하루를 버티는 서민들을 한숨짓게 한 '신세 한탄 증폭죄' 등등을 물어 투표에 반영했을 것으로 충분히 짐작된다. 

 우리 국민은 참 지혜롭다는 방증이다. 선거 때마다 힘의 균형을 보여 준다. 자칫 빠지기 쉬운 권력의 오판에 대한 견제와 경계심을 불어 넣는가 하면, 힘없는 자에겐 용기와 기회를 보탠다. 이번에도 그랬다. 야당을 선택한 듯 했지만 꼭 그런 것만도 아니었다. 야당이 예뻐서가 아니라 거대 여당의 위선과 불공정에 대한 경고라고 보는 게 더 옳다. 내년에 있을 선거의 유불리를 떠나 돌변한 민심의 향방이 던지는 메시지를 뼈아프게 받아들여 성찰하는 계기가 되어야 하는 이유다.

 이제 승자건 패자건 또다시 내년에 치러질 대선과 지방선거를 위한 거대한 배를 띄우기 시작했다. 즐겨 쓰는 속담이 있다. 물 들어왔을 때 노 젓는다. 모든 건 때가 있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타이밍이다. 타이밍을 놓치는 순간 일은 꼬이기 마련이다. 지금부터 균형과 조화의 잔잔한 출렁임 속에서 민심의 파도를 두려워하며 진정 나라와 국민을 위한 멋진 정치의 항해를 시작해야 한다. 그 항로의 나침반은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 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 제2항이 되어야 하겠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선거가 끝난 뒤 모두가 하나같이 변화와 개혁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원인을 제대로 알아야만 합당한 대책도 나오는 법이다. 대안을 마련하고 행동으로 실천하는 일련의 모습 속에서 민심은 조금씩 움직일 것이다. 그 속내는 1년 후 대선과 지방선거 때 표심으로 드러날 게 뻔하다. 언제든 희비가 엇갈리는 게 정치판이고 그 결과를 뒤집을 수 있는 것 또한 선거다. 그러니 모든 건 하기 나름이다. 작은 것을 버려야 큰 것을 얻을 수 있듯이 작은 것에 연연하면 손에 쥔 것조차 잃게 되는 게 세상의 이치다. 정치인들은 스스로 권력에 취하지 않도록 마음을 다잡고 더욱 겸손한 자세로 국민을 대해야 한다. 개인의 이익이 아닌 국가를 위한 봉사자로서 깨어 노력해야만 진정한 승리자로 거듭날 것이다. '민심은 천심'이라고 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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