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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교육청이 올해를 '존중과 공감의 조직문화'를 만드는 원년으로 삼는 모양새다. 교육 현장의 갑질 근절대책의 하나라고 하니 크게 반길 일이다. 취지와 내용의 다양성으로 비춰 볼 때도 현실성과 실천 의지가 확고하다는 점에서 여느 때보다 강한 경고의 메시지로 읽힌다. 

 사실 교육 분야의 조직변화와 혁신은 우리 사회 전반의 모델이 되어야 한다. 우리 사회의 그 어느 조직보다 도덕성과 윤리성을 강요받고 있어서다. 따라서 교육 분야에 아직도 갑질과 같은 전근대적 문화가 잔존 한다면 그로 인한 사회적 악영향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게다가 세상은 많이 변했고 문화도 많이 달라졌기 때문에 그에 걸맞은 시스템의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무엇보다 잘못된 관행을 탈피하고 서로의 의견을 공유하고 배려하는 조직문화를 정착시켜 나가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교육 사회는 법 이전에 인격과 품격의 문제가 우선시 되는 것이 관례다. 조직 내부의 신체적·정신적 폭력과 인격적인 모욕 행위에 대한 성숙한 대응이 절실히 요구되는 이유다. 

 시교육청이 올 신규 사업으로 권위주의 문화와 의전 중심의 형식주의 및 갑질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언어, 선물·예절, 접대, 회식, 회의, 의전, 조직문화 분야 등 7대 세부 과제를 담은 '2021년 갑질 근절 추진 계획'을 전 기관과 학교에 안내했다고 최근 밝힌 데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시교육청은 특히 갑질 행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으로 처벌을 강화하고 갑질 행위자의 관리자나 상급자가 갑질을 은폐하거나 피해자 보호를 소홀히 해도 성실의무 위반으로 엄중 처벌할 태세다. 갑질 피해자의 2차 피해를 예방하고자 가해자와 피해자 격리 방안도 적극적으로 안내하고, 피해자에게는 무료 법률·심리 상담을 지원한다고 한다. 말 많고 탈 많은 구시대적 악습 근절 시도는 우리 사회의 다른 많은 분야에 전하는 선언적 상징성도 크다 하겠다. 

 이번 시교육청의 대책이 돋보이는 것은 현실적으로 실천 가능한 일이라 여겨진다는 점이다. 고민한 흔적도 역력하다. 구성원 간 상호 존중어 사용, 승진·영전·연수 때 선물 대신 메시지 보내기, 내부회의 때 차류 등 생략, 음주 위주의 회식보다는 문화 회식 장려, 격의 없는 소규모 토론 문화 활성화, 각종 행사 때 축사와 내빈소개 최소화, 조퇴나 연가 자유롭게 사용하기 등 모두가 우리가 공감하는 부분이다. 의지만 있으면 충분히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본다. 

 학교를 포함한 전 기관별 연 1회 이상 갑질 근절 교육을 강화하고, 학교에서는 어릴 때부터 상호 존중하고 배려하는 습관이 몸에 밸 수 있도록 인성교육도 강화한다고 한다. 또한 갑질 근절문화를 조성하고자 1년 365일 '상호 존중의 날'도 계속 운영한다고 했다. 매월 첫째 주 화요일 '청렴의 날'에 자체 방송으로 '상호 존중의 날' 운영을 알리고 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한다는 것이다. 자신도 모르게 행하는 행동이 갑질이 아닌지 늘 경계하는 태도를 상기시킨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욱 각별해 보인다. 상당한 효과도 기대된다. 

 직업계 고등학교 현장실습 때는 직장 내 괴롭힘 등 차별의 세부 유형과 대처 방법을 사례 중심으로 사전 교육을 실시한다거나 청렴 원탁토론회, 청렴 모니터링으로 갑질을 발굴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 방안을 세운다는 점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사실 '갑질'이라는 말이 회자 된 게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다. 비단 교육 현장만의 문제도 아니다. 전 분야에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논의된 지 꽤 오래됐다. 갑질 문화를 그대로 두고서는 사회통합은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라는 공감대도 이미 형성됐다고 본다. 가진 자가 권력을 휘두르고, 없는 자에게 굴종을 강요하는 행태는 이제 사라져야 할 구태다. 

 하지만 근원적인 원인분석 없이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끄고 보자는 식의 임시방편식 조처는 안 된다고 본다. 정확한 실태 파악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다. 권위적이고 경직된 조직 문화 개선이 당면 과제이겠지만, 직장 내의 통상적인 업무성 스트레스나 상사의 당연한 업무 지시를 감내하지 못하고 왜곡하는 일 또한 적지 않기 때문이다. 법과 제도를 악용해서 특정인을 공격하거나 조직의 안정을 저해하는 사례 역시 좌시할 수 없는 일이다.

 원인이야 어찌 됐든 잘못된 관행을 탈피해 서로의 의견을 공유하고 배려하는 조직문화를 정착시켜 나가겠다는 이번 시교육청의 의지는 긍정적으로 평가받아 마땅하다. 이러한 노력이 실질적 성과로 이어져 사회 전반에 존중과 공감의 조직문화가 더욱 확산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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