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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대 죄악

송경동
 
인도 델리에 있는
마하트마 간디 추모공원엔
생전에 그가 죄악시했던
일곱 가지 악덕이 돌에 새겨져 있는데
정말 통렬한 성찰이다, 일별하면
 
철학 없는 정치
도덕 없는 경제
노동 없는 부
인격 없는 교육
인간성 없는 과학
윤리 없는 쾌락
헌신 없는 종교다
 
간디의 소망대로 위의 일곱 가지 죄악이
근절되는 세상이 온다면
이 세상 모두가 얼마나 행복할까, 당연하다는 생각에
그가 빼놓았을 나머지 한 가지는
'저항하지 않는 인민'일 것이다
 
△송경동 시인: 1967년 전남 보성 출생. 2001년 '실천문학' '내일을 여는 작가' 등단. 시집 '꿀잠'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 '나는 한국인이 아니다' 산문선집 '나는 천천히 울기 시작했다' 등. 제29회 신동엽창작상, 제6회 김진균상. 제12회 천상병 시문학상, 제16회 고산문학대상 수상.

 

박정옥 시인
박정옥 시인

시를 읽으며 드는 생각, 8大 죄악으로 세상은 돌고 유지된다는 역설로 읽힌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그렇다. 정치는 철학 없이 이해관계를 붙들고 펼쳐지며 경제는 부도덕이 도덕위에서 승한다. 그 결과 노동 없는 부의 축적이 기형으로 쌓여 교육은 인격 없는 인재를 양산하고 과학은 인본을 떠나 어느 순간에 배금으로 귀결된다. 종교마저 자기애에 의한 근신과 집단의 힘에 의존하게 되며 이런 것들은 쾌락성과 결합돼 있다는 생각이다. 

8대 죄악을 들여다보면 신기하게도 요즘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한 눈에 파악하게 하는 명료함이 있다. "일곱 가지 죄악이 근절되는 세상이 온다면 이 세상 모두가 얼마나 행복할까" 천만에 인간의 속성은 그렇게 가만두지 않는데 있다. '저항하지 않는 인민' 이 되기를 바라지 않으므로 그렇다는 것에 모순이 생긴다. 그러면 어떻게 살아야하나. 계간 '상징학 연구소' 2021년 봄호, 창간호에 실린 시가 졸리는 눈을 뜨게 한다.

고전을 보면 해답은 있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열다섯 살에 학문에 뜻을 두었고 志學(지학), 서른 살에 인생관이 확립되었고 而立(이립), 마흔 살에 미혹 不惑(불혹)되지 않았고, 쉰 살에 知天命(지천명) 천명을 알았고, 예순 살에 耳順(이순) 귀로 들으면 그대로 이해되었고, 일흔 살에 마음에 하고자 하는 바를 따라 從心(종심) 법도를 넘지 않았다" 박정옥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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