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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나나 월성중 교사
권나나 월성중 교사

어려서부터 온 인류가 평화롭게 살면 좋겠다는 바램이 있었다. 그래서 이 세상을 밝고, 바르고, 따뜻하게 만들어줄 영화를 만들어 선한 영향력을 끼침으로써 세계 평화가 이루어지면 좋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가족들과 함께 보는 '주말의 명화' 시간이 참 행복했었다. 그때부터 이제까지 1만편이 넘는 영화를 보았고 어느 누구에게나 그에게 맞는 영화를 추천해 줌으로써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희망을 갖도록 도와줄 수 있는 실력을 쌓게 됐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학교는 올해로 개교 68주년이 됐고 선생님들 모두가 학생들을 아끼고 사랑하며 인성교육을 중요시하고 있다. 그래서 영화 테라피를 원하는 동료 교사들과 학생들에게 수시로 해주고 있는데 추천해 준 영화 테라피가 너무 좋았다는 동료로부터 응원의 힘을 얻어 글을 적어본다.
 
딩크족으로 살고 있다가 친정엄마의 간곡한 청을 받아들여 불혹에 아이를 낳았는데 홀로 조리원에서 아이가 보고 싶어 매일 울던 나에게 찾아온 영화,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늑대아이'가 있다. 
 
'나는 이런 엄마가 될 거야'라고 다짐하며 아이와 만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가슴을 치고 울면서 봤던 영화이다.
 
줄거리는 주인공 하나가 사랑에 빠진 남자가 한 달에 한 번씩 늑대로 변하는 늑대 인간임을 알았지만 “놀랬지만 무섭지 않아 너 인걸" 이라고 말하고는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하나의 사랑은 상대방이 가진 조건이 아닌, 그 사람의 있는 그대로 존재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거 같았다.
 
갓난쟁이 두 아이를 남겨두고 그는 주검으로 나타나고 늑대라는 이유로 시체를 거두지 못한 채, 화가 나거나 흥분하면 귀가 쫑긋 솟아오르는 늑대 아이들을 홀로 키우면서 폐가를 수리하고 농사를 지으면서 힘들게 살아간다. 웃기만 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이웃 할아버지의 꾸짖음에도 모든 것에 웃음으로 답을 하는 하나를 보면서 평소에 나는 화가 나면 화내는 게 맞고, 슬프면 우는 게 맞는 거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항상 웃는 사람을 보면 '저 사람은 왜 저렇게 감정을 숨길까? 혼자 세상 행복하게 사는 것처럼...'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러나 사실 그 사람도 힘이 들지 않아서, 슬프지 않아서, 화가 나지 않아서 웃는 것이 아님을 안다. 모두가 감정의 표현법이 달랐던 것뿐이고, 웃음은 받아들임이고, 묵묵히 버텨냄이고, 오늘을 지혜롭게 살아가는 것임을 깨달았다.
 
하나는 아이에게 '앞으로 어쩔래? 인간으로 살아갈래? 아니면 늑대로 살아갈래?" 물어보고, 결국 아이는 자연으로 돌아가는 모습으로 막을 내린다. 하나는 아이들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고 아이들의 선택을 존중해 준다.
 
내 아이가 세상이 정한 기준, 혹은 엄마가 정해준 기준에 따라오지 못할 때 우리는 흔히 말한다. 
 
'더 잘 할 수가 있어. 뒤처지지 마. 너만 왜 그러는 거니?' 응원이라는 이름으로, 격려라는 포장으로 위하는 말을 한다지만 사실은 내 아이가 이미 남들보다 못하다는 기준에서 시작한 말이다. 
 
'아이가 필요로 하는 것을 해주고, 공부를 못해도, 친구를 사귀지 못해도, 남들과 달라도 괜찮다고 말해 주고 이 세상에 아이의 편이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게 최고의 사랑이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니 부모님께서 나를 낳아서 이처럼 최고의 사랑으로 정성스럽게 키워주셨는데 나는 너무나 부모님의 은혜에 보답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날로 연로해가시는 부모님께 내가 해 드릴 수 있는 보답은 무엇일까를 요즘 들어 고민을 하곤 한다.
 
내가 신랑과 한마음 되어 즐겁게 웃으며 살아가고, 아이를 건강하게 키우며 학교에서 아이들과 동료들과 잘 소통하고 실력을 갖추어 이 사회를 이롭게 하는 마음으로 살아갈 때 우리 부모님도 기뻐하실 것 같다.
 
그 당시 '늑대아이' 영화를 보며 마음으로 다짐했던 두 가지 약속이 있다. '나의 실수나 게으름으로 아이를 아프게 하지 않겠다' '부모의 기준에 따라오지 않는다고 혼내거나 울게 하지 않겠다' 이 두 가지 약속은 아이가 6살인데 아직도 지켜지고 있다. 아이는 또래보다 아주 건강하고 항상 웃고 긍정적이다. 딸아이는 내가 자기를 웃으면서 바라볼 때 제일 행복하다고 한다.
 
이 영화는 부모가 가져야 하는 자세의 이야기, 정체성을 찾아가는 자녀의 이야기, 삶 속에서 매 순간 끊임없이 성장하고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도 많은 도움을 줄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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