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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숙 교사
홍경숙 교사

여고 1학년 때 매 수업 시간 5분간 인성교육을 해주시던 은사님이 계셨다. 그 당시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죽음 후엔 어디로 가는가, 어떻게 살면 보람 있고 뜻있게 살다 갈 수 있을까' 이런 의문에 대한 답을 찾고자 탐구를 하던 중이었다. 그때 그 은사님의 말씀들이 귀에 쏙쏙 들어오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초등학교 때 책 읽는 것을 좋아해 나이팅게일 이야기를 읽고 간호사가 되겠다는 꿈을 가지게 됐다. 초등학교 때부터 일기를 꾸준히 써오면서 6학년 때 '일기 기록왕'이라는 상을 받은 게 밑거름이 돼 중학교 때는 글짓기 대회 등에 나가면 상을 받게 됐다. 이것이 작가를 해야겠다는 꿈을 갖게 된 계기가 됐다. 
 
여고 때는 그 은사님의 영향으로 아이들에게 밤바다를 항해하는 배들에게 빛이 돼주는 등대 같은 역할을 해주는 일을 하면 보람 있고 뜻있는 인생을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교사로 살다 가야겠다는 꿈을 가지게 됐다.
 
신기하게도 간호사와 교사의 꿈을 이루고 나니 이제 남은 것은 작가로서의 역할이다. 사람들에게 따스한 감동과 마음이 훈훈해지는 이야기들을 들려주면서 점점 각박하고 삭막해지는 세상에 그래도 살만한 세상이라고 힘과 용기를 주고 싶은 마음 가득하다. 
 
어려서부터 책 읽기를 좋아해서 많이 읽고 많이 쓰는 것을 즐겼다. 꾸준히 써온 일기를 거의 2박스를 모아 고이 간직했었다. 그러다가 '마음수련'이란 것을 하게 됐다. 본래의 나를 찾기 위해서는 이제껏 살아오면서 보고 듣고 경험한 것들이 모두 허상이기에 모든 기억들을 지우고 버려야 한다는 논리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시골에 살면서 그 많던 일기장을 모두 황토방 아궁이에 넣어 아무 미련 없이 다 불태워버렸다. 그 당시에는 일기를 태워버리는 것이 아주 잘하는 일이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요즘 와서는 후회가 된다. 왜일까? 아마도 내 인생관이나 가치관이 더 폭넓어져서 굳이 그럴 필요는 없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일 것이다. 
 
17세 때 갑자기 찾아온 화두들을 붙잡고 그 답을 찾아서 한 곳에 20여년간을 오로지 하나의 진리에 붙잡혀 있었던 것 같다. 이 세상에 나와 있는 여타 종교들을 다 무시하면서 세속적인 것들은 다 타락이라고 여기면서 멀리하기도 했다. 내 스스로 아주 신앙심이 높다고 생각하고 남편은 그렇지 못하다고 무시하기까지 했다. 현재 있는 곳에서 사람을 바르게 대하고 있는 그대로를 존중해 주며 살아야 하는데 신본주의에 빠져서 살았던 세월이었다. 
 
그런데 문득 내면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네가 진정한 신앙인이라면 가장 가까운 가족들에게 인정받아야 진짜다. 가족들은 뒷전이고 밖에 나가서만 경건한 척하는 것은 엉터리야'하는 것이다. '그래 맞아, 일단은 다 내려놓자. 처음부터 다시 제대로 시작해보자'라고 20여년 추구했던 종교생활을 내려놓았다. 그 이후로도 여전히 나의 화두에 대한 답을 찾아서 여러 단체와 가르침을 기웃거리며 푹 빠졌다가 아니다 싶으면 다른 곳을 찾아 이순의 문턱에까지 살아왔다. 살아온 날들을 되돌아보니 그것은 나의 화두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구도의 여정이었다. 
 
언제부터인지 교사로 근무하면서 교육법 2조의 내용인 '홍익인간의 이념아래…'를 되새기면서 '홍익인간'이란 단어가 가슴에 박혔고 이 네 글자만 생각하면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그래서 내 이름 삼행시도 '홍, 홍익인간과 경, 경천애인하기를 숙, 숙명으로 알고 실천하며 살다 가리라'를 지어놓고 가슴에 되새기며 생활하게 됐다. 가끔 생활 속에서 사람들과 감정적으로 부딪혀서 혼란스러울 때가 있을 때 '나는 홍익인간이다'라는 생각을 하면 신기하게도 흙탕물이 됐던게 금새 다시 맑은 물로 정화되는 마법에 걸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래서 17세 때부터 화두의 답을 찾아 헤매다가 이제 이순의 문턱에 서서 '나는 홍익인간이고, 홍익인간으로 살다 가면 보람 있고 뜻있는 인생을 살다가는 것'이라고 스스로 답을 찾았다. 
 
최근에 읽고 있는 '가면과 본색'중 인생의 가치관은 간디의 말처럼 '신념이 행동이 되고, 습관이 되고, 운명이 된다'는 글을 묵상하면서 요즘은 '나는 오늘 이웃과, 지역 사회와, 나라와 인류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알람음으로 설정해 새벽마다 들으면서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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