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정신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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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황
  • 2021.05.03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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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담론] 허황 인재평생교육진흥원장
허황 인재평생교육진흥원장
허황 인재평생교육진흥원장

우리는 우리가 가진 말과 글에 대한 소중함을 잊고 지낸다. 세계에서 가장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글자로 평가 받는 우리글 '한글' 덕분에 오늘날 누구나 쉽게 글을 배우고 읽고 쓸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한글이라는 최고의 글자를 가지고 있지만,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말 속에는 시대와 환경에 따라 녹아든 외래어뿐만 아니라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외국어까지, 즉 말의 잡초가 지나칠 정도로 무성하게 자리 잡고 있다. 
 
언어가 가지는 사회성, 역사성, 창조성 등의 특징과 함께 세계 간의 거리가 가까워진 오늘날 외래어와 외국어를 전혀 사용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말과 글로 나타낼 수 있는 것까지 어려운 한자말, 일본말 그리고 서양의 외국말까지 섞어 쓸 필요가 있을까. 지금의 우리가 사용하는 말이 진정 한국 사람을 위한 우리말이 맞는지 한 번쯤은 되짚어 보아야 할 것이다.
 
얼마 전, 한 친구가 책상 위에 놓여 있는 '문해교육' 책을 보고는 생소한 낱말이라고 하면서 그 내용을 궁금해 했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문해'의 뜻은 '글을 읽고 이해함'이라고 돼 있다. 따라서 '문해교육'을 간단하게 말하면 국어(한글)교육인 것이다. 그런데 국립특수교육원의 '특수교육학용어사전'에 의하면 문해교육은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뿐만 아니라 모든 교육의 토대가 되는 기본적인 능력을 기르기 위한 교육'으로 '현대에는 기본 학습 능력으로써 읽기, 쓰기뿐만 아니라 지식, 문제 해결, 생활 기술 등을 포함한다'고 돼 있다. 이런 의미에서 문해교육은 초·중등교육과정에서 배우는 것으로, 한글교육만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다양한 문해교육과정을 보면 생활문해교육, 금융문해교육, 안전문해교육, 건강문해교육, 디지털문해교육 등의 표현을 자주 접하게 된다. 또한 문해교육 대상자를 '비문해자'라고 하는데, 이 또한 생소한 말로 초-증등교육을 받지 못한 자를 일컫는다. 
 
이렇듯 '문해'라는 낱말이 무분별하게 사용되면서 실제 전하고자 하는 의미를 명확하게 전달하지 못한다. 따라서 이때에는 '문해' 대신 '기초'라는 낱말이 의미 전달에 더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다양한 평생교육과정 관련 책과 서류를 보면, 콘텐츠, 플랫폼, 인프라, 네트워크, 임파워먼트, 피드백, 패러다임, 언택트 등의 외국어가 심심치 않게 쓰이고 있다. 기초교육을 위한 과정에서 뜻과 의미를 이해하기 어려운 외국어가 넘쳐흐르고 있는 것이다. 왜 이런 것일까?
 
외래어는 외국어와 달리 우리 언어체계에서의 사회적 허용에 따라 동화돼 우리말처럼 사용된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외래어와 외국어는 어느 나라 말에나 있으며, 특히나 세계화 시대에 있는 오늘날에는 더욱 그러하다. 그래서 지금의 우리말에는 한자어, 일본어, 그리고 최근 서양 문물이 들어오면서 시작된 서양어(특히 영어)까지 많은 언어들로 뒤범벅이 돼 있다. 
 
새로운 문화가 들어오면서 우리말로 나타내기 어려운 말은 다른 언어의 말을 빌려다가 사용하는 일은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쓰는 '버스' '택시' '티비' 등 숱한 낱말들이 우리 언어생활에서 쓰이는 대표적인 외래어라하겠다. 이렇듯 우리 글에 녹아든 외래어와 외국어는 누구나 그 뜻을 알 수 있어야 하지만 어휘를 빌려 쓰는 과정에서 그 의미나 용도가 달라지거나 문화적 환경의 영향으로 그대로 전달되지 않을 때가 많다. 
 
또한 우리말로 나타낼 수 있는 말임에도 불구하고 외국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 특히 지식인이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의 대화를 들여다보면, 영어를 포함한 외국어 사용이 매우 잦다. 그들의 지식을 나타내기 위한 방법이라고 보기에도 과한 사용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모양새는 오래 전부터 있어 온 것으로 한자어가 넘쳐나는 것도 과거 우리 역사를 되돌아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정확히 뜻도 알 수 없는 한자어와 웬만큼 공부하나 사람도 알아듣기 힘든 외국어를 일상 언어생활에서 쓸 필요가 있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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