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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률 상 삐딱해짐'
'확률 상 삐딱해짐'

계간 '동시발전소'의 첫 동시선집 '확률 상 삐딱해짐'에는 전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시인들의 동시 62편이 실렸습니다. 한결같이 즐거움과 감동을 주는 좋은 동시들이라 무척 반가웠습니다. 오월은 어린이날에 이어 어버이날, 스승의 날이 있어 잊었던 감사함을 소환하게 되는 특별한 달입니다. 우리 어린이들과 동심을 가진 어른들께 동시집 한 권 선물해보면 어떨까요? 

# 신발
 
강정규
 
고물더미에/ 신발들이 쌓여있다//
평생 섬겨왔는데/ 그 발들 어디 가고/ 헌 신발만 쌓여있나//
새 신발 생기자마자/ 헌신짝 버리듯 버렸구나. 
 
위 동시를 읽으며 우리가 저지르고 있는 불효와 부모님의 사랑을 연상하게 됩니다. 강정규 시인은 '신발'을 쓰실 때 부모님의 생애와 겹치는 시적 상황을 의도하셨을까? 이런 궁금증이 생깁니다. 
 
# 오월 햇살
 
공재동

그 많은/ 새싹들/ 다 키워내고//
그 많은/ 꽃들/ 다 피워내고//
지금은 우리 집/ 마당으로 와서//
젖은 빨래를/ 말린다//
오월 햇살
 
'오월 햇살' 참 고맙습니다. 역시 부모님의 생애와 사랑을 생각하게 됩니다.
 
# 요양원에서 온 할머니 편지
 
성환희
 
여긴 모두 녹슬고 있구나!
 
오늘은 내 이름이 낯설고
걷는 법도 잊어가고 있다
몸 아파서 아픈 게 아니다
점점 뭘 기다리는 게 전부인 시간이
슬퍼서 아픈 것 같다
 
이번 일요일엔 같이 오너라
내 손주들 웃음소릴 끌고라도 오너라
 
햇살 같은 웃음소독이라도 해야
이 어두운 귓속이
좀 환해지지 않겠니?
 

성환희 아동문학가
아동문학가 성환희

이 동시는 저의 작품입니다. 자물통 사진을 보고 떠오르는 생각을 시화한 것인데, 작품을 읽은 분들의 반응이 매우 좋았습니다. 이렇게 선집에도 실리게 되었으니 감사하고 영광스런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는 제시된 사진을 보며 요양원에 입원 중이신 환자들을 떠올렸습니다. 집을 떠나 요양원에서 생활하시는 분들은 자식이나 손주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더 아픈 게 아닐까! 우리 시어머님은 파킨슨병과 치매로 요양병원에 계시다 돌아가셨습니다. 어머니 가시고 가장 후회스러운 것 하나가 어머니께 손주들을 보여드리지 못한 일이었습니다. 

지면 관계상 단 세 편만 소개하게 되어 무척 아쉬운 마음입니다. 오월이라서 그런지 소개하는 글들이 부모님을 생각하게 하는 내용입니다. 코로나 때문에 부모님과의 만남이나 형제들끼리의 모임조차도 자유롭지 못한 채 안타깝게도 이런 삶이 일 년을 넘겨버렸습니다. 평안하고 평화로운 날이 속히 오기를 마음을 다하여 고대합니다. 건강을 빕니다. 
 아동문학가 성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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