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심의 숲 산책] 자두의 거짓말 일기장
[동심의 숲 산책] 자두의 거짓말 일기장
  • 서순옥
  • 2021.05.17 20:43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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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두의 거짓말 일기장'
'자두의 거짓말 일기장'

방과 후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멀리 다랑논 둑에서 몇몇 친구들과 선후배들이 우르르 떼 지어 몰려다니는 게 눈에 띄었다. 궁금하면 못 참는 성격 탓에 단숨에 달려가 보았다. 막대기에 축 늘어진 뱀 한 마리를 걸고 다니면서 후배인 동생들에게 위협하며 놀려먹고 있었다. 이미 죽은 뱀을 가지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이리 도망가고 저리 도망가고 하면서 다시 몰려오고 멀리서 보면 꼭 술래잡기하는 광경이다. 헐떡거리며 달려간 나에게도 죽은 뱀을 가지고 위협하듯이 디밀었다. 뱀과 쥐는 너무나 싫어하지만 이미 죽은 뱀 앞에서 무서울 필요가 없었다. 선배의 팔뚝을 잡아당겨 뱀이 걸려있는 나뭇가지를 낚아챘다. 그리고는 단숨에 멀리 찔레나무가 우거진 비탈 아래로 뱀을 던져버렸다. "가시나가 겁도 없나?……"라는 경상도 오지마을의 사투리의 화살이 양쪽 귀를 뚫고 지나갔다. 그리고는 모두 검정 고무신을 가지런히 벗어놓고 모내기한 지 얼마 안 되는 논으로 첨벙첨벙 들어가서는 논고둥(우렁이)을 잡기 시작했다. 논 주인이 알면 혼날 일이지만 모두 두 주먹 가득 논고둥을 줍고 있었다. 새로 산 청색 치마에 흰색 타이츠를 벗지 못해 들어가지 못하는 나는 부러운 눈초리를 하고 논둑에 쪼그리고 앉아 뱀을 걸쳐 들었던 나뭇가지를 들고 논둑을 쿡쿡 찔러 대기만 하였다. 한참을 그러다가 논둑 안에서 밖으로 막대기를 길게 찔러보았다. 막대기가 쉽게 쑥 들어갔고 막대기를 빼버리자 구멍 사이로 가느다란 물줄기가 쪼르륵 흘러내려 경사진 아래 논으로 흘러내렸다. 내가 만든 작은 물줄기가 수로 개발자가 된 기분이 들었던 또 하나 과학의 발견이라 생각하고 똑똑하다고 나 자신을 스스로 칭찬하였다. 

 다음 날 아침 동네에 이상한 기운이 돌았다. 몇몇 어른들 언성이 높았고 몇 마디 귀를 기울였던 나는 가슴 쿵하는 소리와 함께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누가 논둑에 구멍을 뚫어 밤사이에 물이 다 빠져나가고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그 당시는 관정 시설의 발전이 없는 상태라서 다랑논에 물 대기가 쉽지가 않고 이른 봄부터 빗물 가두기를 하여 일 년 농사하던 때였으니 얼마나 귀하디귀한 물이었던가. 어린 나이에 그런 사정을 알 리 없었던 나는 어른들에게 혼나는 것이 두려워 나는 논에 들어가지 않고 빨리 집에 와버렸고 다른 애들이 논에 들어가 논고둥을 잡고 오랫동안 놀았다고 다른 아이들이 한 것처럼 거짓말을 해버렸다. 그 뒤로 나는 착한 아이였고 논고둥 잡던 윗마을 아이들은 별나다는 아이들로 오인을 받았다. 일기장에도 그런 내용 한 줄도 없었고 그런 게 얼마나 큰 나쁜 짓인지 죄책감 모르고 세월을 넘어와 버린 나의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의 치부를 드러낸 또 하나의 이야기다. 
 

아동문학가 서순옥
아동문학가 서순옥

 '자두의 거짓말 일기장' 서지원 작가의 글을 보면서 아이들은 어리니까 그럴 수도 있다지만 서두에 나오는 말처럼 바늘 도둑이 소 도둑이 되고, 양치기 소년이 되고. 처음에는 주먹만 한 눈 뭉치가 굴러서 점점 거대한 눈덩이가 되듯, 반성할 기회를 놓치고 나면 일 년 농사에 있어 물의 소중함을 알지 못했던 어린 날의 이유로 솔직하지 못하고 덮어버린 지난날의 필자처럼 자연스럽게 정당화시켜버리는 자기 최면에 걸려 살게 될 것이다. 

 일 년 중 단 하루만 용서가 되는 만우절의 거짓말도 그러하거니와 선의의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뻔뻔한 거짓말 등 소중하게 일깨워주게 하는 거짓말의 교훈 같은 한 권의 책으로 아이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신가원 선생님의 그림도 재미있지만, 서지원 선생님의 글 속에 짤막한 일기장 내용과 '선생님이 도와줄게'라는 코너도 작가의 멋진 아이디어 작품이다.   
 작가 서지원 선생님은 '문학과 비평'으로 등단하였고, 작품집으로는 '어느 날 우리 반에 공룡이 전학 왔다' '신통방통 수학 시리즈' '귀신들의 지리 공부' 등이 있다.   아동문학가 서순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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