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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오늘은 동화 같은 에세이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를 슬쩍 내밀어 봅니다. 이 코너는 동시와 동화를 소개하는 곳이라 엉뚱한 책을 들고 왔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이 책의 주인공 모지스 할머니는 동화 주인공처럼 사신 분이라 꼭 소개해 드리고 싶었습니다. 

 1860년에 미국에서 태어난 그녀는 12세부터 식모살이를 하다가 남편을 만나 미국 남부에서 농장을 일구고 살았습니다. 열 명의 자녀를 출산했지만, 다섯 명은 죽고 다섯 명만 살아남았어요. 76세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80세에 개인전을 열고, 100세에 세계적인 화가가 되었습니다. 76세부터 101세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수많은 작품을 남긴 할머니는 100세 시대를 앞둔 우리에게 두런두런 이야기를 건넵니다.

 "사람들은 내게 이미 늦었다고 말했어요. 하지만 지금이 가장 고마워해야 할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무엇인가를 진정으로 꿈꾸는 사람에겐 바로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젊은 때이거든요. 시작하기에 딱 좋은 때 말이에요."

 "사람이 흥분을 하게 되면, 몇 분만 지나도 안 할 말과 행동을 하게 되지요. 하지만 벌컥 화를 내버리는 게 앙심을 품고 꽁해 있는 것보다 나을 때도 있습니다. 꽁해 있다 보면 자기 속만 썩어 들어가니까요."

 손녀딸이 모지스 할머니에게 "붓 자루를 타고 전국을 날아다니는 마귀 할멈"이라 놀려도 유쾌하게 받아들였고, 장수 비결에 대한 질문에는 "나잇값을 안 하면 된다"고 농을 쳤습니다. 이게 장수 비결 아닐까요? 모지스 할머니처럼 소박한 일로 웃고, 삶과 죽음을 초연하게 받아들이고, 작은 일이라도 시작하는 것.

 "내가 만약 그림을 안 그렸다면 아마 닭을 키웠을 거예요. 지금도 닭은 키울 수 있습니다. 나는 절대로 흔들의자에 가만히 앉아 누군가 날 도와주겠거니 기다리고 있진 못해요. 주위 사람들에게 여러 번 말했지만, 남에게 도움을 받느니 차라리 도시 한 귀퉁이에 방을 하나 구해서 팬케이크라도 구워 팔겠어요. 오직 팬케이크와 시럽뿐이겠지만요."

아동문학가 엄성미
아동문학가 엄성미

 코로나 시대를 살면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청년, 타의에 의해 희망퇴직을 하는 중년, 고독에 시달리는 노년을 자주 만납니다. 그럴 때마다 모지스 할머니가 해주신 말씀이 생각납니다.

 "나는 우리가 정말 발전하고 있는지 때로는 의문이 듭니다. 내가 어렸을 때는 세상이 달랐어요. 지금보다는 여러모로 더 느린 삶이었지만 그래도 행복하고 좋은 시절이었지요. 사람들은 저마다 삶을 더 즐겼고, 더 행복해했어요. 요즘엔 다들 행복할 시간이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어려운 질문에 맞닥뜨리면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말고 그냥 덮어버리는 게 상책입니다."

 너무 많이 생각하지 않기, 누군가 날 도와주겠거니 하고 기다리지 말기, 꽁해 있지 말기, 지금 이 순간이 새로운 일을 시작할 수 있는 가장 젊을 때란 걸 알기! 모지스 할머니의 지혜가 코로나 시대에 필수 덕목이 될 것 같습니다.  아동문학가 엄성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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