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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립미술관 조감도. 울산신문 자료사진
울산시립미술관 조감도. 울산신문 자료사진

울산의 한 미술작품 소장가가 울산시립미술관에 미술품 기증 의사를 밝혔는데도 추진단 측이 이를 무시했다며 비판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시립미술관 추진단은 소장자가 6개 작품을 구매해달라는 요청이 있어 관련 절차에 따라 검토 중이었다고 주장하고 있고, 소장자는 3개월여 동안 수차례 기증 의사를 밝혔음에도 시립미술관 측이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밝혀 진실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25일 울산시립미술관 추진단, 미술품 소장자에 따르면 지난 2월 소장자 A씨는 일본인 미술가 작품 35점과 판화 25점 중 54점을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울산시립미술관 추진단 측에 전달했다. 이 작품은 1920년 일제강점기 당시 우리나라에 체류한 일본인 작가가 인물, 풍경 등을 그린 병풍, 그림 등이다. 

A씨는 이 작품을 20년간 모은 미술품이며, 작가별로 시대적인 공통점과 독특한 화풍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작품 54점을 울산시민들이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지난 2월부터 울산시립미술관 추진단에 소장 작품 목록을 메일로 보내며 기증 의사를 밝혔지만 추진단 측의 무성의한 태도에 기증 의사를 철회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그동안 수차례 연락을 취해 작품에 대한 설명과 일본인 미술가에 대한 자료 등을 언제든지 제공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지만 추진단 측은 심의(가치평가위원회)가 열리면 안건으로 상정해서 대답을 해주겠다며 차일피일 미루더니 5월까지 끌고오게 됐다. 추진단이 심의를 계속 미뤄왔고, 적극성을 보이지 않아 기증 의사를 철회한다고 추진단 측에 전달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씨는 울산시립미술관 추진단이 추구하는 성격과 맞지않는다는 이유로 작품 기증을 거부하고 있다며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울산시립미술관 추진단은 소장가 A씨가 60점의 작품을 가지고 있는데 54점은 기증의사를 밝혔고, 6점은 구매해달라는 요청을 받아 관련 절차를 진행하던 중이었다고 반박했다. 

울산시립미술관 추진단 측은 "54점 중 6점 구입이라는 조건부 기증은 받아들일 수 없었고, 기증과 구입은 별개의 건"이라며 "작품 수집(구매) 결정은 전문가 심의를 거쳐 결정되므로 시립미술관 추진단이 사전 약속을 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울산시 중구 울산시립미술관 건립공사의 모습. 2020. 10 ⓒ울산신문
울산시 중구 울산시립미술관 건립공사의 모습. 2020. 10 ⓒ울산신문

추진단은 기증 제안이 오더라도 미학적, 경제성, 진위 여부를 충분히 검토한 뒤 결정해야 하는 사안이며 자체평가와 심의위원회를 거쳐야 의사 여부를 명확히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54점 기증과 6점 구매 조건이 함께 달렸기 때문에 더욱 신중할 수 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시립미술관 추진단 측은 A씨가 제기한 국민신문고 민원 내용 일부를 공개하며 '54점을 울산시립미술관에 기증하고 6점은 구입해주면 좋겠다고 추진단장에게 말했다. 6점으로 막대한 이익을 바라지 않으면 수집에 투자했던 금액과 시간에 대한 보상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해 기증 및 판매를 희망한 것 뿐'이라는 내용을 봐도 작품 구입 의사를 전달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주장에 A씨는 재반박했다. 국민신문고 민원 내용은 이미 철회 의사를 밝힌 후 쓴 글이며, 기증 의사를 밝혔던 지난 2월부터 5월까지 작품 가치가 높다고 판단되는 6점에 대해서는 학술적 가치 판단을 해달라고 요구했을 뿐, 구입 해달라는 내용은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A씨는 "지역 작가 작품도 사주겠다고 밝히고 있는 마당에 54점 기증자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도 없는 건지 의아하다"라며 "그동안 금액을 제시한 적도 없고 구입해달라고 요구한 적도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처럼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된 주장을 펼치고 있어 진실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강은정기자 uske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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